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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천경자 화백 유족들 "어머니 모신 곳 몰라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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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2시 서울 서소문동 서울시립미술관 지하 1층 세미나실에서 고 천경자 화백의 장남 이남훈씨, 차녀 김정희씨, 김씨의 남편 문범강씨, 고인이 된 차남 김종우씨의 미망인 서재란씨(왼쪽부터)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7일 오후 2시 서울 서소문동 서울시립미술관 지하 1층 세미나실에서 고 천경자 화백의 장남 이남훈씨, 차녀 김정희씨, 김씨의 남편 문범강씨, 고인이 된 차남 김종우씨의 미망인 서재란씨(왼쪽부터)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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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30일 오전 서울시립미술관서 고 천경자 화백 추모행사
금관문화훈장 추서 취소에 대해 "납득하기 어려워"
"'미인도 위작 사건' 반드시 밝혀져야 할 문제"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최근 고 천경자 화백의 별세 소식이 알려지면서, 천 화백의 가족사와 '미인도' 위작 사건에 대한 논란이 한층 뜨거워지고 있다. 특히 천 화백의 장녀 이혜선씨(71)가 언론을 통해 두 달 전 모친의 부고를 전했지만, 나머지 유족들조차 그제서야 그 사실을 접하게 된 정황이 확인됐다. 또한 여전히 이씨와는 연락이 닿지 않는 상황이다.

천 화백의 장남과 차녀, 그리고 사위, 며느리 등은 미국에서 건너와 27일 오후 서울 서소문 서울시립미술관 본관 지하 1층 세미나실에서 기자회견을 직접 열고 "어머니가 지금 어디에 모셔져 있는지 조차 몰라 유감"이라고 했다. 유족들은 서울시립미술관과 조율하에 오는 30일 미술관에서 이곳에 93점의 귀중한 대표작을 기증한 천 화백의 거룩한 뜻과 생전의 업적을 기려 추모행사를 갖기로 했다. 여기에 더해 이들은 최근 정부차원에서 천 화백에 대한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하려다 취소한 데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날 기자회견에 자리한 화백의 유족들은 장남 이남훈씨(68), 차녀 김정희씨(62), 김정희씨의 남편이자 천 화백의 사위인 문범강씨, 고인이 된 천 화백의 차남 김종우씨의 부인 서재란씨 등 네 명이었다. 천 화백은 일본 유학시절 결혼한 남편과 슬하에 1남 1녀를 두었지만 이혼한 이후 전남여고 교사시절 교제한 남성과 남매를 낳았지만 결혼에 성공하진 못했다. 이들은 대부분 미국에서 거주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발언과 대답은 주로 차녀 김정희씨에 의해 이뤄졌다.

다음은 고 천경자 화백의 차녀 김정희씨와의 일문일답.

-천 화백을 마지막으로 본 때는 언제인가.
▲마지막으로 본 것이 4월 5일이었다. (언니와 모친이 살고 있던)자택이었다. 그 이후로는 보질 못했다. 2003년 어머니가 뇌출혈로 쓰러진 이후 몸이 안좋아 지셨고 지난해 11월에는 병세가 악화돼 병원에 입원해 언니로부터 연락받고 수차례 함께 간호를 했다.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자택에서 본 것이다. (장남도 사망소식을 듣지 못한 건 마찬가지였다.)
-천 화백의 별세 소식은 어떻게 알았나. 그리고 이혜선씨와는 어떤 갈등이 있었나.
▲미국시간으로 지난 18일 그 소식을 접하게 됐다. 불행하게도 어느 은행으로부터 천화백의 은행계좌 해지동의를 요구하는 전화를 받고서야 알게 됐다. 오빠가 가족관계증명서를 떼어 봤고, 거기에 사망 사실을 확인했다. 그동안 언니는 어머니를 집에서 주로 모셨고 주치의가 있었다. 의료인들이 많이 드나들어 사망 부분에 대해서는 추호도 의심할 것은 없다.

언니는 (어머니에 대한) 모든 일을 독단으로 하는 걸 원했다. 사이가 좋아지다가도 소통이 안되는 일이 많았다. 수년간 만났다 헤어졌다 하는게 계속됐다. 미국에서 언니집에 들어가려고 했을 때 경찰관에게 제지를 당한적도 있다. 예술원 연금이 중단돼 의료기록을 알리자고 언니에게 제안했지만 부정적일 뿐 아니라 격한 반응을 보였다.

저희는 어머니께서 어디에 모셔진건지 모르는게 유감이다. 또한 서울시립미술관 수장고에 언니가 유골함을 들고 왔다고 알고 있는데, 남은 유족들에게 아무 연락이 없었단 건 납득이 안된다. (서울시립미술관 관계자는 "이 부분에 대해 장녀인 이씨가 간곡히 직접 소식을 가족들에게 전하기로 하겠다고 함구해 줄 것을 부탁해왔기 때문에 우리로써는 어쩔수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언니는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인생을 살아가는 데 가장 큰 이유로 삼아온 희생적인 딸이다.

-유족들이 가지고 있는 천 화백의 그림이 있는지.
▲우리는 가지고 있는 게 없다. 언니가 어머니의 그림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조차 모른다. 모든 재산과 작품을 관리하는데 관여한 적이 없다. 가족이니까 한두 번 어머니가 우리가 사는 곳에 자신의 그림을 걸어두고 그걸 다시 돌려보낸 적은 있다. 어머니의 그림을 두고 누구의 소유물이거나, 재산가치가 있는 걸로 생각해 본적 없다. 최근 유족들이 어머니의 그림을 팔기를 원한다는 내용의 오보가 나갔는데 그것도 정식으로 정정 요청을 하려고 한다. 이때까지 나머지 유족들이 침묵으로 일관한 것은 혹시 작품 때문에 가족끼리 다툼하나 그렇게 사람들이 느낄 것을 알기 때문에 그래 왔다. 어머니가 생전 개인미술관을 갖고 싶다고도 하셨지만, 그림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하지 않았다.

-정부차원의 금관문화훈장 추서 취소에 대해서는.
▲취소된 이유가 별세 전 수년간 활동 미미했고, 사망에 얽힌 미스터리가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이 미스터리라는 단어가 따라 붙는게 기가막힌다. 어쨌든 그 두가지 사항이 왜 취소해야할 이유가 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1991년 '미인도 위작' 논란이 재연됐는데.
▲어머니가 상당히 상처를 받았다. "자기 자식을 자기가 몰라보는 엄마가 어디있냐"고 말씀했던 그대로다. 사건이 흐지부지되고 말았는데 언젠가는 밝혀질 사건이라고 본다. 한국미술사에서 커다란 사건이었는데 누군가 파고들어서 기록을 남겨야 한다고 본다.
(김씨의 남편인 문범강씨는 "당시 천선생님은 미인도는 자신의 그림이 아니라고 했는데, 국립현대미술관과 감정위원들은 그가 주로 쓴 동양화 석채가 미인도 단층에서 추출한 것과 같다고 했다. 좀 여유있는 동양화과 대학원생이라도 누구나 얼마든지 쓸 수 있는 석채였다"며 "시간이 흐른 뒤 감정위원 일부가 '분위기에 휩쓸려 입을 다물고 있었노라'고 한국적인 정서로 이야기 했다. 한 개인을 화랑협회나 국립미술관이 내려 누르기는 너무나 쉬운 일이었다"고 부연했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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