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후면 소비세 인상…벌써부터 논란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난 22일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강조하고 나섰다. 유명 탤런트 기쿠치 모모코를 민간위원으로 내세우고 오는 29일 국민회의를 열어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아베가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라는 이슈를 전면에 내세운 이유는 뭘까.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함이라지만, 그 이면에는 아무리 돈을 풀어도 늘어나지 않는 소비에 대한 일본 정부의 깊은 고민이 숨어있다.

◆비정규직의 나라가 된 일본 = "비정규직 비중이 40%를 넘어선 지금, 물가가 조금이라도 오르면 소비 활성화는 요원하다."


일본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최근 진행한 동일노동 동일임금 관련 설문조사에서 한 65세 남성 독자가 던진 날카로운 지적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친기업적 성향임을 고려할 때, 경제적으로 보수적 성향을 가진 일본인들 사이에서도 이같은 인식이 확산되고 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신문 독자 675명을 상대로 한 이 설문조사에서 71.3%가 동일노동 동일임금에 대해 찬성한 것 역시 일본 내 여론의 흐름을 보여준다.


한때 세계 최고의 정년보장 국가였던 일본은 이제 '비정규직의 나라'로 변모했다. 지난해 11월 일본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2014년 취업 형태 조사'에서 시간제와 파견직을 포함한 비정규직은 40.5%를 기록했다. 근로자 5명 중 2명이 비정규직인 셈이다.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기업실적이 개선돼도 극적인 임금인상 효과를 누리지 못한다. 일본 국세청 조사에 따르면 2014년 정규직의 평균 연수입이 478만엔(약 4850만원)인데 비해 비정규직은 그 절반도 못 되는 170만엔에 그쳤다.


이는 결국 비정규직 가구의 소비 위축으로 이어진다. 주요 일본 노동조합 중앙조직인 렌고에 따르면, 비정규직 근로자가 생계를 도맡는 가구 가운데 20%는 생활고 때문에 식사 횟수마저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정규직 임금 올려 '소비 촉진' = 일본 국민들의 소비성향을 나타내는 지표인 소매판매는 지난해 4월부터 8월까지 해외 관광객 소비 증가를 타고 5개월 연속 상승했다. 하지만 9월부터 하락세로 돌아서더니 지난해 11월, 12월에는 두 달 연속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일본은행(BOJ)이 물가상승률 목표치로 내세운 2% 달성 시기는 당초 2015년에서 올해 후반으로 1년 이상 미뤄졌다. BOJ가 지난 2013년 4월 대규모 양적완화를 시행해 돈을 마구 풀어댔지만, 소비는 3년이 지난 지금도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임금인상 등을 포함한 비정규직 처우 개선은 꽁꽁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조금이나마 녹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고용의 40%를 차지하는 비정규직의 낮은 임금이 경제에 마이너스 효과를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동일노동 동일임금 정책이 소비 활성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고 전했다.

AD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실현할 것인가에 대해 주요 정당과 단체 사이에서 해석이 분분하다. 오히려 정규직의 임금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본 정부는 국민회의를 통해 여론을 수렴한 후, 오는 5월 발표할 '일본 1억 총활약 계획'에 구체적 내용을 포함시킨다는 방침이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