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스승의 날'이 불편한 스승들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불법 촌지·선물' 엄중 경고에 잠재적 범죄자 취급…"차라리 기념일 없어졌으면"

스승의 날. 사진=아시아경제DB

스승의 날. 사진=아시아경제DB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차라리 스승의 날이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서울 양천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 A씨(27ㆍ여)는 스승의 날에 선물이나 촌지를 받는다고 오해받을까봐 겁이 난다고 고백했다. 스승의 날을 앞두고 학생들에게 꽃이나 선물을 가져 오지 말라고 수차례 강조했다는 그는 "학생들이 선물을 준다고 하지도 않았는데 미리 거절하는 게 참 민망하다" 면서도 "그래도 불필요한 오해를 사는 것보다는 사전에 알리는 게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5월15일 '스승의 날'은 스승에 대한 공경심을 키우고 교사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해 지정된 날이지만 정작 교사들은 자부심보다 불안감이 크다. 교사들 사이에서는 '예비 범죄자' 취급하는 분위기에 불쾌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서울 마포구의 초등학교 교사 B씨(27ㆍ여)는 "교육부나 교육청에서 스승의 날에 맞춰 불법 촌지 근절 대책 등 공문을 발송하고 사회적 분위기도 교사들을 범죄자 취급 하니 정말 내가 잘못을 한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고 털어놨다.
박근혜 대통령이 처음으로 스승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노고를 치하했으나 한편으로 교육당국은 스승의 날을 앞두고 대대적인 공직기강 복무 점검에 나서는 등 법석을 떨었던 영향으로 보인다. 교육부와 전국 시ㆍ도교육청은 지난 11일부터 스승의 날인 15일까지 집중적인 현장점검을 실시했다. 교육부가 각 시ㆍ도교육청에 보낸 공문에는 스승의 날을 포함해 점검을 실시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점검 사항으로는 학교 회계, 교원의 근무 태도 등과 함께 불법 찬조금ㆍ촌지 수수에 관한 내용이 포함됐다.

복무 점검 실시와 함께 교육청에서는 각 교육지원청을 통해 학교로 공문을 발송해 학교에서 학부모에 '불법 찬조 및 촌지 근절 안내' 가정통신문을 발송하도록 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가정 통신문에는 '간소한 선물이라도 준비하지 않도록 부탁한다'며 서울시교육청 공익제보센터 등 불법 촌지 신고처의 연락처 등을 기재해 놓았다.

또 시교육청은 지난 3월부터 '불법 촌지 근절 대책'을 시행하며 학교장 명의로 교사와 학부모에게 불법 찬조금과 촌지를 금지하는 내용의 안내 문자를 전송했다. 동시에 교육현장의 부조리를 신고하는 사람에게 최고 1억 원의 보상금을 지급하는 '공익신고 보상금제' 운영에 나섰다.
이에 교사를 '잠재적 범죄자' 취급한다며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등이 시교육청 앞에서 시위를 벌이며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삼엄한 분위기 속에 스승의 날을 맞아 교사들은 아무 일 없이 넘어가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됐다. 서울 양천구의 한 고등학교 교사 C씨(52ㆍ남)는 "학교에서는 별다른 행사 없이 최대한 조용히 넘어가려한다"며 "눈치가 보여 카네이션 하나 다는 것조차 어려운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교원단체는 "교육부와 교육청이 극소수의 불법 촌지 수수 사례를 마치 전체 교사가 한 것처럼 보고 공문이나 문자 등을 보내 오히려 교사들의 사기를 더 떨어뜨린다"며 "교사를 교육개혁 대상으로 볼 것이 아니라 교육 개혁을 실현하는 주체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슈 PICK

  • '바보들과 뉴진스' 라임 맞춘 힙합 티셔츠 등장 어른들 싸움에도 대박 터진 뉴진스…신곡 '버블검' 500만뷰 돌파 하이브-민희진 갈등에도…'컴백' 뉴진스 새 앨범 재킷 공개

    #국내이슈

  • "딸 사랑했다"…14년간 이어진 부친과의 법정분쟁 드디어 끝낸 브리트니 공습에 숨진 엄마 배에서 나온 기적의 아기…결국 숨졌다 때리고 던지고 휘두르고…난민 12명 뉴욕 한복판서 집단 난투극

    #해외이슈

  • 이재용 회장, 獨 자이스와 '기술 동맹' 논의 고개 숙인 황선홍의 작심발언 "지금의 시스템이면 격차 더 벌어질 것" [포토] '벌써 여름?'

    #포토PICK

  • 1억 넘는 日도요타와 함께 등장한 김정은…"대북 제재 우회" 지적 신형 GV70 내달 출시…부분변경 디자인 공개 제네시스, 中서 '고성능 G80 EV 콘셉트카' 세계 최초 공개

    #CAR라이프

  • [뉴스속 인물]하이브에 반기 든 '뉴진스의 엄마' 민희진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 용어]日 정치인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한·중 항의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