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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샷이슈정리]누리과정 파행, 누구의 잘못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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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누리과정이란? 3~5세 유치원ㆍ어린이집 비용을 나라가 내주는 복지제도
#무엇이 문제인가?
#누가 언제 시작했나?
1.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해인 2012년 3월 시행. 처음엔 만 5세만 대상.
2.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3~5세로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누리과정 확대가 시작됐다. 당연히 필요한 돈이 늘었다. 부족한 돈을 누가 낼 것이냐가 현재 논란이다. 교육부(정부)는 지방교육청이, 지방교육청은 정부에게 미룬다. 지방교육청의 장(長)은 지역 주민이 투표로 뽑는 교육감이다.

우선 박 대통령이 대선 때 어떻게 공약했는지 보자. 박 대통령은 "3~5세 보육은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했다.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말을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관건이다. 지방교육청은 정부 즉 교육부가 낸다는 말 아니었느냐고 하고, 정부는 이미 정부가 주는 돈이 있으니 그 안에서 해결하라는 뜻이었다고 한다.

#필수 용어 '교부금'
정부는 내국세의 20% 정도를 17개 지방교육청에 교육예산으로 쓰라고 보낸다. 이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하 교부금)'이라고 한다. 내국세 즉 세금이 얼마나 걷히느냐에 따라 교부금은 늘어나기도 줄어들기도 한다. 통상 40조원 정도 된다. 이 돈으로 지방교육청은 선생님 월급에서부터 시설보수까지 초중고 의무교육에 쓴다.

누리과정이 5세만 대상으로 할 때 교부금으로 누리과정을 운영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박 대통령이 3~5세로 대상을 크게 늘리자 이야기가 달라졌다. 게다가 지방교육청은 유치원만 관리했는데, 현 정부가 규정을 바꿔 어린이집까지 맡게 했다. 지방교육청은 누리과정 때문에 일반 교육지출을 줄일 순 없는 노릇이니 빚(지방채)을 내기 시작했고, 더 이상 견디지 못하게 되자 "누리과정 안해"라고 선언하고 나섰다. 박 대통령 입장에선 자신의 대선공약을 일선 교육감들이 깨버리겠다는 셈이니 가만히 있을 수 없다.
"누리과정 못하겠다. 정부가 책임져라." - 교육감들

"누리과정 못하겠다. 정부가 책임져라." - 교육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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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 : 누리과정은 대통령이 만든 건데, 교육자치장인 내가 왜 해야 합니까? 정말 하고 싶으면 대통령 돈, 즉 정부 돈으로 하세요.
대통령 : 무슨 소리. 하던 걸 안 하면 아이들은 어쩌라고. 지금 아이들을 볼모로 잡아 협박하는 겁니까? 그리고 누리과정은 교부금으로 한다고 다 약속했잖아요.
교육감 : 교부금은 매년 똑같이 주면서, 우리 지역 선생님들 월급도 올려야하고 운영비도 물가 때문에 오르는데 저보고 어쩌라는 겁니까. 누리과정 하려고 선생님 월급 주지 말란 겁니까? 누리과정보다 중요한 건 원래 하던 의무교육이잖아요.
대통령 : 아 정말 자꾸 이러시면 교부금 주면서 누리과정에 '먼저 꼭' 쓰라고 법을 바꿉니다? 그리고 막말로 혁신학교니 무상급식이니 뭐 이런 낭비 많자나요, 그런 것부터 줄여본 다음에 누리과정 돈 없다고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교육감 : 혁신학교는 제가 교육감 선거 때 공약으로 약속한 거고, 저한텐 그게 더 중요합니다. 지금 교육자치장인 교육감에게 대통령이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겁니까? 교육감은 주어진 예산을 어디에 어떻게 쓸지 자율적으로 결정할 권한이 있어요.

이런 상황이 오게 될지 아무도 몰랐을까? 알고도 모른 척 한 사람이 범인이다!

정부는 경기가 나아지면 세금이 더 걷혀 교부금도 증가할 것이라 예측했다. 늘어난 교부금으로 누리과정을 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생각대로 안 됐다. 경기가 안 나아졌으니까. 아래 표 한 장이면 누리과정 논란이 다 해석된다.

<2012~2015 정부의 교부금 예측치와 실제 교부금 추이 비교>

예측 교부금 39.2조→42.1조→45.6조→49.4조
실제 교부금 38.5조→40.8조→40.9조→39.4조

교부금 가지고 누리과정까지 해결하기로 교육감들이 약속했다면 세금이 덜 걷혀서 교부금이 줄어든 것이 정부 책임도 아니고 하니(일정 부분 ;;;;) 교육감들이 알아서 허리띠를 졸라매든 해야 한다는 것도 말은 된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는 좀 진술이 엇갈린다. '교부금으로 누리과정을 한다'고 교육감들이 약속했다고 박 대통령은 말하지만, 교육감들은 합의한 적이 없다고 한다. 일종의 진실게임처럼 흐르는데 이것이 핵심은 아니다.

5세 대상 무상보육을 3~5세로 확대하는 건 간단한 사업이 아니다. 당연히 '예산확보책'을 만들고 시행해야 한다. 그런데 '세금이 더 걷힐 거니까 그걸로 활용하자'는 발상을 기반으로 대형사업을 시작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20%인 내국세 대비 교부금 비율을 올리거나, 아예 따로 예산을 책정했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도 살림이 빠듯하니 쉽지 않다.

돈이 없으면 사업을 줄여야 한다. 미안하지만 공약의 후퇴 혹은 폐기를 선언해야 한다.

누리과정 예산은 경기상황에 따른 교부금 변동, 출산율 및 인구수 변화, 물가상승률 등 다양한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 세밀한 계획을 세워 큰 틀에서 법을 바꾸든, 지원 대상을 좀 천천히 확대하든 결정해야 한다. '몇년만 넘기면 될 것'이란 판단이 나오면 긴급 예산 같은 방식으로 대처할 수 있다. 정부와 교육청이 서로 '네 책임'이라고 헐뜯고 있을 게 아니라 이런 일을 시작해야 한다.

보육대란을 막기 위해 정부는 어떻게든 돈을 마련하는 노력을 해야 하고, 교육청도 고통분담 차원에서 불필요한 예산은 줄이는 노력을 병행해 양측 간 신뢰를 쌓아야 한다.

이상은 누리과정 파행을 지켜보는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다. 한 마디로 줄이면 "그만 싸우고 대안을 찾아라."

마지막으로 일련의 사태에 누구의 잘못이 더 큰지 명확히 따져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 대통령이든 교육감이든 기획재정부 공무원이든.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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