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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지방세 체납자 명단 공개, 효과 無·위헌 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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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자치부 산하 한국지방세연구원, 최근 정기보고서 통해 지적..."기준 5000만원으로 상향 및 전반적 정비 필요"

중랑구 세무과 직원들의 지방세 고지서 전달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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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국책연구기관으로부터 현행 지방세 고액ㆍ상습 체납자 명단 공개 제도가 실제론 효과가 거의 없고 위헌 소지마저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행정자치부 산하 한국지방세연구원은 최근 이같은 내용이 담긴 '지방세 고액ㆍ상습 체납자 명단공개제도 개선 방안' 보고서를 펴냈다.
현재 행자부, 각 지자체들은 3000만원ㆍ1년 이상(3월1일 기준) 지방세 체납자 명단을 선정한 후 6개월간 예고 기간을 거쳐 매년 12월 셋째주 월요일에 홈페이지 및 관보 등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 올해도 지난 14일 총 4437억원을 체납한 4023명의 명단이 공개됐다. 내년부터는 공개 기준이 현행 3000만원에 1000만원으로 확대된다. 경기가 안 좋아 갈수록 체납이 늘어나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이같은 명단공개제도가 실효성이 없고,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연구원은 2014년도 대전시의 사례를 들어 명단을 공개함으로써 심리적 압박을 줘 납세 의무 이행을 간접적으로 확보하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실제 명단 공개가 세금 납부로 이어지는 경우가 별로 없다고 분석했다.
실제 대전시는 2014년 2월28일 224억1800만원을 체납한 234명의 명단공개 대상을 선정한 후 사전 예고했지만, 실제 명단이 공개된 12월 셋째주 전까지 세금을 납부한 사람은 18명(7.7%) 4200만원(1.9%)에 그쳤다. 그나마 이들도 압류 물건 교부 청구 등 강제 징수 절차에 의한 것이었을 뿐 기대했던 '자진 납세'는 한 건도 없었다.

명단이 공개된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대전시가 2012년 12월16일 77명 56억2900만원 체납자 명단을 공개했지만 이듬해 12월까지 1년간 체납액을 납부한 사람은 9명(11.7%), 3억6600만원(6.5%)에 그쳤고 역시 모두 자진납세 없이 강제징수였다.

연구원은 명단공개제도가 헌법상 위헌의 소지가 강하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명단공개는 개인의 인격권ㆍ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수 밖에 없는 데, 이를 위해선 헌법 제37조 2항에 의한 법익의 균형성ㆍ비례의 원칙,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어서는 안 된다.
2015년 시도별 지방세 체납액 전년대비 증감율

2015년 시도별 지방세 체납액 전년대비 증감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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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현재 지방세의 경우 3000만(내년부터는 1000만원) 이상 체납자를 공개하도록 하고 있는 반면 국세는 체납자 명단 공개 대상이 5억원 이상으로 돼 있다. 국세ㆍ지방세 등과 관계없이 취해지는 체납자 출국금지 조치의 기준도 5000만원 이상으로 규정돼 있다.

이에 대해 연구원은 "국세를 과세표준으로 삼고 있는 지방세의 특성을 보더라도 매우 낮은 체납액 기준을 설정하고 있다"며 "특히 내년부터 1000만원으로 낮아지는 데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을 구성하는 요소 중 법익의 균형성 문제에 매우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작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또 현행 제도의 명단 공개 요건도 여러가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예컨대 한 지자체당 3000만원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어 여러 지자체에 걸쳐 3000만원 미만을 체납했지만 총액은 수억원에 달하는 악성 체납자는 공개대상에 해당되지 않는 불공평성이 발생할 수 있다. 이어 사업부도 등 어쩔 수 없이 세금을 내지 못한 '선의의 체납자'와 의도적으로 재산을 빼돌린 '악의의 체납자'를 제대로 구분하지 않고 명단을 공개하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했다.

체납액의 30% 이상 납부할 경우 제외해주는 제도 또한 거액 체납자와 상대적으로 소액 체납자, 즉 10억원 체납자가 30%를 납부해 7억원을 체납하면 제외시켜주지만 3000만원 체납자는 무조건 공개되는 '제도적 불공평성'이 초래될 수 있다는 점 등도 개선 과제로 꼽았다.

이에 따라 연구원은 현행 국세 및 출국금지 기준 등을 감안할 때 지방세법을 개정해 5000만원 이상 체납자로 공개 대상 범위를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명단공개 주체도 '지자체장'에서 '특별시장,광역시장ㆍ도지사'로 세분화하고, 체납 기준액 산정도 관할 기초지방자치단체를 포함해 계산하도록 바꿔야 한다는 게 연구원의 지적이다. 이밖에 선의의 체납자를 구제할 수 있게 법적 제외 기준ㆍ심의 제외 기준을 변경하는 등의 전반적인 제도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연구원은 충고했다.

연구원은 "납세 능력이 있는데도 재산을 빼돌리거나 은닉해 고의적으로 체납하는 자에 대해서만 명단이 공개될 수 있도록 제도를 운영해야 한다"며 "체납세액 징수율을 높이기 위해선 악성 체납자들은 명단 공개와 동시에 출국금지를 요청해 재산 유출을 차단하고 국외 여행을 제한하며 빼돌린 재산에 대해서는 소송을 제기하는 방법을 통해 조세정의를 실현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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