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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르네상스를 열자]파업에 치이고 생산성에 밀리는 車산업

최종수정 2016.02.02 11:26 기사입력 2016.02.0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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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르네상스를 열자-4]위기의 기업, 우물안 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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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2월2일 재래시장상품권 20만원 지급. 2월5일 귀향비 85만원+설 상여금 50% 지급. 주식 20주(2월5일 종가 기준) 계좌 입고, 2월11일 이후 매도 가능'.

설 연휴를 앞두고 현대자동차 노조가 조합원에 보낸 공지 사항이다. 이는 임금단체협상 합의안에 따른 것이다. 설 상여금을 평균 100만원 받는다고 치면 현대차 노조원은 최소 350만원의 두둑한 보너스를 챙기는 셈이다.
노조원들은 이미 수백만 원의 격려금을 받은 상태다. 현대차 노사는 기본급 8만5000원 인상, 성과급 300%+200만원 지급, 고급차 출시 기념 격려금 50%+100만원, 품질 격려금 50%+100만원, 주식 20주, 재래시장 상품권 20만원 지급을 합의했다. 사측은 지난해 말 노조와의 합의안 타결 직후 1인당 최소 500만원 이상의 격려금을 줬다.

◆28년간 410일 파업… 125만대 생산 차질= 두 달 사이에 받은 돈만 1000만원에 육박한다. 같은 울산지역 현대중공업은 귀향비 50만원에 상여금 50%를 받는다. 현대중공업도 이미 임단협 타결을 통해 1주당 약 9만원의 주식을 포함해 600만원 상당을 직원들에 지급했다. 울산지역 기업체 평균 상여금(100만원 내외)보다 6배 이상이다. 울산에 근무하는 현대차 직원은 3만여명, 현대중공업 직원은 2만500여명이다. 어림잡아도 두 회사 5만5000여명 직원에 수백억 원이 풀린 것이다.

이처럼 울산지역의 보너스 축제 이면에는 노조 파업이 있다. 현대차 노조는 노사협상 과정에서 전임 집행부 주도로 지난해 9월에만 사흘간 3차례 부분 파업을 벌였다. 신임 집행부가 들어선 12월에는 한 차례 정치파업을 벌였다. 현대중공업 노조도 지난해 8월26일부터 9월17일까지 모두 8차례 부분파업과 사업부별 순환파업을 진행했다. 두 노조는 동반파업을 계획하기도 했다.
기업이 실적이 좋아 이익을 많이 낸다면 노조가 기본급 인상이나 성과급ㆍ상여금 확대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조합원 6만8000여명에 이르는 일본 도요타자동차 노동조합은 도요타의 사상 최대 이익을 근거로 올 춘투에서 조합원 평균 연간 7.1개월분의 일시금(상여금)을 요구하기로 했다. 작년 춘투에서 타결한 연간 6.8개월분(246만엔ㆍ약 2460만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반면 현대차는 실적이 정체되는 위기에도 노조들의 목소리는 높기만 하다. 그 같은 '노조 리스크'에도 현대차가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는 게 신기하다는 말이 나올 지경이다.

현대차 노조가 설립된 1987년 이후 2014년까지 28년간 전체 파업 일수는 410여일에 달한다. 자동차 생산량 손실은 125만여대, 매출액 손실은 14조2000여억원이다. 지난해 3차례의 부분파업(생산량 손실 1만800여대ㆍ매출액 손실 2230억원)과 1차례의 정치파업(생산량 손실 2215대ㆍ매출액 손실 457억원)도 간과할 수 없는 규모다. 노조의 요구보다 파업 손실이 더 큰 구조여서 사측이 노조에 매번 휘둘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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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요구 < 파업 손실… 파업에 휘둘리는 사측= 해외 사업장에도 노조가 있지만 국내와는 다르다. 중국 생산법인 2곳에는 공회가, 인도 생산법인에는 노동조합이 종업원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체코 사업장에는 체코 전체 평균의 노조 가입률을 보이는 노조가 사측과 상생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브라질도 현지 노동법에 의거해 공장설립 초기부터 상급단체 노동조합에 가입해 합리적 노사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 남부지역에 있는 앨라배마 사업장과 러시아공장, 터키공장(HAO S)은 노조가 아예 없다.

도요타 노조의 경우 '귀족 노조'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뿐 아니라 도요타 브랜드의 보호를 위해 1962년 무파업 노사선언 이후 지금까지 실제로 무파업을 실천하고 있다. 도요타는 일시금의 경우도 국내 영업이익을 바탕으로 노사가 협의해 결정하는 구조이다. 전체 임금에서 비용 부담이 큰 노조의 기본급 인상 요구에는 신중한 편이지만, 일시금은 노조 요구에 그대로 응하고 있다. 과거 10년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 실적이 주춤하고, 기본급 인상이 없었던 2009년과 2010년을 제외한 8차례나 노조 요구를 받아들였다. 대신 노조는 기본급 인상을 자제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의 영업익은 5년 만에 최저인 6조원대로 주저앉은 반면 도요타(3월 결산법인)는 전년 대비 13% 증가한 1조4400억엔(14조3000억원)으로 사상 최대가 예상된다.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도요타의 44% 수준에 불과하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고임금과 낮은 생산성 때문에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도 "현대ㆍ기아차 양사의 임금 평균이 9400만~9700만원으로 1인당 국민총소득(GNI)과 비교할 때 현대ㆍ기아차는 3.3배, 도요타는 1.7배"라고 지적하면서 노동개혁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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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당 소득과 비교 시 현대기아차 3.3배 vs 도요타 1.7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자료에 따르면 우리 자동차 산업의 1인당 매출액은 2011년 78만9030달러로 정점을 찍었다가 2014년 74만7060달러로 하락했다. 대당 매출액도 같은 기간 2만230달러에서 2만630달러로 떨어졌다. 매출액 대비 임금 비중도 우리는 2014년 기준 12.4%로 폭스바겐(10.6%)이나 도요타(7.8%ㆍ2012년 기준)보다 높다.

한국 기업들은 임금과 복리후생비 등을 합한 노동비용이 2007~2014년 연평균 6.6% 증가했다. 반면 독일과 미국, 일본, 프랑스 자동차 산업의 연평균 노동비용 증가율은 각각 -0.4%, 0.1%, -6.6%, -4.1%로 감소하거나 근소하게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한국 기업의 원가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자동차 공장의 대표적 생산 지표인 1대당 투입시간(HPV)도 2014년 기준 국내 업체는 26.4시간인 반면 도요타는 24.1시간, 미국 GM은 23.4시간에 그쳤다. HPV는 차 한 대를 생산하기 위해 투입되는 시간으로 자동차 메이커의 생산설비, 관리효율, 노동생산성 등 제조경쟁력을 평가하는 지표다. 수치가 낮을수록 제조 경쟁력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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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 예고된 車시장 vs 정치파업 기치 든 노조= 한국 자동차 업계는 중국 경기둔화와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신흥시장 불안 등을 겪을 전망이다. 현대차는 올해 글로벌 판매목표를 지난해 판매목표보다 7만대 줄어든 813만대로 세웠다. 자동차산업연구소는 올해 글로벌 자동차시장의 규모를 올해보다 2.9% 증가한 8850만대로 추정하고 국내시장은 3.1% 감소한 176만대로 예상했다.

현대차 노조는 그러나 대내외 여건이 나빠지고 있음에도 정치파업의 깃발을 여전히 높게 세우고 있다. 대의원 선거가 마무리되면 노동법 관련 총파업 투쟁에 나서겠다고 벼르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저성과자 해고지침에 대해서는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며 반대하고 있다. 노조 측은 "사측이 연구직이나 정비직, 일반직, 기술직에도 다양한 평가 기준을 마련해 저성과자를 대상으로 해고수순을 진행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적이 부진하더라도 징계하지 못하도록 노사가 합의를 했는데도 갈등을 부추기며 파업의 논리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올해 주요사업 계획에 '현대차그룹사 노조 투쟁 강화'를 포함시키기도 했다. 금속노조는 민주노총 산별노조 가운데 가장 강성으로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중공업, 한국GM, 금호타이어 등 주요기업 노조 집행부가 모두 강성계열이다.

조철 산업연구원 주력산업연구실장은 "독일, 일본 등 선진국 노사는 글로벌 경쟁에서 협력부품사, 지역 경제,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역할, 미래 세대까지 내다보는 장기적 관점에서 의사결정을 한다"면서 "고비용 저효율의 후진적 노사관계에 머물러 있는 국내 자동차 업계도 미래 생존을 위해서는 노사 간 대타협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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