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ECJ 법관 숫자 두 배로 늘린다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유럽사법재판소(ECJ)의 법관 숫자가 두 배인 56명으로 증가할 예정이라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현재 유럽연합(EU) 회원국 별로 한 명씩 법관 숫자가 각 두 명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ECJ는 애초 12명 증가를 원했다. 하지만 28개 회원국 중 12명을 어느 국가에 배정하느냐를 두고 회원국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아예 공평하게 한 명씩 늘리기로 한 것이다.
법관 숫자가 예상보다 크게 늘면서 ECJ가 법관과 관련해 부담해야 할 비용도 연간 2000만유로 이상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ECJ 법관은 연간 22만유로의 보수를 받고 각종 연금 혜택도 보장받는다. 마크 재거 ECJ 소장은 지난주 유럽의회에 공개 서한을 보내 법관 수 확대에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서한에서 ECJ가 더 적은 비용으로 송사를 더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법관 숫자 확대는 ECJ의 판결이 지나치게 오래 걸린다는 비난에 따른 것이다. 특히 기업 공정경쟁과 관련된 복잡한 소송의 경우 ECJ 최종 판결까지 평균 4년의 시간이 걸려 불만이 높았다.
ECJ는 기업이나 개인이 EU 기관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을 다루는데 제기되는 송사 건수는 해마다 늘고 있다. 2011년 772건, 2013년 790건으로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역대 최다인 912건을 기록했다.
이에 ECJ 법관 확대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됐으나 법관 배당 문제, 비용 문제 등이 걸림돌이 되면서 쉽게 합의 도출이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임시방편으로 법관들을 돕는 법무관 숫자를 늘렸고 덕분에 소송을 준비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절반으로 줄었다. 법무관들에 들어가는 비용은 법관들의 8분의 1 수준에 불과하지만 이 역시 비용 문제를 두고 불만이 제기돼 법무관 숫자도 충분히 늘리지 못 했다. 법무관 숫자는 법관 숫자보다 적은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한 ECJ 법관은 휘발유 없는 페라리를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불만을 나타냈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되레 법관 숫자를 19명으로 줄이는 것을 제안하기도 했으나 EU 정상들은 28명을 유지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이같은 ECJ 법관 숫자와 관련된 논란은 EU가 하나의 단일화된 의견을 도출하는데 얼마나 어려움을 겪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FT는 지적했다.
영국 EU 대표부의 한 대변인은 "ECJ가 개혁돼야 하고 좀더 효율적이어야 할 필요는 있지만 법관 숫자를 두 배로 늘리는 것이 개혁을 위한 올바른 방법인지에 대해서는 확신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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