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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가의 그림자]상술에 우는 소비자…판매자 양심이 '최후의 보루'(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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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진율이 높다면 모조품 섞이는 리스크 감당해야"
가격경쟁에 제살깎기 넘어서면 품질깎기 돌입

짝퉁제품이 판매된 한 백화점의 명품 편집샵

짝퉁제품이 판매된 한 백화점의 명품 편집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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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 수년 전 한 백화점의 명품 편집샵에서는 모조품을 판매하다가 적발되는 사례가 발생했다. 검증되지 않은 병행수입 업체로부터 정식 거래증명서가 없는 상품을 사오다 보니 생긴 문제다. 정상적인 제품이라면 '중간 벤터가 이 제품을 명품 브랜드 본사로부터 구매했다'는 증명서가 있어야 하지만, 저렴한 가격을 최우선 조건으로 들여오다보니 증명서가 누락된 제품에 대해 눈을 감은 것이다. 애초부터 모조품이 섞일 가능성이 높은 환경이었지만, 이를 담당했던 부장급 머천다이저(MD)는 "마진율이 높다면 일부 모조품이 섞이는 리스크 정도는 감당할 수 있다"고 직원들에게 교육했다.

이른바 '최저가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각 기업과 브랜드가 제품력이나 품질이 아닌 가격경쟁에 몰두하다보니 모조품이나 수준이하의 제품이 쉽게 유통되고 있는 것이다. 마진율을 최저수준으로 낮춘 이후에도 진행되는 가격경쟁에 국내 유통업체들이 '제살깎기' 대신 '품질깎기'에 나선 셈이다.
◆끝나지 않는 10원 전쟁…'양날의 칼' = 오픈마켓이 촉발한 가격경쟁은 유통가 안팎의 '판'을 흔들고 있다. 가격비교사이트의 등장으로 제품별 가격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게 되자 업체들은 경쟁업체보다 10원이라도 더 싼 가격에 팔기위해 실시간으로 경쟁한다. A상품을 B판매자가 1만원에 판매하고 있는데 다음날 다른 판매자가 9900원에 내놓으면 또 다시 다른 판매자가 마진을 줄이고 더 낮은 가격을 선보이는 식이다.

특히 오프라인 상점에서 물건을 구매하기 전 온라인에서 가격을 비교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남에 따라 최저가 경쟁은 오픈마켓을 넘어 유통업계 전반으로 퍼진 상황이다. 가격비교 사이트는 가장 싼 가격에 상품을 판매하는 업체를 노출해 해당 사이트로 연결시키는 역할을 한다. 모바일 위주의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 이용 소비자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본 이미지는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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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이 치열해지자 최저가로 제품을 올려놓은 뒤 구매자에 한해 ‘패키지’라는 명목으로 추가 결제를 유도하거나 상품가격만 최저가고 높은 배송비로 소비자를 유혹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한다.

대형마트도 최저가 경쟁이 한창이다. 경쟁사의 할인 정보가 담긴 홍보 전단지를 미리 입수, 밤새 수차례 가격을 내리는가 하는 등 개장 이후 타사 동향을 파악해 실시간 조정에 나설 정도로 ‘최저가’ 타이틀을 놓고 업체 간 자존심 경쟁을 벌였다. 이미 인쇄된 전단에는 수정 가격을 스티커 형태로 덧붙이고 각 지점별로 가격표 교체에 진땀을 흘리는 등 촌극이 벌어지기도 한다.
유통가의 가격경쟁은 품질에도 치명상을 입힌다. 원산지를 속여 파는 일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17일 중국산 여성의류를 국내산인 것처럼 속여 유명홈쇼핑업체에 납품했던 일당이 구속됐다. 이들은 중국에서 만든 여성코트 3600벌을 들여와 이 가운데 3400벌을 국내에서 제조된 것처럼 라벨갈이 해 TV홈쇼핑에서 팔았다.

지난달에는 충북 청주의 한 대형마트에서 중국산 송이버섯을 국내산으로 속여 판매한 것으로 조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중국산 송이버섯은 청주뿐 아니라 다른 지점에서도 판매됐다.

관련규제·기준 촘촘하지 못해 사전예방 불가능
사후처방에 그쳐 소비자만 피해
"불법제품 유통 막을 최후의 보루는 판매자 양심"

◆관련규제·기준마련 시급= 무리한 최저가 경쟁이 가격에 대한 고객의 신뢰도를 추락시키고, 불량제품을 유통시키기도 한다는 점은 이미 여러 사례를 통해 증명됐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었던 '최저 재판매가격 유지행위(제조사가 상품 가격을 정해 유통사가 그 이하로 팔지 못하게 하는 것)'를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법 집행 동향 및 대법원 판례 등을 반영해 소비자 후생 증대 효과가 경쟁제한 폐해보다 크다고 판단될 때에 한해 예외적으로 적용키로 한 것이다.

예를 들어 가전제조업체가 대형마트에 TV를 공급하면서 '100만원 미만의 가격으로는 팔지 말라'고 했을 때 100만원이 최저 재판매가격이다. 지금까지 공정거래 규정은 이처럼 제조사가 최저 재판매가격을 정해서 유통사에 강제하는 행위를 일률적으로 금지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서비스 경쟁 등으로 인해 소비자가 얻는 이익이 가격 경쟁 제한으로 소비자가 입는 손해보다 큰 경우에는 제조사의 최저 재판매가격 유지행위가 허용된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 허용범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강제성이 없다는 한계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저재판매가격을 유지하도록 한 것은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제 물건을 제 값에 주고 사도록 하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일 수 있지만, 유통업체들은 고객 확보를 위한 가격 마케팅 활동을 저해하는 것이기 때문에 상충되고 있어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기업의 자정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관련 규제와 기준이 촘촘하지 못하지 때문에, 품질을 보증할 마지막 보루는 판매자의 '양심'이 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특히 소비자가 직접 먹거나 입거나 바르는 제품에 대해서는 가격 보다는 품질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어떤 규제를 한다고 해도 감시를 피해 얼마든지 짝퉁이나 저품질 제품을 유통시킬수는 있다"면서 "대부분의 규제는 사후처방에 그치기 때문에, 피해를 완벽히 차단할 수 있는것은 판매 주체인 유통기업들의 자정노력 뿐"이라고 강조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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