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예산안 편성지침, 국고보조사업 10% 감축 등 재정개혁
복지구조조정 우려엔 "틀 안바뀐다" 선 그어…원칙 지키는게 관건

[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조슬기나 기자]정부가 재정 보조사업 2000여개 가운데 10%인 200여개를 내년에 없앤다. 또 재정사업별 타당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우선순위가 낮은 사업의 예산에 대한 삭감ㆍ폐지를 의무화 한다.


나라살림이 점차 빠듯해지자 씀씀이를 다시 살펴 혈세의 누수를 줄이고, 절약한 예산은 경제활성화, 복지 등 꼭 필요한 분야로 돌려쓰겠다는 방침이다. 4년 연속 대규모 세수펑크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증세 카드'를 뒤로 넘긴 최경환 경제팀으로선 재정여건 상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는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16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지침'을 심의ㆍ의결했다.


정부는 향후 경제상황이 큰 폭으로 개선되지 않아 세입여건이 불확실한 반면 복지지출이 늘어나고 국정과제 수행을 위한 투자도 많아지는 등 재정운용 여건이 좋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강도 높은 재정개혁을 위해 '3대 전략, 10대 과제'를 추진기로 했다.

우선 재정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우선순위가 낮은 사업의 예산을 줄이거나 없애는 한편 모든 보조사업을 대상으로 '보조사업 운용평가'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예산에 반영한다. 삭감ㆍ폐지를 통해 마련된 재원은 국정과제 등에 재투자할 계획이다.


또 사업 구조개편을 위해 사업수 총량관리제를 도입한다. 보조사업의 경우, 부처별로 사업수를 10% 감축해 요구하기로 했다. 보조사업 외 재정사업은 기존 사업을 폐지할 경우 1대 1로 신규사업을 추진하는 '원아웃 원인(one-out, one-in)' 방식을 적용한다. 내년도 예산편성시 600여개 유사ㆍ중복사업 통폐합을 조기에 완료하기로 했다.


재정여건의 어려움을 감안해 민관이 사업리스크를 합리적으로 분담하고, 추진절차를 단축하기 위한 절차 간소화(패스트 트랙)을 추진한다. 임대리츠, 민간 대행개발 등 사회간접자본(SOC) 사업방식을 다각화 하고, 민간투자자와 국요재산 공동개발도 진행할 예정이다.


신규사업 추진이나 기존사업에 대한 예산 확대가 필요한 경우에는 먼저 해당 부처에서 지출절감 계획을 마련하도록 하는 '재원연계 지출(페이고)' 원칙도 본격화 한다. 부처에서 지출증가ㆍ세입감소를 수반하는 법률 제ㆍ개정 또는 계획을 수립할 때에도 재원조달방안을 첨부해 기획재정부와 협의후 추진하도록 할 계획이다.


지방 교부세에 대해서는 산정방식을 단순화 하고, 인구구조 변화를 반영해 사회복지비 비중을 확대하는 등 배분기준을 바꾼다. 지방자치단체가 세출 구조조정, 비과세ㆍ감면 축소 등 재정건전화 노력을 하면 인센티브를 늘릴 예정이다. 특별교부세는 지자체별로 국가시책사업 성과에 대한 평가결과를 반영하기로 했다.


보조금 부적정 수급을 막기 위해 국고보조금통합관리시스템 구축, 신고포상금제 도입 등 인프라를 확충하는 동시에 신규사업 적격성 심사제, 일몰제 도입 등 보조사업의 선정 심사ㆍ평가도 강화한다. 민간 보조사업자의 정보공시ㆍ외부회계감사를 의무화하고, 부정수급시 징벌적 과징금과 사업참여 영구 금지를 도입하기로 했다.


정부가 이 처럼 강도 높은 재정개혁을 골자로 한 '내년도 예산안 편성 지침'을 확정한 배경은 그만큼 나라살림이 빠듯하기 때문이다.


기본방향은 과감하고 항구적인 재정개혁이다. 지난 3년간 총 22조원대의 세수결손이 발생한데 이어 올해도 대규모 세수펑크가 우려되는 등 세입여건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반면 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 복지제도 정착 등으로 세출 수요는 커지는 추세다. 재정건전성을 나타내는 관리재정수지는 박근혜정부 첫해인 2013년 21조원 적자, 지난해에는 29조5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송언석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은 "세수부족사태 등을 고려해 여러 개혁조치를 통한 재원을 만들겠다는 의지로 봐달라"며 "관행적으로 나눠먹기식으로 예산이 반영돼 왔는데, 이 부분을 과감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첫 타깃은 58조원 규모의 국고보조사업이다. 국가예산의 15%를 차지하는 국고보조사업은 유형이 방대하고 관리주체가 불분명해 '눈먼 돈'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부정부패의 온상으로 지적돼왔다.


다만 정부는 복지구조조정이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경계감을 표시했다. 송 실장은 "최근 복지분야 재정이 늘었는데 이 과정에서 적절치 못한 수급자, 누수 발생한 부분에 대해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으로, 틀 자체가 바뀌진 않는다"며 "(보조사업 수 감축 은) 재량적 지출에 해당하는 것이 주 타깃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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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같은 재정개혁방안이 새롭지 않은데다, 선거를 앞둔 국회의 지역구 챙기기 경쟁, 예산 구조조정을 둘러싼 기득권 논란 등으로 인해 험로가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과연 정부가 원칙을 제대로 지켜나갈 수 있을 지가 가장 큰 문제다.


국책 경제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예산당국이 재정개혁을 외친다 해도 급증하는 복지수요, 국회의 지역구 챙기기 경쟁, 부처의 기득권 싸움 가운데 늘 예산이 누더기가 되기 일쑤였다"며 "정부가 원칙을 지켜가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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