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勞使 '호봉·연봉' 다른 셈법…쟁점 세가지는?
은행 핫이슈 '급여체제 전환' 쟁점 뜯어보니
사측 저금리시대 혁신에 걸림돌…호봉제로는 인건비 효율화 어려워
노조, 직급따라 이미 연봉제 적용…성과연동땐 지나친 경쟁 부작용
당국 "노사협의문제' 선 긋지만…장기적으론 고임금 해소에 역점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호봉제 중심의 금융권 임금체계를 연봉제로 바꿔야 한다는 논의가 수면으로 급부상했다. 근속 년수에 따라 임금이 자동으로 올라가는 지금의 호봉제에서는 구조적인 고임금ㆍ비효율 문제를 해소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저금리 시대에 금융권이 생존을 넘어 혁신을 일궈내는데도 걸림돌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연봉제가 전가의 보도가 될 수 없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금융 업무의 특성상 임금체계와 효율성이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는 의견인 것이다.금융권 경영자들의 모임인 금융사용자협의회는 금융노조에 호봉제를 폐지하고 연봉제로 개편하자고 요구하고 있지만 노조는 완강하게 거부하고 있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금융권의 고임금 해소를 염두해두면서 판세는 복잡해졌다. 호봉제와 연봉제를 둘러싼 쟁점을 세가지로 정리해봤다.
◆쟁점①= 연봉제 효과 있나?
사측과 노조는 연봉제가 가져올 효과에 대해 첨예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연봉제가 조직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느냐에 대해 전혀 다른 주장을 내세우는 것이다. A은행 부행장은 "지금 체계라면 은행 실적이 아무리 나빠도 호봉을 깎지 못하고 계속 올려야 한다"며 "연봉제로 바꾸게 되면 비용 절감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처럼 호봉제의 경직적인 임금체계가 유지되면 관리비용 관리가 한계에 직면할 것"이라며 "은행들이 꾸준히 성장하려면 호봉제 중심의 임금체계를 연봉제로 개편하는 등 비용을 확실히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대표적인 비효율성 지표인 이익경비율(CIR, 영업이익대비 판매관리비)은 작년 55%로 2010년(41%)과 2012년(47.6%) 대비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김 위원은 "이익경비율이 높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임금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반면 노조는 호봉제를 고집한다. 연봉제 도입에 관해 사측과 논의조차 않겠다는 강경한 태도다. 공광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실장은 "연봉제를 도입하게 되면 경쟁이 치열해지고 조직 내 위화감이 커지는 등 오히려 마이너스가 된다"며 "사측이 연봉제의 효율성을 강조하는데 이를 입증하는 객관적인 자료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고 맞섰다. 일본의 경우, 2000년 초반까지 연봉제로 전환했다가 지금은 오히려 호봉제로 회귀하고 있는 것도 염두해둬야 한다는 것이 노조측의 주장이다.
◆쟁점②= 지금도 일부 연봉제?
금융권이 직급에 따라 호봉제와 연봉제를 혼합해 적용하고 있다는 것도 쟁점이다. 예컨대, 부지점장 아래의 차ㆍ과장급까지는 호봉제이지만 부지점장 이상은 업무성과에 따라 성과급을 책정하는 연봉제를 적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연봉제를 논의하는 것은 호봉제인 차ㆍ과장급 이하의 직원들의 임금체계를 겨냥한다. 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내부에서도 엇갈린다. B은행 지점장은 "영업점 성과평가제도(KPI)에 따라 S, A, B, C, D로 고과를 나눠 S등급은 성과급 160%, D등급 40%를 받는다"며 "최하등급과 최상등급의 성과급 차이가 4배나 되는 등 성과 스트레스가 큰데 이런 부담을 전 직원으로 확대하는 것은 무리다"고 말했다. 반면 C은행 지점장은 "연봉제로 전환할 때 협력이나 조직융화 등의 항목을 넣는다면 조직내 위화감은 줄일 수 있다"며 "무임승차를 막고, 성과에 걸맞는 보수를 지급하는 것이 오히려 조직의 신뢰를 쌓는 길"이라고 밝혔다.
◆쟁점③= 금융당국의 판단은?
금융당국의 입장도 주목된다. 표면적으로는 노사가 합의할 일이라는 것이다. 류찬우 금융감독원 은행감독국장은 "급여와 관련해서는 당국이 뭐라 말할 수 없다"며 "노사 협의를 통해서 결정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금융권 임금체계 개편을 금융개혁의 세부 사안으로 염두해두고 있는 만큼 마냥 손을 놓고 있지는 않을 전망이다. 최근 금융지주 회장들을 시작으로 금융권 수장들이 임금의 일부를 반납하는 것에 대해 임종룡 위원장이 "바람직한 일"이라고 평가한 것도, 금융권의 임금 문제를 금융당국이 그만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와 관련해 금융연구원은 23일 공청회를 열어 금융권 임금체계 개편 방안을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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