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매미 더 슬피 울었네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중국 증시 폭락으로 국내 증시도 하락장을 이어갔던 지난 8월. 전업투자자 A씨는 원금 1억원에 스탁론으로 끌어쓴 1억원까지 죄다 날렸다. 4~5월 한창 장이 좋을 때는 월 1000만원씩 수익을 냈다. 회사를 그만두길 잘했다고 콧노래를 부르던 시절이었다. 원금을 4배로 늘렸다. 더 벌고 싶은 욕망을 멈출 수 없었다. 그런데 8월 중국 증시가 폭락하면서 투자했던 종목이 줄줄이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것도 한순간이었다. 원금이라도 건지자는 심산에 스탁론까지 끌어쓴 게 화근이었다. 통장 잔고는 바닥 나고 생활비까지 쪼들리자 A씨는 다시 넥타이를 매고 직장인으로 돌아갔다.
'매미(전직 펀드매니저 출신 개미)'와 '애미(전직 애널리스트 출신 개미)'에게 지난 여름은 혹독했다. 중국 증시 하락과 미국 금리 인상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수익은 물론 원금까지 날린 이들이 많다. 300여명의 매미와 애미가 몰려있다는 서울 여의도 소재 S트레뉴(빌딩)는 최근 공실이 늘었다. 다시 운용사로 돌아가려고 주변을 기웃거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
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인 B씨는 "화장품ㆍ바이오 섹터에 투자한 사람들이 손해를 많이 봤다"면서 "전업투자자들은 서로 교류를 안하기 때문에 '누가 얼마 잃었다더라' 등의 소문이 난무해 실제 그 금액을 잃었는지 확인할 길은 없지만 확실히 분위기는 안 좋다"고 귀뜸했다.
특히 지난 6월 12만4000원 최고점을 찍은 뒤 4만3500원(22일 종가기준)까지 떨어진 산성앨엔에스는 많은 전업투자자를 들었다놨다 한 종목이다. 한창 장이 좋을 때 산성앨엔에스로 잭팟을 터뜨렸다던 전업투자자 중에서는 '번만큼 쫄딱 잃었다'는 하소연이 줄을 잇고 있다. 증권사 임직원 중에는 술 자리가 부쩍 늘었다는 사람들도 많다.
증권사에 다니는 한 임원은 "주변에 많게는 500억원을 날린 사람도 있는데 이들이 술 한잔 하자고 전화를 걸어오면 뿌리치기 어렵다"면서 "마누라한테 말하면 왜 그런 자리까지 다 일일이 가느냐고 잔소리를 하는데 나 역시 투자로 손해본 쓰린 경험이 있기 때문에 동병상련 심정으로 술자리에 나간다"고 했다.
전업투자자 중 상당수가 애미이거나 매미다. 애널리스트ㆍ펀드매니저 출신이다보니 일반투자자보다 정보력은 좋지만 잃을 때는 더 크게 잃는다. 증권사 스몰캠 팀장 출신인 C씨는 "내부 정보를 알고 있는 매미와 애미들이 더 많이 다치는 이유는 안에서는 나쁘다는 이야기를 절대 안하기 때문"이라면서 "어느 회사 최고경영자(CEO)가 우리 회사 주식을 팔라고 말하겠나. 이렇다보니 마지막까지 들고 있다가 오히려 더 크게 손해를 보는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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