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지난 주말 오후 텔레비전에서 모 방송국의 음악회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었다. 방청석에는 경찰 제복을 입은 앳된 모습의 젊은이들이 공연을 보면서 환하게 웃음을 지었다. 제70주년 경찰의 날을 기념해 열린 음악회를 보러온 청년들의 얼굴엔 자부심은 물론 '기쁨'과 '희망'이 가득했다.
이들을 보면서 문득 몇 년 전 시청했던 모 방송국의 프로그램이 떠올랐다. 서울 노량진 학원가에서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청년들의 일상을 담은 내용이었다. 그들에게는 푸른색 경찰 제복을 입어보는 게 희망이다.
노량진 학원가에서 장기간 숙식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상당수는 취업대란 속에 안정적인 공무원 생활을 선택했다. 그러나 밤낮으로 열심히 공부를 하면서도 번번이 합격의 문턱을 넘지 못해 수년간 학원가를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만두고 싶지만 다른 일자리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희망을 찾아 청춘을 바치고 있지만 그 길은 너무 험난하고 멀게만 느껴진다.
최근 들어 연일 매스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청년희망펀드'가 널리 알려지고 있다. 청년희망펀드란 대한민국 청년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국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기부를 받아 조성하는 펀드다.
금전 등의 재산을 신탁해 장학ㆍ사회복지ㆍ문화ㆍ환경 등 공익목적에 사용하도록 하는 공익신탁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기부자는 기부금액의 15%(3000만원 초과분은 25%) 세액공제 혜택을 받는다.
지난달 21일부터 KB국민ㆍ신한ㆍKEB하나ㆍ우리ㆍNH농협은행 등 시중은행들이 청년희망펀드 공익신탁을 공동으로 출시한 이후 사회 각계각층에서 가입이 잇따르고 있다. 정치인, 기업인, 연예인, 스포츠 스타, 일반 국민 등 수많은 사람들이 청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뜻과 정성을 모아 기금을 마련 중이다.
그동안 박근혜 대통령, 황교안 국무총리,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가수 주현미, 배우 이승기, 리듬체조 손연재 선수, 프로골프 박인비 선수 등 유명인들도 대거 동참했다. 지난 22일 기준으로 누적기부건수 7만4733건, 누적기부금액 68억6451만원에 달한다.
청년희망펀드의 청년일자리 사업을 추진할 '청년희망재단'도 지난 19일 공식 출범했다. 청년들이 필요로 하는 사업을 발굴하고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청년희망재단을 통해 청년일자리 창출을 위한 공익사업으로 활용된다.
최근 신한카드와 우리카드 등 카드업계도 포인트나 결제로 청년희망펀드에 기부할 수 있는 채널을 마련했다. 일반인들도 보다 쉽게 자발적 기부를 할 수 있는 채널이 생긴 만큼 청년희망펀드 열풍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청년희망펀드가 많이 쌓이면 쌓일수록 좋은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드는 데 사용할 수 있다. 청년실업이 심각한 사회 경제 문제로 대두되는 가운데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매우 중요한 사업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부정적인 의견들도 나온다. '일자리 창출 책임 국민에게 떠넘겨' '국민에게 돈 뜯는 이상한 정부' '강제가입' '창조적 삥뜯기' 등 반감도 상당하다. 때문에 기금을 모으는 일도 열심히 알려야 하지만 청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투명하게 관리하고 운영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모금액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데 향후에 만약이라도 구체적인 계획 없이 이 기금이 제대로 사용되지 못하고 있다면 정부에 그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정부가 추진한 사업들 중에는 겉만 요란하고 속이 비어버린 '전시행정'도 많았다.
이번 만큼은 취지에 맞게 청년들에게 더 좋은 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결과가 제대로 나와야 한다. 일자리가 부족해 적성과 소질과 무관하게 진로를 선택하면서 소중한 청춘을 안타깝게 흘려보내는 청년들과 그들의 눈물이 더 이상 없기를 바란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