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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고법원 설치, 위헌론ㆍ국회동의 산 넘어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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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청구권 침해 여부 놓고 의견 팽팽…국회 발의법안, 여당 내부도 이견
[아시아경제 박준용기자] 상고법원 도입의 위헌논쟁은 법조계 백가쟁명(百家爭鳴)을 불렀다. 이는 입법과정에서도 되풀이되고 있다. 그만큼 위헌 논란은 상고법원이 출범하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과제다.

상고법원 설치에 대해 위헌론과 합헌론 모두 '재판청구권 침해 여부'를 주된 쟁점으로 삼고 있다. 재판청구권은 모든 시민이 평등하게 재판받을 권리다. 헌법 제27조 1항은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헌법 '최고법원' 역할, 위헌론 불씨=상고법원 도입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측은 "어떤 사람은 상고법원에서 최종심 재판을 받고, 어떤 사람은 대법원에서 마지막 사법 판단을 받으면 차별"이라는 입장이다. 재판청구권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을 통해 법학자 100명이 발표한 공동선언문에는 위헌 주장의 논리가 담겨 있다.

"우리 헌법은 101조 2항에서 '법원은 최고법원인 대법원과 각급 법원으로 조직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을 최고법원으로 규정하고, 심급을 달리한 '각급 법원'을 두고 있다. '각급 법원'에 불과한 상고법원이 최종심을 담당하는 것은 위헌의 소지가 명백하다. 또한 우리 헌법은 최종심을 담당하는 법관 임명에 국회 동의절차를 두고 있다. 상고법원 재판관들은 대통령이나 국회의원들의 동의 없이 직접 대법원장이 임명할 뿐이다. 헌법이 규정하는 민주적 통제절차를 회피한 것으로서 국민주권원리를 위반했다."

이들은 헌법이 재판청구권을 평등하게 보장하기 위해 최종심을 대법원에서 하도록 규정한다고 해석한다. 근거는 '법원은 최고법원인 대법원과 각급 법원으로 조직된다(헌법은 101조 2항)'는 조항이다. 헌법이 대법원을 최고법원으로 명시하며 대법원이 모든 최종심을 담당해야 한다고 규정했다는 주장이다. '각급 법원'에 불과한 상고법원이 만들어지면 이곳에서 재판을 받게 된 시민은 재판청구권을 침해받는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최종심을 맡은 판사의 '민주적 정당성' 여부도 상고법원 위헌 주장 측의 논리다. 현재 상고법원 발의 법안을 보면 상고법원 판사는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대법관은 추천 절차를 진행한 뒤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게 돼 있다.

'군사법원의 상고심은 대법원에서 관할한다(제110조 2항)'는 헌법 조항도 위헌 주장의 근거가 된다. 개헌 없이 상고법원이 설치되면 군사법원 상고심은 종전대로 대법원에서 담당한다. 이 때문에 유사한 사건이라도 군 복무자에 한해서만 대법원에서 상고심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생긴다. 위헌 입장에서 볼 때 이는 '시민의 재판받을 권리'가 평등하게 적용되지 않은 것이다.

상고법원 설치가 사실상 4심제가 돼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강국 전 헌법재판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상고법원 안은 특별한 경우에는 상고법원의 판결에 대해 대법원에 특별 상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결국 4심제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위헌론을 앞장서서 펴는 쪽은 대한변호사협회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참여연대, 경실련 등 시민단체도 이런 주장을 펴고 있다. 상고 법원 도입이 위헌이라는 측은 대안인 대법관 증원으로 이를 풀어내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변협 상고심 개선 연구위원 이재화 변호사는 이를 근거로 "대법관 증원이 해답"이라고 말했다.

◆헌재 결정문, 합헌론 배경=상고법원 설치가 합헌이라는 측은 '국민이 충실하고 신속하게 재판을 받을 권리'와 '해외사례', '헌법재판소 결정' 등을 근거로 든다. 종착역은 역시 '재판청구권 보장'이다.

대법원은 상고법원 도입이 오히려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측면이 크다고 말한다. 상고심 업무의 분담 차원에서다. 상고사건은 해마다 늘어 대법관 1인당 연간 3000건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심리불속행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심리불속행은 형사사건을 제외한 상고사건 가운데 상고이유에 관한 주장이 법이 규정한 특정한 사유를 포함하지 않으면 심리를 하지 않고 상고를 기각하는 제도다. 대법원은 심리불속행제도 폐지를 전제로 내걸며 상고법원 설치의 합헌성을 주장하고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최종심에서 판사 1인당 맡을 사건 수가 획기적으로 줄고, 심리되지 않고 기각되는 사건이 줄어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보장해 헌법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상고법원 설치 합헌론자는 '해외사례'로도 위헌론을 받아친다. 박선영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우리처럼 무한적으로 3심을 인정하는 나라는 없다. 헌법에 모든 국민이 대법원에서 3심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프랑스는 파기하는 것 외에 대법원이 재판을 하지 않고, 영국도 유사하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최종심을 꼭 대법원에서 해야 한다는 주장은 헌법해석을 잘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헌법재판소가 2002년 위헌 논리와 배치되는 결정을 내놨던 점도 합헌론의 배경이다.
"헌법이 위와 같이 대법원을 최고법원으로 규정하였다고 하여 대법원이 곧바로 모든 사건을 상고심으로서 관할하여야 한다는 결론이 당연히 도출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이 어떤 사건을 제1심으로서 또는 상고심으로서 관할할 것인지는 법률로 정할 수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합헌론은 대법원을 필두로 서울지방변호사회 등이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변회의 경우 상고법원 설치의 합헌론에 대해 의견이 다수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서울 일선 법조인 중 상고법원 설치에 대해서는 찬성의견을 내면서도, 위헌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시선이 있다. 이유는 합헌론이 '모든 판결을 대법원에서 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하지만 이 경우 특별한 경우만 상고를 허용하는 상고허가제가 더 맞는 방향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회로 옮겨간 상고법원 위헌논쟁=위헌 논쟁의 불씨는 입법과정에서도 꺼지지 않고 있다. 법관 출신인 홍일표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해 상고법원 설치를 뼈대로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의원 168명의 서명을 받아 대표 발의했다. 이 안은 상고법원 설치와 함께 심리불속행제도를 완전히 폐지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이 안에 따르면 상고법원은 서울에 설치되며 대법원장이 상고법원 판사를 임명한다. 상고법원 판사 자격은 법조경력 15년 이상 판사가 맡는다. 또 의견이 일치하지 아니하거나 대법원 판례와 상반되는 의견을 갖는 예외적인 경우만 특별 상고 제도를 통해 사건을 대법원으로 이송하도록 했다.

이를 두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합헌론과 위헌론으로 갈라섰다. 이병석ㆍ김재경 새누리당 의원은 사건 정체가 해소돼 국민의 재판청구권이 보장되므로 상고법원 설치를 합헌이라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서기호 정의당 의원과 김도읍ㆍ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상고법원 설치가 위헌이라고 주장한다. 김도읍 의원은 상고법원에서 대법원으로 사건을 보낼 수 있는 '특별상고제'가 홍일표 의원의 발의안에 포함된 데 대해 "4심제가 돼 위헌요소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기호 의원은 "최고법원인 대법원과 별개의 최종심으로 상고법원을 설치하고 상고법원 법관을 대법관과 달리 국회 동의 없이 대법원장이 임명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 의원은 새로운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지난 5월 발의한 상황이다. 서 의원 발의 법안은 대법관 증원, 대법원 구성 다양화 및 하급심 강화 등을 주로 담고 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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