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예산지침]빠듯한 나라살림에 또 나온 '재정개혁'…'눈먼 돈' 줄어들까?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정부가 보조사업 10% 감축 등 강도 높은 재정개혁을 골자로 '내년도 예산안 편성 지침'을 확정한 배경에는 그만큼 나라살림이 빠듯하다는 판단이 있었다. 씀씀이를 꼼꼼하게 살펴 혈세의 누수를 줄이고, 절약한 예산은 경제활성화, 복지 등 꼭 필요한 분야로 돌려쓰겠다는 설명이다. 4년 연속 대규모 세수펑크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증세 카드'를 뒤로 넘긴 최경환 경제팀으로선 재정여건 상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왜 칼 빼들었나?=내년도 재정운용의 기본방향은 과감하고 항구적인 재정개혁이다. 지난 3년간 총 22조원대의 세수결손이 발생한데 이어 올해도 대규모 세수펑크가 우려되는 등 세입여건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반면 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 복지제도 정착 등으로 세출 수요는 점차 커지고 있다. 향후 재정수지와 국가채무 관리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배경이다.
재정건전성을 나타내는 관리재정수지는 박근혜정부 첫해인 2013년 21조원 적자, 지난해에는 당초 예상(25조원)을 훨씬 웃도는 29조5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남은 3년간 중기재정계획에 따르면 적어도 140조원 안팎의 적자가 예상된다.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가운데, 예산 누수와 낭비는 더이상 방치할 수 없을만큼 심각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송언석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은 "관행적으로 나눠먹기식으로 예산이 반영돼 왔는데, 이 부분을 과감하게 검토하겠다"며 "지난 3년간 세수부족사태 등을 고려해 여러 개혁조치를 통해 재원을 만들겠다는 의지로 봐달라"고 말했다.
◆'눈먼 돈' 줄인다…"복지 틀 바꾸진 않아"=첫 타깃은 58조원 규모의 국고보조사업이다. 국가예산의 15%를 차지하는 국고보조사업은 유형이 방대하고 관리주체가 불분명해 '눈먼 돈'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부정부패의 온상으로 지적돼왔다. 보조금을 부정하게 타내거나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다가 검찰, 경찰, 감사원에 적발당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관행적으로 이어져온 재정사업을 전면적으로 다시 들여다보고 과감한 폐지, 축소를 진행한다. 모든 보조사업은 운용평가를 거쳐 예산 편성과정에 반영하기로 했다. 또 부처별로 신규사업을 포함한 보조사업 수는 10% 감축한다. 이밖에 복잡한 교부세 산정방식을 단순화하고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를 반영해 사회복지비 비중을 확대하는 등 배분기준도 바꾼다.
다만 정부는 복지구조조정이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경계감을 표시했다. 송 실장은 "최근 복지분야 재정이 늘었는데 이 과정에서 적절치 못한 수급자, 누수 발생한 부분에 대해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이고 재정개혁으로 인해 틀 자체가 바뀌진 않는다"며 "(보조사업 수 감축 역시)법에 의해 정부가 책임지고 의무적으로 해야하는 사업보다는 재량적 지출에 해당하는 것이 주 타깃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확보한 재원은 주요 사업에 재투자한다는 방침이다. 경제활성화, 맞춤형 복지, 고령사회와 통일 대비 등이 중점투자방향이다. 박 대통령의 드레스덴 통일 구상과 관련한 예산은 올해 3600억원으로 전년보다 50% 늘어난 기조가 내년 예산에도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지역구 챙기기 등 험로 예상=정부가 빠듯한 나라살림 가운데 누수를 틀어막고 불필요한 씀씀이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큰 원칙을 삼은 것은 분명 옳은 방향이다. 그러나 방법론이 새롭지 않은데다, 선거를 앞둔 국회의 지역구 챙기기 경쟁, 예산 구조조정을 둘러싼 기득권 논란 등 험로가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과연 정부가 원칙을 제대로 지켜나갈 수 있을 지가 가장 큰 문제다.
이 같은 시도가 현 정부 들어 처음도 아니다. '공약가계부'처럼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소리만 요란했던 사례를 반복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까닭이다. 최경환 부총리가 강조한 '제로베이스 검토' 등은 예산안 작성 때마다 나오는 단골 멘트 중 하나다.
국책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칼을 든 예산당국이 재정개혁을 외친다 해도 급증하는 복지수요, 국회의 지역구 챙기기 경쟁, 부처의 기득권 싸움 가운데 늘 예산이 누더기가 되기 일쑤였다"며 "정부가 원칙을 지켜가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과만 따지다 자칫 예산 구조조정으로 인해 필요한 지원이 줄어드는 엉뚱한 결과도 우려된다. 누수와 낭비는 줄이되, 필요한 사업에 대한 지원은 확대하는 세심한 재정정책이 필요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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