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성 높지 않지만 투자경쟁
경제성보다 부수적 효과가 더 커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2011년 9월 건설업계의 이목은 용산에 쏠려 있었다. '단군 이래 최대 사업'이라고 불리는 용산국제업무지구 랜드마크 빌딩(111층)의 시공사 선정일이었기 때문이다. 이 빌딩은 여의도 63빌딩의 두 배 이상 규모로 사업비만 1조4000억원에 달했다. 건설사 선정 공모안이 확정되자 국내 20위권내의 건설사들은 일제히 참여 뜻을 내비쳤다. 치열한 수주전 끝에 시공권은 삼성물산에게 돌아갔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2013년 3월 삼성물산은 손실을 감수하고 시공권을 포기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은 크고 작은 소송과 금융비용만 남긴 채 지금까지 방치돼 있다.


이 밖에도 서울 상암동 라이트타워(133층), 뚝섬 비즈니스센터(110층) 등이 장밋빛 청사진을 그리며 사업을 추진했지만 첫 삽조차 뜨지 못했다. 이 같은 사례는 수없이 많다. 사업성도 그리 높지 않아 시공을 하고도 적자를 봤다는 소문도 무성하다. 그러나 건설업계는 여전히 초고층 빌딩 사업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롯데그룹은 롯데월드타워 공사를 한창 진행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초고층 빌딩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 매입을 위해 10조5500억원을 썼다.

수익성과 사업 위험성 등의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음에도 대형 건설사들이 초고층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업계에선 단순히 사업성만 놓고 얘기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최첨단 기술의 집약체인 초고층 빌딩은 그 자체만으로도 자본력, 기술력 등을 보유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또 도시의 랜드마크로 관광필수 코스와 더불어 홍보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초고층 빌딩 시공은 사업 추진에서 여러 변수가 있고 경제성도 확신할 수 없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대외적으로 회사의 위상을 높이고, 그에 따른 부수적인 효과들이 더 크다"고 말했다.


초고층 빌딩을 짓기 위해선 혁신적 건설공법이 필수적이다. 고강도 콘크리트, 초고속 엘리베이터 기술, 에너지 절감을 위한 자연에너지의 활용 기술, 에너지 재활용 시스템 등이 뒷받침 돼야 한다. 이 뿐 아니라 쓰레기 운송처리 시스템, 화재ㆍ테러 방지를 위한 재난 방재 시스템 등도 필히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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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끊임없는 기술개발 덕분에 공사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기술들이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다. 이 때문에 초고층 빌딩 공사비가 중층 빌딩에 비해 2~3배 많이 들어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건 이제 옛말이 됐다. 이종관 쌍용건설 해외건축공사팀장은 "뛰어난 기술력과 공사 관리 능력은 필수"라면서 "경험을 축적하고 고가 장비들을 잘 활용해 시공한다면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또 초고층 빌딩을 시공하는 것만으로도 세계의 주목을 받아 자연스러운 홍보효과도 누릴 수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부르즈 칼리파(160층)를 시공한 삼성물산은 2010년 1월 준공 전까지 5년여의 공사현장을 카메라에 담아 홍보영상으로 제작했다. 짧은 광고 속에 녹아든 공사현장은 삼성물산의 초고층 기술을 시청자에게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 이복남 서울대 건설환경종합연구소 교수는 "단순히 랜드마크 욕심이 아닌 그 이상의 부가가치가 있다"면서 "앞으로도 초고층 빌딩은 계속 지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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