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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1500명 진주 대이동…혁신시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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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 날아간 최대 公기업…진주에 '숨쉬는 경제'를 통째 이식
지상 20층·연면적 13만5893㎡, 市內 최대규모
전시·체육·편의시설 지역주민에 개방 '열린사옥'
출퇴근·귀성 교통문제 해결은 아직 미흡
자체 통근버스, 주말엔 수도권까지 운영


한국토지주택공사(LH) 경남진주혁신도시 신사옥 전경. 공사중일 때 사진으로 현재는 사옥 앞 정원까지 모두 정비돼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경남진주혁신도시 신사옥 전경. 공사중일 때 사진으로 현재는 사옥 앞 정원까지 모두 정비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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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진주(경남)=조인경 기자] 지난 4월30일 아침.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새로 마련한 경남 진주혁신도시의 본사에 마지막 이사차량이 도착했다. 커다란 사무용 책상과 서류박스들이 바퀴 달린 수레에 옮겨져 화물용 엘리베이터에 실렸다.
지난달 초부터 각 부서별로 주말마다 진행된 LH 본사 직원 1500여명의 입주가 사실상 마무리되는 순간이다. 도착한 짐들을 차례로 사무실로 옮겨 컴퓨터와 모니터를 연결하고 책상을 정리하는 손길이 분주했다.

기존 근무지와 생활터전을 떠나 혁신도시 입주 공기업 중에서도 가장 먼 남쪽으로 내려온 LH 직원들의 얼굴은 상기돼 있었다. 부인과 아이들을 서울에 두고 고향인 진주로 내려오게 된 신홍길 홍보실 차장은 "학창시절을 보냈던 구도심은 옛날 그대로인데 혁신도시로 이어지는 새 길과 다리는 아직도 낯설다"고 말했다.

사옥 이전을 기념하는 개청식은 오는 6월 하순 예정돼 있지만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오늘(4일)부터 본격적인 '진주시대'를 연다. 이날 오전 이재영 LH 사장은 진주 사옥에서 첫 회의를 열었다. 서민 주거안정과 부채감축 등 현안이 많은 가운데 혁신도시 정착이라는 과제 하나가 더 늘었지만 이 사장은 시간이 흐르면서 해소될 문제라며 직원들에 대한 지원을 강조했다.
◆지하철 대신 통근버스…달라진 출근길= 올해 초 인사이동이 확정된 후 LH 본사 직원들은 일제히 진주에 숙소를 정하느라 분주했다. 배우자의 직장과 아이들 학업문제로 가족이 모두 이사하는 경우는 드물고 대부분이 단신으로 내려오기 때문이다.

이들 직원을 위해 LH는 사옥에서 200여m 거리에 직원 합숙소를 지었다. 이곳에 약 360명이 머물게 된다. 또 직원 가운데 40%가량은 4년간 한시적으로 마련되는 임시 사택에서 지낼 수 있다. 회사 차원에서 구한 직원용 사택은 한 집에 2~3명씩 방을 나눠 사용하게 된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멀찌감치 전원생활을 만끽하려는 직원까지 가세하며 진주의 주택시장은 활기를 띠고 있다.

출근길 모습은 분당 시절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진주 시내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 자동차로 20여분 거리지만 혁신도시를 지나는 버스 노선이 아직 충분히 마련되지 못한 탓이다. LH는 자체 통근버스 10여대로 주변 지역 곳곳에서 직원들을 실어 나르고 있다.

LH 진주 신청사 개요.

LH 진주 신청사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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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 시작되는 금요일 저녁부터는 서울로 귀경 행렬이 이어진다. 아직은 가족이 수도권에 남아있는 경우가 많아서다. 진주터미널에서 서울고속버스터미널까지는 버스로 3시간40여분, KTX 진주역에서 서울역까지는 3시간30분이다. 주말 오후 서울행 KTX는 5시33분과 8시 열차가 전부다. 직원들의 생활이 어느 정도 안정될 때까지 LH는 주말 서울과 수원, 분당 등 수도권까지 직원들의 '귀성'을 위해 한시적으로 6개 노선의 버스를 운영할 계획이다.

혼자 사는 직원들이 가장 만족해 하는 부분은 사내 식당에서 세끼를 모두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신사옥 맨 위쪽 19~20층에는 700명이 한꺼번에 식사할 수 있는 직원용 식당과 카페가 배치됐다. 혁신도시 내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라 인근 상평산업단지의 굴뚝과 진주종합경기장, 김시민대교 등이 한눈에 들어오고 맑은 날에는 멀리 지리산까지도 보인다. 이모 과장은 "아침, 점심은 회사에서 먹고 저녁에는 마음 맞는 동료들끼리 인근에서 맥주 한잔하고 숙소로 돌아가는 일상이 아직까지 썩 나쁘지는 않다"고 귀띔했다.

◆'공유경제' 실현하는 진주의 랜드마크 신사옥= LH 전체 직원의 약 15%에 해당하는 931명이 여성이다. 이 중 기혼자들도 많다 보니 아이들 보육과 교육문제가 눈앞에 닥쳤다. 이 때문에 사내 어린이집은 사옥 이전 초기부터 인기가 높다. 일찌감치 문을 열고 여직원 자녀들을 우선 배정하고 있다. 정원 157명 가운데 벌써 110명이 채워졌다. 지난주 옮겨간 직원들 자녀까지 입소하면 이내 정원이 찰 것으로 보인다.

한 여직원은 "직장 따라 아이를 데려왔는데 회사일과 육아, 살림까지 감당해야 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면서도 "회사 보육시설에 우선 맡길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또 "앞으로 학원이나 교육시설이 신속하게 들어서 아이를 키우는 데 고민을 덜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지난 3월 말 완공된 LH 신사옥은 이미 진주시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떠올랐다. 9만7165㎡에 들어선 지상 20층(높이 92.65m), 연면적 13만5893㎡의 건물은 진주에서 단일 건축물로는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본관 남측에 들어설 토지주택박물관은 우리나라의 건축역사를 한눈에 보여주는 전시물로 채워지는데 역사적으로 가치 있는 유물들이 손상되지 않도록 무진동 차량 등을 이용해 옮겨오고 있다.

LH 분당 사옥에서 옮겨진 이삿짐들이 지난달 30일 진주 신사옥 입구에 내려지고 있다.

LH 분당 사옥에서 옮겨진 이삿짐들이 지난달 30일 진주 신사옥 입구에 내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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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는 사옥 야외의 녹지공간은 물론 체육ㆍ보육시설, 전시시설, 생활편의시설 등을 일반에 적극 개방하며 지역주민들에게 다가설 계획이다. 이재기 LH 본사이전기획부장은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속히 뿌리 내리기 위해 여러 지역 동화(同化)사업을 준비하고 있다"며 "주요 업무시설을 제외한 공간을 주민들과 공유하면서 지역경쟁력 강화에 일조하겠다"고 말했다.

◆"지역경제 활력 찾을까" 주민들 기대감= 새로운 인구가 유입되고 오가는 외지인이 많아지면서 도시 분위기도 한층 달라졌다. 터미널이나 역전에서 택시를 이용하는 손님이 급증하고 혁신도시 인근 식당가에서는 승합차로 단체손님들을 모셔오는 일도 잦아졌다.

진주축산농협이 운영하는 고깃집의 정용식 점장은 "작년 말 남동발전이 이전한 후 평일 점심이나 저녁 회식차 찾는 이전 기관 손님들이 늘어 매출이 뛰었다"며 "LH 직원 수가 가장 많다고 하니 서비스를 잘 해야하지 않겠냐"며 웃어 보였다.

이한진 코레일 부산경남본부 진주부역장은 "작년과 비교할 때 서울행 KTX를 이용하는 승객이 20%가량 늘었는데 아직까지는 혁신도시에 근무하는 직원들보다는 주중에 이들 공공기관에 일을 보러오는 출장자들이 더 많은 것 같다"고 했다.

문태헌 경상대 건축도시토목공학부 교수는 "하나의 도시가 완성되는데 적어도 10년의 시간이 걸리는데 진주혁신도시는 이제 터만 닦아놓은 수준"이라며 "지역사회가 이전 공공기관들의 불편함이 무언지,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사안이 어떤 것인지 점검하고 살펴 신속하게 정주 여건이 갖춰지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문 교수는 "LH 역시 집약된 건설ㆍ설계기술을 활용, 앞으로 동반 이주해 올 여러 엔지니어링업체, 감리회사 등과 연계해 지역 내 고급인력을 키우고 더 많은 관련 기업들을 유치하는 데 함께 앞장서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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