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전 대통령은 야당 당수만 세 차례 역임하며 군사정권에 맞서 싸운 우리나라 민주화 운동의 중심이었다. 그는 유신 독재에 맞서다 의원직에서 제명되자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말로 민주화 열망을 표현했다. 신군부시절인 1983년 5ㆍ18 민주화운동 4주년을 맞아 23일간 목숨을 건 단식투쟁을 벌였고 그것이 1987년 6ㆍ10 항쟁의 도화선이 됐다. 이후 1992년 대통령에 당선된 김 전 대통령은 마침내 문민정부를 열어 30년 독재의 종지부를 찍었다.
하지만 '선진국 한국'의 샴페인을 일찍 터뜨린 대가는 컸다. 1997년 한보그룹, 기아자동차 등이 부도나고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한국의 신용등급을 잇따라 낮췄으나 정부는 "펀더멘털이 좋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급기야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에 손을 내밀었고, 경제와 민생은 한순간에 무너졌다.
1997년 외환위기는 많은 교훈을 남겼다.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한 정부의 책임이 가장 컸지만 빚으로 부실 경영을 한 재벌,구조조정을 막은 노조와 야당의 책임도 적지 않았다. 그로부터 18년이 지난 지금 정치는 리더십을 잃고 경제는 흔들린다. 저성장이 굳어지는 추세 속에 기업경쟁력은 급락하고 가계부채는 쌓이고 있다. 개혁은 지지부진하다. 김 전 대통령을 보내며 모두가 스스로를 다시 돌아봐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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