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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란 이름이 곧 사라지는 이유

최종수정 2016.01.04 11:08 기사입력 2016.01.03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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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섬의 '미디어 좌충우돌'

조선일보란 이름이 곧 사라지는 이유

조선일보란 이름이 곧 사라지는 이유

조선일보란 이름이 곧 사라지는 이유

[아시아경제 이상국 기자]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는, 한국 미디어 100년 역사의 후반기 체제를 이뤄온 중심 신문사임을 부인할 수 없다. 한때 조선과 동아를 심각하게 위협하던 한국일보가 있으나, 지금은 적어도 오프라인 메이저 서클에선 밀려난 상태이다.

'일보(日報)'라는 브랜드는 신문들이 가장 아끼던 표현이었다. '데일리 리포트(일일 보고. 일간 보도)'에 상응하는 이 말은, 24시간을 주기로 찍어내는 신문들의 큰 자부심이었다. 신문을 매일 찍어낸다는 것은, 수백만의 독자를 가지고 있다는 점과 함께, 대중에게 가장 밀착해있다는 뜻과 같았다.
조선일보란 이름이 곧 사라지는 이유
한국일보는 한때 24시간 발행사이클을 파괴해, 경쟁 언론사들을 긴장시켰던 적이 있다. 조석간 체제가 그것이었는데, 낮에도 신문을 발행하고 아침에도 신문을 발행하는, '하루 두번 나오는 신문' 컨셉트였다. 이 실험적인 간행이 찻잔 속 태풍으로 그친 이유에 대해선 여러 가지 분석이 있지만, 독자에게 신문사의 투자에 상응하는 매력점을 주지 못했다는 풀이가 그럴 듯 하다. 한국일보는 이 '무리수'의 후유증으로 크게 고통을 받기도 했다.

신문을 하루에 두번 찍어낸다면, '브랜드의 의미'를 위반한 것이 된다. 한국일보 뒤에 붙어있는 '일보'란 말은 하루에 한번만 찍는다고 독자에게 공표하고 있는 말이기 때문이다. 표현이 익숙하지는 않지만, 그 브랜드를 분화한다면 '조보'와 '석보'로 나눴어야 했을 것이고, 두번 찍는 것을 브랜드화한다면 '조석보'로 했어야 할 것이다.

'일보'는 매일 신문을 내지 못하는 많은 매체들과의 차별점을 자랑스럽게 제시한 말이다. 격일간이나 주간이나 격주간, 월간과는 다른, 활달함과 긴박감을 갖춘 '신속보도'의 상징이었다. '일보'라는 말을 쓰지 않은 24시간 발행사이클을 가진 신문들은 '데일리'라는 말이나 '일간'이란 말을 써서 그 중요한 사실을 내보이기도 했다.
오프라인 배달체계가 아닌, 온라인 네트워크로 '뉴스'가 들어오면서 '일보'의 자부심은 급격하게 붕괴되었다. 24시간을 주기로 '신속보도'하던 서비스는, 이제 더이상 신속보도라는 말을 쓰기 무색하게 되었고, 대신 실시간 보도라는 어마어마한 미증유의 '소통속도'가 자리를 잡았다. '일보'의 대부들도 부랴부랴 온라인으로 들어와 광속(光速) 보도의 대열에 참여했고 오프라인 미디어의 판도를 온라인에서도 유지하려고 공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도 브랜드는 여전히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다. 24시간 보도를 전제로 하는 신문의 브랜드를 그대로 가져와 쓰고 있다. 오프라인 신문은 나날이 독자가 떨어져 나가고 경영 또한 '퇴조 시장'의 빈혈과 곤궁이 심화되는 상황인지라, 향후 그것을 어느 정도로 유지할지, 혹은 어떻게 접을지 '출구전략'을 세워야 하는 판국이다. 주력(主力)이 온라인으로 이동해야 하는 상황인데, 새로운 신흥시장에서 여전히 일일보고나 일간 보도 시대의 브랜드로 영업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들이 이 맞지않는 옷을 쉬 버리지 못하는 까닭은 그간 쌓아온 브랜드 로열티를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대부분의 독자들이 24시간 정기간행물(즉 일간신문, '일보')을 구매하는 것을 매력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시장 속에서, 옛 이름으로 장사를 하는 일이 언제까지 가능할까. 오프라인 신문시장의 출구전략 진행과 맞물려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정리하자면,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란 이름은 사라지거나, 쪼그라든 시장 속에 들어앉을 수 밖에 없다. 온라인 뉴스시장에 맞는 다른 브랜드를 찾아내 소프트랜딩에 성공할지 아니면 조선, 중앙, 동아라는 앞글자들을 살려내 그것을 새로운 시장에 이식할지는 그들이 선택할 문제일 것이다. 이것은 조중동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일보'나 '매일'이나 '데일리'나 '일간'들의 문제이기도 하다. 국민일보, 문화일보, 세계일보, 일간스포츠, 매일신문 등도 브랜드에 대한 재고를 해야할 상황이 된 것이다.

그냥 '신문'이라고만 붙인 한겨레나 경향, 혹은 서울신문은 이런 점에선 비교적 느긋할 수도 있겠지만, 과연 인터넷의 뉴스시장이 '신문'이란 표현을 계속 쓸 것인지의 문제가 남아있다. 우리나라에서의 신문은 뉴스페이퍼(newspaper)와 같은 개념으로 쓰여왔고, 따라서 종이에서 이탈한 저 뉴스매체들까지도 신문으로 아우르는 일이 대중에게 추인될지 더 살펴봐야 한다.

이건 비단 신문만의 문제가 아니라, 방송 또한 마찬가지다. 방송 뉴스 또한 정체성이 심각하게 혼란을 겪고 있다. 방송 뉴스들의 영혼들 또한 이미 디지털 세상 쪽에 반쯤은 넘어가 있는 듯 하다. 급속한 뉴스예능화와 인터랙티브 뉴스에 대한 골몰이 그것을 말해준다. 이런 상황에서 '방송'이라는 표현이 옛 개념대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온라인 뉴스 시장에서 그들의 동영상뉴스들이 과연 계속해서 지금의 호칭으로 불릴 수 있을지 지켜볼 수 밖에 없다.

미디어의 호칭들이 이미 부적합해진 시장. 이것이 언론 대전환점을 말해주는 가장 의미심장한 징후가 아닐까 싶다. /빈섬.

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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