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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1000만 시대···우리 가족이 ‘물건’이라니

최종수정 2016.01.29 16:46 기사입력 2016.01.29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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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요즘 최고의 낙은 막내와 함께 공원 주변을 산책하는 일이야." 직장 상사의 말에 직원들이 어리둥절해서 묻는다. "아니, 언제 늦둥이를 보셨어요?" 직장 상사는 태연하게 말을 받았다. "새로 입양한 강아지를 말하는 거야."

회사나 어느 모임에서든 흔히 볼 수 있는 대화 장면이다. 반려동물 수 1000만 시대에 접어들면서 반려동물은 이제 '또 하나의 가족'으로 대접받고 있다.

고령화와 만혼, 이혼, 저출산 등의 여파로 1~2인 가족이 늘어난 데 따른 현상이다. 외로움을 달래주는 반려자로 애완동물을 선택하는 현상이 확산되자 '펫팸족'이 등장했다. 애완동물을 뜻하는 펫(PET)과 가족을 의미하는 패밀리(Family)의 합성어이다. 펫팸족들이 늘어나면서 반려동물 시장도 커지고 있다.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에 따르면 반려동물 시장규모는 2010년 1조원 대에서 지난해는 1조8000억원, 2020년에는 6조원 대로 확산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주택가 주변에는 애완동물용품점, 애견이나 고양이카페가 빠른 속도로 느는 추세다. 장기간 집을 비울 경우를 대비해 반려동물 호텔도 속속 선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는 반려동물 장묘사업까지 등장할 정도이다.

애완견 전문 케이블 방송도 잇달아 개국했다. '도그(DOG)TV'에 이어 '채널 해피독 채널'이 전파를 타고 있다. 국내 최초로 반려동물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포털도 운영되고 있다. 노트펫은 웹과 모바일을 통해 수의사들과 연계해 각종 상담을 서비스하면서 관련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정부도 반려동물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발을 벗고 나섰다.농림부는 이달 13일 반려동물 산업육성 태스크포스팀을 꾸리고, '반려동물 산업의 조화로운 육성을 위한 제도 및 정책 수립', '조직구성 및 소요 예산확보 방안' 등의 기본 계획을 수립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아직 사회의 인식 수준은 미처 따라가지 못해 반려동물과 관련한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남의 반려동물을 해칠 경우 현행 법에서는 재물손괴로 처리된다는 사실을 주인들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내 가족이 재물이라는 황당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 대부분이다.

29일 대법원에 따르면 최근 5년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전국 법원에 접수된 사건은 지난해 23건 등 총 79건에 불과하다. 지난 1991년 법이 마련되며 동물을 관리ㆍ사육하는 사람의 의무는 물론 동물에 대한 학대행위를 규제하기 시작했지만 활용도가 낮다.

이유는 간단하다. 문제가 불거져도 처벌의 실효성이 낮은 탓이다. 학대행위로 동물을 죽거나 다치게 하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그러나 동물이 다친 경우를 물건이 망가진 경우로 취급해 형법상 재물손괴 책임을 물으면 3년 이하 징역, 700만원 이하 벌금도 가능해 더 무겁게 처벌할 수 있다. 동물보호법보다 재물손괴 형량이 더 많아 대부분 변호사들은 재물손괴로 고소를 한다.

판단의 복잡함도 활용도를 낮추는 요인이다. 자기집 개를 공격하는 이웃집 맹견을 전기톱으로 도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B씨의 경우 전날 대법원은 유죄 취지로 사건을 하급심 법원에 되돌려 보냈다. 대법원 관계자는 "최근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동물에 대한 생명 경시 풍조에 경종을 울리는 판결로서 의의가 있다"고 전했다. 1ㆍ2심은 재물손괴 혐의에 대한 판단은 갈리면서도 동물보호법 위반 여부는 모두 무죄로 봤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 28일 동물보호법도 유죄로 판결했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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