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문의 적자 서초냐, 로펌의 강자 강남이냐…교대·서초역 부근 vs 강남 2호선 라인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김재연 기자]

최고의 엘리트들이 모여 '법(法)'의 언어로 치열한 논리 대결을 벌이는 법조계. 그 공간에도 '라이벌'은 있다. '법조인의 심장부'는 어디일까. '법조타운'이 있는 전통의 강호 '서초'일까. 아니면 대형 로펌이 선호하는 신흥 강호 '강남'일까.


올해 '기업인수합병(M&A)' 시장을 놓고 벌인 국내 법무법인(로펌)과 외국 로펌 경쟁의 결말은 무엇일까. 세무 소송을 둘러싼 로펌과 국세청의 '물밑 힘겨루기'는 어떻게 전개되고 있을까. 은밀한 법조계, 그들의 경쟁 구도를 들여다본다.

 
#1."그 동네 거리를 걸어다니는 사람 절반 이상은 법원, 검찰, 로펌 관계자들이다." 서초동 '법조타운'은 판사, 검사, 변호사들로 넘쳐나는 곳이다. 대한민국 최고 권력의 또 다른 축, 법조인의 심장부라고 자부할 수 있는 곳이 서초동 법조타운이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서초역·교대역에서 서울중앙지검과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으로 변호사 사무실이 밀집해 있다. 주로 개인 변호사 사무소가 많고 중소형 로펌도 적지 않다. TV에 자주 나오는 유명 변호사부터 내공을 자랑하는 '재야의 고수'까지 다양한 변호사들이 그 공간에서 치열한 경쟁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2.제2의 법조1번지로 주목받는 곳이 바로 강남구 2호선 라인인 강남역, 역삼역, 선릉역, 삼성역 부근이다. 강남 2호선 라인은 상대적으로 대형 로펌이 선호한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역삼역 4번 출구에서 150m로 도보 2분 거리에 있다. 법무법인 '바른'은 삼성역 4번 출구에서 180m로 도보 2분 거리다. 법무법인 '율촌'도 삼성역 4번 출구에서 180m로 도보 2분 거리다. 법무법인 '화우'는 삼성역 6번 출구에서 500m로 도보 7분 거리에 있다.


법원과 검찰의 고위직 출신 법률사무소도 많다. 임채진 전 검찰총장 법률사무소는 선릉역 5번 출구 바로 앞에 있다. 정상명 전 검찰총장 법률사무소는 강남역 삼성전자 사옥 바로 앞에 있다.


.

.

AD
원본보기 아이콘

◆서초 법조타운 탄생 배경= 법조타운 하면 서초동을 가정 먼저 떠올리겠지만 1995년 이전까지는 서울 덕수궁 부근 '서소문'이 법조의 심장부로 통했다. 대법원과 대검찰청은 모두 서소문에 있었다.


대법원이 강남으로 이전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시점은 1977년 2월이다. 구상을 실천하기까지 2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당시 '서리풀'만 무성했던 지금의 서초동은 주요 기관의 연이은 이전으로 명실상부한 법조타운의 모습으로 변모했다. 서울고등검찰청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1989년 8월, 서울고등법원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그해 9월 연이어 서소문 시대를 마감하고 서초동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1989년부터 1995년까지는 서소문과 서초동으로 법조의 중심이 나뉘어 있었지만 1995년 8월과 12월 각각 대검찰청과 대법원이 이전하면서 지금의 법조타운이 형성됐다.


◆법원·검찰의 중심 서초= 서초 법조타운의 최대 장점은 대법원, 서울고법, 서울중앙지법, 대검찰청, 서울고검, 서울중앙지검과 가깝다는 점이다.


서울지방변호사회에 따르면 서초구에는 11월 말을 기준으로 총 5454명의 변호사가 있다. 변호사업계의 불황에도 개업 변호사 수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2013년 말 기준 4567명이었던 변호사 수는 지난해 5044명을 거쳐 올해 5500명을 넘어설 기세다. 변호사 사무소도 2735개소가 있다.


'법조 1번지'라는 이미지 때문에 사무소가 있을 경우 고객들에게 신뢰감을 줄 수도 있다. 서초동에 오래된 개인 사무소들이 많은 이유다. 법무법인 '메리트' 임제혁 변호사는 "일반인에게 형성된 서초 법조타운에 대한 이미지가 있어서 변호사들이 다른 곳으로 가기를 주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주요 기업 즐비한 강남= 일반적인 민형사 사건 처리 등 송무(訟務)만 변호사 담당 업무는 아니다. 대형 로펌은 기업자문과 M&A 법률상담 등 대형 이슈에 더 관심이 많다.


굳이 법원, 검찰 주변에 변호사 사무실을 마련할 필요성이 적은 셈이다. 강남, 역삼, 선릉, 삼성 등 강남구 2호선 지하철역 부근은 대기업, 중소기업, 벤처기업 등 각종 기업이 즐비하다. 강남구에 본거지를 둔 변호사는 3062명이다. 2013년 2542명에서 지난해 2833명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변호사 사무소도 799개에 달한다.


강남의 한 대형로펌 관계자는 "기업 자문업무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다양한 기업이 있고 의뢰인의 접근성이 좋은 강남구 쪽의 장점이 주목받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고층 빌딩' 입주 어려운 서초= 서초동에 사무실을 뒀던 로펌도 규모가 늘어날 경우 이전을 고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법무법인 바른의 이경섭 변호사는 "바른이 변호사 20명 규모로 서초동에 있을 때는 작은 빌딩에 3개층 정도를 썼다. 이후 5개층까지 쓰다가 장소가 부족해 테헤란로(삼성역 부근)로 옮긴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 앞은 높은 건물이 없어 많은 사무실이 필요한 대형 로펌은 그곳으로 이전하기도 어렵다. 이는 법원·검찰 앞의 고도제한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중앙지법·서울중앙지검 앞은 '최고 고도지구'로 지정돼 있어 28m 이하로 건물을 지어야 한다"면서 "법원 단지 주변 균형 개발과 도시 경관 보호를 위한 목적"이라고 말했다.


◆'도로 시간낭비' 아쉬운 강남= 강남 2호선 라인에서 법원·검찰과의 거리도 물리적으로 멀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서초 법조타운처럼 도보로 이동하기는 어렵다. 강남은 교통 중심지인 지역의 특성상 도로가 막히는 경우가 많다. 로펌 입장에서는 변호사를 위한 공무용 차량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다. 흘러가는 시간은 변호사에게 곧 돈이다. 의뢰인을 만나는 시간, 전략회의를 하는 시간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미국 법조계는 '시간제 보수(Time Charge)'가 일반화돼 있다. 경력과 역량에 따라 시간당 보수는 200~300달러에서 많게는 700~800달러 이상이 될 때도 있다. 변호사 입장에서는 이동에 소요되는 시간, 특히 도로에서 낭비하는 시간이 가장 아까울 수밖에 없다. 그 시간만 아낄 수 있다면 업무에 효율적으로 투자해 더 많은 부가가치를 생성할 수 있다.


◆서초·강남 위상, 변화 가능성= 법조의 중심이 서소문에서 서초동으로 바뀐 것처럼 서초·교대역 부근과 강남·역삼·선릉·삼성역으로 양분된 법조타운도 그 명맥이 영원히 유지될 리는 없다. 변호사업계 불황에 따른 임대료 걱정은 변호사들에게 다른 선택을 고민하게 하고 있다. 집에서 업무를 하는 '재택 변호사', 다른 사람과 사무실을 함께 쓰는 '더부살이 변호사' 등 각자의 방법으로 자구책을 찾는 변호사들이 생겨나고 있다.

AD

법원과 검찰의 정책적인 판단에 따라 주요 기관이 이전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서울행정법원과 가정법원은 2012년 9월 양재동 신청사로 옮겼다. '법조 1번지'라는 상징도 시대 흐름과 상황 변화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는 셈이다.


대형 로펌 관계자는 "각 로펌들의 자문파트 비율이 50%를 넘어가는 만큼 꼭 법원과의 접근성이 중요한 것만도 아니다"라면서 "개인 변호사들도 임대료 상승 등의 이유로 법조타운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개업하려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김재연 기자 ukebida@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