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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향 떠나는 정명훈…지난 10년의 이야기

최종수정 2015.12.31 10:16 기사입력 2015.12.31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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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향 떠나는 정명훈…지난 10년의 이야기

[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정명훈(62) 예술감독이 지난 30일 밤 서울시향 지휘자로서 마지막 지휘봉을 들었다. 루트비히 판 베토벤의 교향곡 9번 '합창'이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채웠다. '합창'의 마지막 4악장 '환희의 송가'가 끝이 나자 청중 2500명이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 정 감독은 단원 한 명 한 명과 악수하며 지난 10년간의 기나긴 여정을 마무리했다. 단원들이 참던 눈물을 터뜨렸다.

정 감독은 지난 29일 갑작스럽게 사임 의사를 밝혔다. 그의 부인 구모(67) 씨가 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입건되고 그에 따라 이사회가 정 감독과의 재계약을 보류한 데 따른 결정이었다. 구씨는 정 감독의 비서 백모 씨에게 '박 대표가 성추행과 성희롱, 폭언을 했다'는 내용의 투서를 작성하고 배포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시향 떠나는 정명훈…지난 10년의 이야기

단원들은 공연에 앞서 사태의 본질은 '박 전 대표의 인권유린'이란 호소문을 배포했다. 이들은 "인간의 존엄은 어떤 명분으로도 훼손될 수 없는 가치임에도 박 전 대표는 '개혁'이라는 명목 하에 심한 언어 폭력과 인권유린을 자행했다. 그 결과 박 전 대표의 취임 이후 사무국 직원 27명 중 13명이 퇴사했다"고 적었다. 이어 "내부고발을 한 피해자가 가해자로 뒤바뀌어 사태의 본질이 흐려진 상태"라고 덧붙였다.

단원들은 여러 논란 속에서도 정 감독에 대한 지지를 잃지 않을 정도로 그를 신뢰하고 있었다. 정 감독이 그 동안 서울시향에서 단원들과 함께 쌓아온 업적을 떠올리면 그를 떠나보내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서울시향 떠나는 정명훈…지난 10년의 이야기

정 감독은 2005년 1월 예술고문으로 서울시향에 들어와 이듬해 1월 예술감독 및 상임지휘자로 취임했다. 그가 함께 한 10년 동안 서울시향은 예술성, 수익성, 공익성 등 여러 측면에서 성장을 거듭했다.
◆예술성
우선 오케스트라의 기량이 향상됐다. 2006년 베토벤 사이클과 2007년 브람스 스페셜이 큰 성공을 거뒀다. 뛰어난 연주력과 까다로운 해석이 요구돼 국내 무대에서 보기 드물었던 말러, 브루크너의 곡들이 무대에 올랐다. 2010년부터 2년에 걸쳐 진행된 '말러 사이클'은 국내에 말러 열풍을 불러 일으켰다.

지난해 국내 오케스트라 최초로 선보인 바그너의 '니벨룽겐의 반지' 콘서트 버전은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진은숙(54) 상임작곡가가 기획한 '아르스노바 시리즈'는 국내 오케스트라 유일의 현대음악 시리즈로 국내외의 관심을 꾸준히 받고 있다.

◆수익성
높아진 예술성은 유료 관객 비율의 증가로 이어졌다. 서울시향이 지난 1월 내놓은 자료 '서울시향 10년, 주요성과'에는 "2004년 38.9%였던 유료 관객 비율이 빠른 성장을 거듭해 2014년 92.9%까지 증가했다"고 쓰여 있다.

◆공익성
'우리동네 음악회'로 대표되는 무료 공익 공연은 서울 시민의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했다. 2006년부터 진행된 '우리동네 음악회'는 지난해까지 9년간 744회 공연하며 82만 명을 끌어 모았다.

국내에서의 지위뿐 아니라 해외에서 서울시향의 위상 역시 높아졌다. 2007년 해외 순회공연을 시작해 대규모 페스티벌에 참여했다. 2010~2011 유럽투어를 진행할 당시 영국 신문 '인디펜던트'는 서울시향에 '정상으로 향하는 한국 오케스트라'라는 찬사를 보냈다. 2011년에는 아시아 오케스트라 최초로 미국 LA 월트 디즈니홀에 초청됐고 지난해에는 세계 최대 클래식 축제인 BBC 프롬스에 한국 오케스트라 최초로 입성했다.

정 감독의 임기는 31일 끝이 난다. 지난 6월 15년간 몸담은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음악감독 자리에서 물러날 때와 사뭇 다른 분위기다. 그는 이 오케스트라의 명예 음악감독으로 추대됐다. 1974년 러시아 차이콥스키 콩쿠르 피아노 부문에서 2위를 차지한 뒤 카퍼레이드를 벌이며 금의환향했던 정명훈은 조만간 프랑스로 출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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