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수묵추상 분야의 독보적 거장 산정 서세옥(86) 화백이 서울 소격동 국립서울미술관 서울관에서 기증작품 특별전을 열었다. 1950~2000년대까지 작가의 시기별 대표작 100점을 소개하는 특별전으로, 내년 3월 6일까지 5개월 넘게 전시가 이어진다.
서세옥 화백은 사람과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단순한 먹선으로 그린 독특한 추상화에 담아왔다. 그가 등단했던 1949년은 대한민국 정부를 수립하고 1년이 지난해로, 일본의 영향에서 벗어나 우리의 정체성을 회복해야 하는 과제 속에 있던 시기였다. 한국화단은 전통의 회복과 새로운 문화의 수용이라는 과제 위에 자신을 위치시켜야 했다. 60년 넘는 시간동안 서세옥은 작업을 통해 일관적으로 그 과제에 대한 하나의 해답을 제시해왔다. 그가 제시했던 해답은 이제 미술사가들에 의해 “전통화단에서의 왜색청산과 문인화의 수묵사상을 바탕으로 독자적 현대화를 이루어낸 것”이었다고 평가되고 있다.
따라서 이번 기증 특별전은 단순히 작품 숫자가 갖는 의미를 뛰어 넘는다. 한국화의 정체성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한 21세기 현재, 60여 년 전, 해방 후 정체성 확립을 화두로 하고 있었던 상황에서 ‘모든 가능에로의 탈출’을 외치며 제시했던 그의 대답에 주목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는 1990년대를 기준으로 1,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전시에서는 1960년대 묵림회를 통해 추구했던 수묵추상의 작품들과 함께 1970년대 이후 90년대까지의 생동감 넘치는 묵선과 여백의 공명만으로 인간형상 속 기운생동을 표현하고자 했던 ‘사람들’ 시리즈 50여점이 전시된다. 2부 전시에서는 주로 1990년대부터 최근까지의 그의 작품으로 구성된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