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후 구조조정을 당연시 여기는 국내 금융계의 통념을 깨는 그의 발상에 ‘역시 박현주’라는 생각을 했다. 증권사 지점장 출신의 박 회장이 오늘의 미래에셋을 일굴 수 있었던 원동력 중 하나도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는 발상의 전환과 역발상 덕분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는 해외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선 이유를 2007년에 쓴 ‘돈은 아름다운 꽃이다’에 소개했다. “미래에셋의 성공이 국내 자본시장에 ‘금융산업은 내수산업’이라는 인식과 패배감을 깨고 수출산업이라는 의식을 불어넣는데 작은 힘이 됐으면 하는 게 내 바람이다.”
증권하는 사람들이 주식만 쳐다보고 있을 때 부동산에 투자해 대박을 냈다. 2006년 2600억 원을 투자해 사들인 상해 푸동의 미래에셋타워는 현재 평가가치가 1조 원을 넘는다. 이 건물을 사들일 때도 중국 부동산 가격에 버블이 끼었다는 경고가 많았지만 과감하게 베팅했다. 호주 포시즌스호텔, 미국 샌프란시스코 페어몬트호텔, 독일 페덱스 물류센터 등에도 투자해 재미를 보고 있다.
박현주식 발상의 전환은 축소지향의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재계 2,3세들에게 참고가 됐으면 한다. 1997년의 IMF 사태가 다시 닥칠지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엄습하면서 연간 수십조 원의 영업 이익을 내고 있는 회사도 인력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위기에 선제 대응한다는 명분의 구조조정에 길거리로 내몰리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지만 아무도 토를 달지 못하는 분위기다. 위기가 오기 전에 미리 준비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직원들을 줄여서 대응하겠다는 것은 쉬운 방법이기는 해도 최선의 방법은 아니다.
일본에서 ‘살아있는 경영의 신’으로 추앙받는 이나모리 가즈오(稻盛和夫·84) 교세라그룹 명예회장은 “주식회사는 주주의 소유지만 진정한 경영 목적은 직원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언젠가 이런 의식이 약해지면 그때가 바로 우리의 위기가 시작되는 순간”이라고 했다. 그의 말을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 국내 기업에 대입하면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직원을 내보내는 순간 진짜 위기가 시작될 수 있다’는 경고로 읽힌다.
황진영 기자 yo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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