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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장·차·폰…대포사기 3대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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꽝 맞은 놈, 꽝 쏜 놈 '대포'의 세계…대출조회한대서 민증주면 사기범, 중고외제차 싸게 산 다음날 차가 사라지는 대포사기

대포폰 대포통장 거래 개념도

대포폰 대포통장 거래 개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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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황진영 기자, 심나영 기자, 구채은 기자] '개인(통장) 1개당:₩100,000 고가에 매입합니다. 신용불량자 가능, 남여 모두 가능, 주민증 앞뒤 복사 1부.'

'금융사기의 숙주'인 대포통장의 호객 내용은 간결하다. 하지만 돈이 궁한 이들은 쉽게 현혹된다. 대포통장이란 실제 통장 명의자와 사용자가 다른 통장을 말한다. 명의만 넘겨주면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호객 행위는 한푼이 아쉬운 이들에게 찰거머리처럼 달라붙는다. 그렇게 금융사기에 연루된다.
대포통장에서 대포(大砲)는 '커다란 탄환(彈丸)을 멀리 내 쏘는 큰 화기'를 뜻한다. 또 다른 의미는 '거짓말이나 허풍, 또는 그것을 잘하는 사람'이다. 대포통장, 대포차, 대포폰이라고 할 때는 후자의 의미를 안고 있다. 일본어 무데뽀(無鐵砲:muteppo)에서 왔다는 설도 있다. 앞뒤를 헤아려 깊이 생각하지 않는 경솔한 행동을 뜻하는데 타인 명의의 통장이나 자동차, 스마트폰을 막무가내로 사용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 갈수록 교묘해지는 대포통장의 덫

대포통장이 돈을 받는 조건으로 명의를 빌려주는 자발적 참여만 있는 게 아니다. 자신도 모르게 대포통장을 만드는데 엮이기도 한다. '신용불량자도 3000만원 대출해드립니다' 따위의 광고문구를 보고 전화를 하면 상담자가 대출 자격을 조회해야 한다면서 주민등록등본 사본을 달라고 하는데 십중팔구 대포통장을 만들기 위한 사기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어떤 경우에서든 개인정보를 타인에게 제공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대포통장을 중심으로 하는 보이스피싱 조직은 콜조(전화 거는 사람)와 보이스피싱 연구원, 인출모집책, 개인정보를 빼내는 팀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대포통장을 만드는 '통장모집책'이 핵심 멤버다. 대포통장 1개가 생산되는 가격은 30만원, 도매와 소매가격을 거치면 60~70만원이다. 통장모집책 대장이 통장 60~70개를 사와 인출대장에게 넘겨주는 가격은 대략 100만원. 이렇게 만들어진 대포통장은 금융사기에 악용된다. 예컨대 추가로 대학에 합격했다며 "오늘 중으로 등록금이 입금되지 않으면 입학이 취소될 수 있다"고 윽박지르면서 불러주는 계좌가 그것이다. 가족이 사고를 내서 합의금이 급하게 필요하다며 입금을 종용할 때도 마찬가지다.

전자금융거래법은 통장을 양도할 때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자신도 모르게 대포통장 명의가 도용됐더라도 책임을 질 수 있다. 최근 서울중앙지법원은 보이스피싱으로 4700만원의 피해를 본 임모씨가 범행에 쓰인 통장 주인 김모씨 등 6명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소송에서 "피해액의 30%를 배상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금융감독원은 대포통장 근절 종합대책을 내놓고 대포통장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은행들도 통장개설 절차를 강화해 대포통장을 막고 있다. 대출사기ㆍ보이스피싱 사기에 이용됐다가 적발된 대포통장은 2012년 3만3493개에서 2013년 3만8620개, 2014년 4만6851개, 2015년 상반기 1만8801개를 기록했다. 

◆ 영화 베테랑 대포차...현실에서도 버젓이 주행

영화 '베테랑'에는 위치추적기를 부착한 중고차를 판 뒤에 해당 차량을 다시 훔쳐 러시아에 팔아넘기는 대포차 판매 조직이 나온다. 영화에 소개된 이 이야기는 요즘도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다. 차를 훔친 사람을 잡고 보니 해당 차를 팔았던 중고차 중개업자인 식이다.

도로 위를 달리는 대포차가 얼마나 되는 지 정확한 통계는 없다. 다만 1년 이상 자동차 정기 검사를 받지 않은 차량이 109만2486대(올해 6월말 현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수십만 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시중에 거래되는 대포차는 개인 채권문제로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차량 소유자가 대부업체를 통해 차량담보대출을 받고 약속한 날짜에 돈을 갚지 못하면 담보차량이 대포차로 유통되는 것이다.

계속된 불경기로 서민들의 삶이 팍팍해지면서 시중에 나오는 대포차도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인터넷을 통한 중고차 매매가 증가하는 것도 대포차 거래가 늘어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절반도 되지 않는 가격에 비싼 고급차나 외제차를 탈 수 있다는 점이 대포차 수요가 증가하는 가장 큰 이유이다. 속도를 위반하거나 주정차를 위반하더라도 자신의 명의가 아니기 때문에 각종 세금과 과태료도 피해갈 수 있다. 이런 점 때문에 대포차라는 것을 알고도 구입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최근 경찰이 대포차를 판매한 조직을 검거해 구매자 리스트를 확인한 결과 가수, 프로골퍼, 보험설계사 등 직업이 다양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도로 위의 무법자를 양산하는 대포차가 대포를 싣고 달리는 차량만큼 위험하다는 판단에 따라 대대적인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경찰은 대포차 단속이 각종 범죄예방과 교통질서 확립 및 사고예방, 피해자 보상, 세금 및 과태료 납부 등을 위한 킹핀(Kingpin)의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대포차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믿을 만한 중개업소에서 거래를 하고, 중고차를 구매한 뒤에는 반드시 정상적인 이전 절차를 거친 후에 본인 차량으로 운행해야 한다고 경찰은 조언한다.

◆조희팔도 이용한 대포폰…사기와 범죄의 온상

희대의 사기꾼 조희팔은 대포폰을 애용했다.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그는 중국 밀항 준비에서부터 사업장 처리 지시까지 모두 대포폰을 사용했다.

'애인 구해요 010 -****-****' '신용불량자도 통 큰 대출 010-****-****'처럼 길거리에 뿌려진 퇴폐업소나 대부업체 전단에 적혀 있는 전화번호 역시 대포폰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대포폰은 다른 사람의 명의로 개통된 휴대폰을 말한다. 사용하는 사람과 휴대폰 명의자가 달라 범죄에 사용되면 범인을 추적하기 힘들다.개통 유형도 진화하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사망자나 노숙자의 주민등록번호 및 신분증을 도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요즘은 외국인의 신분을 도용, 개통되는 경우가 많다. 주로 직업소개소를 통해 외국인 개인정보가 빠져나간다. 직업소개소가 외국인 개인정보를 휴대폰 판매점에 돈을 받고 넘기면, 판매점은 그 외국인의 명의로 대포폰을 만들어 범죄 조직 등에 되파는 방식이다.

외국인 여권 사본만 있으면 휴대폰을 개통해 주는 별정통신업체도 있다. 인터넷을 통해 암암리에 판매되는 외국인 여권 사본만 있으면 대포폰을 손쉽게 만들 수 있다.

요금제도 내국인 명의로만 개통되는 후불보다는 선불을 선호한다. '내국인 후불폰'보다 '외국인 선불폰'을 써야 걸리지 않고 오래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2013년 8월부터 ▲내 명의를 누군가가 도용해 휴대폰을 개통했을 때 자신이 즉시 알 수 있도록 문자를 보내주는 '엠-세이퍼(M-Safer)' ▲가입자 신분증 진위를 가리는 '부정가입방지 시스템' ▲'휴대폰 번호 제한 제도' 등의 제도를 도입하고 있지만 대포폰 개통을 100% 근절시키지 못하고 있다.

양기철 방송통신위원회 이용자보호과장은 "현재 외국인 명의의 대포폰 개통에 대한 현장 조사를 실시 중"이라며 "실태를 파악한 뒤 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황진영 기자 young@asiae.co.kr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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