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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그 후]'희망사항'을 '팩트'로 착각한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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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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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팩트'와 '주장'을 분리하라"는 말은 기자들이 초년병때 많이 듣는 금언이다. 취재 과정에서 사실 관계에 섞여 든 주장을 잘 구분해 골라내야 한다. 그래야 객관적이고 공정한 기사를 쓸 수 있다. 이는 사실 기업ㆍ정부 등 모든 의사 결정자들에게도 해당된다. 희망사항, 주장을 팩트로 착각해서 의사 결정을 했다간 신문사는 오보를 내고, 기업은 부도 난다. 나라는 다시 제2의 IMF사태로 빠져들 수 있다.

그런데 지난 주 '팩트'를 언급했다가 화제가 한 장관이 있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14일 대학생들과 '청년 타운홀 미팅'을 가진 자리에서 였다. 그는 대학생들이 정부의'노동개혁' 정책을 비판하자 "팩트가 다른 말을 하면 안 된다. 사실 관계는 명확하게 하자"고 면박을 준 후 일일이 반박을 가했다. 이 장관은 토론회 말미에 명함을 돌리며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 주라"고 할 정도로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이 장관은 곧바로 한 언론 보도에 의해 통렬한 반격을 당했다. 그가 '팩트'라고 주장한 상당부분의 것들이 결국은 '희망사항'이라고 꼬집는 언론 보도가 뒤따른 것이다. 주인공은 손석희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JTBC 뉴스룸. 이 뉴스 프로그램은 다음 날 저녁 이 장관이 주장한 '팩트'를 검증해 기사를 내보냈다.

뉴스룸은 현 정부의 노동시장 '개혁'이 청년 일자리를 늘려줄 것이라는 이 장관의 주장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표시했다. 구체적으로 이 장관은 지난 5월 노사정 합의 이후 기업들이 채용을 늘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JTBC는 올 하반기 대기업들이 내놓은 채용계획은 대부분 인턴채용이나 직업교육, 창업 지원에 집중돼 있으며, 최근 경총에서 조사한 결과 대기업들 대부분이 내년도 채용을 줄이거나 올해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대답했다고 소개했다고 반박했다.

'임금피크제'로 청년과 장년이 상생할 것이라는 주장에서도 다양한 견해를 제시해 반박했다.
우선 김유선 노동사회연구소 박사의 말을 인용해 반론을 제기했다. 김 박사는 "민간부분은 정부가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하나도 없다. 현재 대기업들 같은 경우 돈이 없어서 (채용을)안 하는 게 아니라 경기 환경이 불확실해서 다들 눈치를 보고 있다. 임금피크제로 인건비가 줄었으니까 그 돈을 가지고 청년을 고용할 경우는 별로 없다"고 말했다.

이어 ▲'노사정 합의문' 상 청년 고용 창출이 '하도록 노력한다'는 임의조항인 점, ▲국회 입법조사처와 방하남 전 장관이 각각 올해 초와 노동연구원 시절 '임금피크제=청년고용창출'이라는 정부의 주장이 의문을 표시하는 분석 자료를 낸 것 등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를 근거로 뉴스룸은 이 장관에게 "임금피크제로 청년고용을 늘린다는 건 이 장관 표현대로 '팩트'라기보다 정부의 바람, 의견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와 함께 이 장관이 대학생들에게 11월14일 민중총궐기 참여자가 대부분 정규직이었다고 말한 것도 '정확한 사실 확인이 없이 발언했다'는 취지로 비판했다. 사실 확인을 해보니 당시 집회에는 플랜트 비정규직 1900명, 학교비정규직 1만5000명, 대형마트 비정규직 1000명, 현대제철ㆍ인천공항ㆍ한국지엠 등 상당수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참석한 것으로 파악됐다는 것이다.

뉴스룸은 마지막으로 이 장관의 "공부하는 학생들이니까 팩트는 정확히 보면서 대안을 제시하고 비판해달라"고 당부한 것을 언급하면서 "비단 공부하는 학생들뿐 아니라 정부 역시 희망사항과 팩트는 정확히 구별하면서 정책이 추진돼야 하겠다"라고 꼬집었다.

이 장관이 주장한 '팩트'는 몇가지 지점에서 굉장히 중요한 사안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정치ㆍ국회를 마비시킨 노동 입법의 논리적 근거로 사용됐다. 정부의 우리 경제 미래 계획ㆍ설계에 이론적 뒷받침이 됐다. 특히 사상 최악의 취업난으로 헬조선ㆍ흙수저 등 고통을 겪고 있는 청년들로서는 '생존'이 달린 문제들이다.

이 장관과 정부, 정치권, 이해당사자들은 물론 언론들도 반드시 철저히 분석ㆍ검증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들이었다. 이번 JTBC의 뉴스는 정치권의 논쟁이라는 이유로 강 건너 불구경하거나 한쪽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소개하는 '따옴표'ㆍ'발표' 저널리즘만 난무하는 요즘, 제대로 된 팩트 검증 보도에 대한 갈증을 해소한 '가뭄의 단비'였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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