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건 싫어요"…장기예금 실종시대
초저금리 장기화에 "금리 메리트 없다"‥단기상품에 고객 몰려
은행들도 수신고 늘리기 집중 않고, 미 금리인상 가능성에 외면
[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직장인 이현선(40)씨는 최근 6개월 만기 정기 예금상품에 가입했다. 얼마 전 2년짜리 예금상품의 재예치를 위해 은행을 찾았다가 "1년 이상 장기예금이나 1년 이하 단기 예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는데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예금 금리도 따라 오를 수 있다"는 지점 직원의 설명 때문이었다. 이씨는 "예금은 1년 이상 장기로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겼는데 금리를 보니 굳이 장기간으로 돈을 묶어둘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금리가 오를 때 까지는 단기로 예금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란(38)씨도 최근 모바일뱅킹을 통해 6개월짜리 예금에 가입했다. 모바일뱅킹 전용 우대 쿠폰을 챙겨 전용 상품에 가입하니 연 1.68%의 금리를 받을 수 있었다. 이는 이 은행 창구에서 판매하는 3년만기 예금 기본금리 연 1.5%보다도 더 높은 수준이다. 김씨는 "모바일 전용 상품의 경우 수시로 금리 이벤트를 펼치기 때문에 굳이 장기로 예금을 할 필요가 없는 것 같다"며 만족해했다.
중ㆍ장기예금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초저금리 시대 은행의 단ㆍ장기 예금금리가 비슷해지면서 고객들이 단기 상품에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close 증권정보 KOSDAQ 현재가 전일대비 0 등락률 0.00% 거래량 전일가 2026.05.01 15:30 기준 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6개월 이상, 1년 미만 정기예금의 잔액은 20조305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말 잔액 10조6439억보다 90%이상 늘어난 규모다. 반면 3년 이상 정기예금의 잔액은 이 기간 2조1533억원에서 1조2934억원으로 줄었다. 불과 10개월 만에 40% 이상 감소한 것이다. 2~3년짜리 정기예금의 지난달 말 기준 잔액도 작년 말보다 25.5%가 준 1조2936억원에 그쳤다. 예금 상품의 절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1년 이상 2년 미만 예금의 잔액도 63조9829억원에서 62조6139억원으로 2.1% 떨어졌다. 다른 은행의 예금도 이와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중ㆍ장기예금의 실종을 부추기는 건 초저금리 시대가 장기화되고 있어서다. 연 1.5%라는 사상최저 수준의 기준금리가 5개월째 이어지면서 은행 예금보다는 대기성 자금인 수시입출금식 예금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말 기준 420조7000억원이었던 은행권의 수시입출식 예금 잔액은 10월말 현재 487조8000억원을 불었다. 반면 은행권의 정기예금은 이 기간 557조3000억원에서 551조5000억원으로 감소했다.
1%대로 기준금리가 내려앉은 후 은행들이 수신고 늘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는 점도 중ㆍ장기예금 상품을 사라지게 만들었다. 은행들이 고금리를 주면서 까지 장기 자금을 예치할 필요성을 못 느끼다보니 일부 은행에선 단ㆍ장기 예금금리의 역전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 13일 기준으로 은행연합회에 고시된 시중 예금금리를 살펴보면 광주은행 KJB스마트정기예금의 1년 금리는 연 1.58%로, 3년 만기 상품보다 0.02%포인트가 더 높다. 고객들 입장에선 금리의 역전 현상으로 인해 장기로 예금할 수록 수익률이 좋아진다는 '복리효과'를 누릴 수 없게 된 것이다.
금리 향방이 모호해진 것도 중ㆍ장기예금의 상품을 외면하게 만든 요인이다. 향후 경제 여건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돈을 장기로 묶으려는 고객들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들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짙어지자 단기로 예금을 운용하려는 고객이 늘고 있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경기가 앞으로 크게 좋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당분간 저금리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편으론 미국의 금리 인상도 예고돼 있어 방향성을 예측하기가 어렵다"며 "고객들 역시 금리 향방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자 돈을 오랫동안 묶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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