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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소녀상 뒤에 가려진 일본의 진심

최종수정 2016.01.21 10:52 기사입력 2016.01.21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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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민 국제부장

백종민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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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중의 법 헌법. 국가 통치를 위한 기본 틀이 헌법에 담겨 있다. 국민의 기본권도 헌법에서 나온다.

1948년 만들어진 우리 헌법은 9번의 개정을 거쳐 전문과 10장 130조로 구성돼 있다. 조선시대에도 비록 왕정이지만 경국대전(經國大典)이라는 사실상의 헌법이 존재했다. 우리의 헌법 역사가 짧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공산당 일당 독재 국가인 공산국가들도 엄연히 헌법이 있다. 중국의 헌법은 1954년 제정됐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탄생 이후 뒤늦게 마련된 헌법은 '중화인민공화국은 노동자 계급이 영도하고 농공 연맹을 기초로 하는 인민 민주정치의 사회주의국가이다'라고 제1강에서 규정하고 있다. 북한의 헌법은 오히려 중국보다도 앞선 1948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회주의헌법으로 처음 제정됐다.

헌법은 쉽게 손에 쥘 수 있는 게 아니다. 상당수 국가의 헌법이 피의 대가로 탄생했다. 지금 우리의 헌법은 넥타이 부대와 학생들이 앞장선 1987년 6월 항쟁이 없었다면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미국 헌법도 독립을 위해 총을 들고 일어선 5만명의 피와 맞바꾼 결과물이다. 성문헌법(成文憲法)이 없는 영국도 마그나 카르타(大憲章)를 얻기 위해 귀족들이 왕과 전투를 벌였다.

헌법은 시대상과 역사도 반영한다. 사람이 만든 법이다 보니 사람에 의해 바뀌기 마련이다. 1972년 시행된 유신 헌법 전문에는 5ㆍ16을 혁명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정권의 주인이 바뀌자 5공화국 헌법전문에서 5ㆍ16은 송두리째 사라졌다. 4ㆍ19는 5공화국 헌법 전문에서 사라졌다가 지금의 헌법에서 부활했다. 이처럼 시대의 변화에 따라 헌법의 기본 골격이 바뀌거나 전문마저 손질을 당해야 했다.
일본의 헌법이 최근 논란이 되는 것도 역사의 흐름과 시대상의 변화에 따른 것일 게다. 1946년 제정된 일본의 헌법 제9조는 '전쟁 포기, 전력(戰力) 불보유, 교전권(交戰權) 부인'을 명시하고 있어 '평화헌법'이라 불린다. 패전 이후 미 군정 치하에서 제정된 헌법은 70년간 우익의 반발을 사고 있다. 결국 지난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안보법제를 통과시키며 일본을 전쟁 가능한 국가로 변신시켰다.

그는 이어 올 여름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야당과 야합하며 개헌 의석 확보 의지를 대놓고 드러내고 있다. 아베 총리는 심지어 "우리 손으로 헌법을 쓰는 것이 새 시대정신"이라고 외치고 있다. 일본 우익 세력에게 잃어버린 20년에서 막 벗어난 지금 상황은 자신들의 의도를 현실화하기 위한 절호의 기회가 되고 있다.

언론과 정치권의 비판 여론도 많지만 때마침 터진 북한의 수소탄 실험은 개헌에 부정적인 여론을 되돌릴 수 있는 여지마저 남기고 있다. 마침 중국발 글로벌 경제 금융위기 가능성이 대두되는 것도 염려스럽다. 엔화의 힘을 앞세워 자신들을 견제하는 중국과 한국의 예봉을 꺾을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일은 없어야겠지만 혹시나 위기가 발생하고 중국과 일본, 일본과 우리의 통화스와프 체결이 꼭 필요해진다면 우리에겐 일본에 대항할 카드가 변변치 않다.

게다가 일본 정부는 언론의 협조까지 받고 있다. 우리 국민의 분노를 산 위안부 소녀상 철거 논쟁의 불을 붙이며 우리 정부를 당혹스럽게 한 것은 일본 정부가 아니라 언론들이었다. 언론들이 통화스와프 문제를 부각시켜 보도하는 것도 어딘가 석연치 않다. 미ㆍ일의 밀월 관계도 일본 개헌 가능성을 더 키우고 있다. 그야말로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어주고 옆에서 기름 쳐주는 격이다.

일본의 교과서 왜곡 문제가 나올 때마다 우리 여론과 정부는 일본을 비판하기에 급급했다. 하지만 지금 그들이 꿈꾸는 개헌은 그 정도의 사안이 아니다. 국가의 틀을 다시 짜겠다는 의도다. 그럼에도 오히려 우리의 대응은 교과서 왜곡이나 위안부 문제보다도 개헌에 대한 대응은 소극적이라는 모습을 지울 수 없다. 동북아의 역사를 뒤집으려는 일본에 대해 정부는 물론 정치권, 언론, 국민 모두의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일본의 평화헌법은 일본만의 역사가 아니다. 우리, 나아가 아시아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백종민 국제부장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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