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과 학업중단, 비행 등을 겪는 위기청소년 문제를 풀어가는 데도 '친구'가 핵심 열쇠다. 우리 아이들은 고민이 생기면 부모나 선생님 대신 가까운 친구에게 속마음을 털어놓곤 한다. 덕분에 청소년이 상담조력자로 나서는 여성가족부 '또래상담' 프로그램이 좋은 반응과 성과를 얻고 있다. 아이들이 혼자 가슴앓이만 하지 않고 친구에게라도 고민을 털어놓으면 다행이다. 하지만 나아가 친구의 범위를 좀 더 넓고 깊게 생각해 보자. 사실 진정한 친구가 꼭 또래일 필요는 없다. 나이나 성별, 지위고하를 떠나 누구나 친구가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소통과 공감이다.
여성과 남성 관계도 마찬가지다. 이제 상대입장에서 생각하고 배려할 줄 아는 '친한 친구' 관점에서 바라볼 때가 됐다. 과거 남성에 비해 뒤처진 여성권익을 끌어올리려다 보니 안타깝게도 여성과 남성 관계를 대결구도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었다. 여성대표성이나 경력단절문제를 생각하면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사회진입 단계의 남녀차별은 많이 사라졌다. "여성가족부가 이제 남성들도 좀 챙겨주세요"라는 투정 섞인 요청도 많이 듣는다. 이제 우리 사회는 한 차원 더 높은 여성의 발전, 진정한 양성평등 실현을 위해 나아가고 있다.
지난 20년간 여성정책의 밑거름이 됐던 '여성발전기본법'도 7월부터 '양성평등기본법'으로 바뀌었다. 어느 한 쪽 성(性)에 불리한 정책이나 제도가 있는지 적극적으로 찾아 개선해 나간다. 그동안 '여성주간'이었다가 올해부터 새롭게 태어난 '양성평등주간'은 특히 양성 모두의 일ㆍ가정양립 문화 확산의 메시지를 담았다. 여성과 남성이 육아와 가사를 함께하고, 경제활동과 가족생활의 보람과 행복을 공유할 때 가족행복은 커지고 국가경쟁력도 높아질 것이다. 대결과 경쟁보단 화합과 상생의 시너지가 크다.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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