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에는 모두가 '함께하는 삶'을 누렸다. 부족했지만 서로 나눌 줄 알았고, 대문을 열어놓고 방문을 걸지 않았어도 무언가 잃어버릴 염려를 하지 않았다. 생사고락을 함께하는 가족과 같은 이웃이 있었기에 그 어려운 시절을 이겨내지 않았나 싶다. 고향 속에 우리의 삶이 있었고, 우리는 그 속에 어우러져 살아왔다.
2013년 말 현재 도시화율은 90%, 아파트에 거주하는 비율이 60%에 가깝다. 상당수의 학자와 전문가들이 여러 사회문제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여기에 두기도 한다. 이를 극복할 대안으로 '이상적인 환경'을 제시하고 있다. 깨끗하고 넓은 자연환경에서 아이들이 뛰어 놀고, 모든 세대가 정겹게 어우러지며 이웃과 함께 더불어 사는 삶. 정답은 옛날 우리가 살던 대로 함께 어울려 사는 공동체 문화의 회복에 있었다.
정부가 공동주택관리 정책을 수립하고 운영하면서, 그 '이상적인 환경'이 아파트 안에서도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음을 확신하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아파트를 메마르고 삭막한 도시민의 삶을 상징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하지만, 서로 마음의 문(門)을 열어놓는다면 오히려 그 안에 살고 있는 모두가 한 가족처럼 가까워질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예전 한 동네에서 모두가 한 가족처럼 살던 아름다운 문화가 아파트에서 실현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정부는 새롭게 만들어지는 '공동주택관리법' 안에 공동체 문화 활성화를 지원하기 위한 제도적 방안을 담아내고자 했다. 이 제도가 이웃과 함께 행복한 공간을 만들어 나가기를 소망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아파트에 거주하는 분들께서 먼저 마음의 문을 열어주시기를 희망해 본다.
누구나 마음속에 '살고 싶은 마을'을 꿈꿔본 일이 있을 것이다. 물리적인 시설이 충분히 갖춰진다고 해서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곳이 살고 싶은 마을이 되기는 어렵다. 그 첫 걸음은 서로의 마음을 여는 일이다. 차갑게 닫혀 있던 아파트의 문(門)을 열고 이웃과 소통을 시작하는 것. 거기에서부터 공동체 문화의 변화는 시작될 것이다.
서로를 향해 늘 따뜻하게 열려있던 대문을, 기성세대가 당연하게 누렸던 함께하는 삶의 풍족함을, '고향'의 의미를, 우리 자녀들에게도 기쁜 마음으로 선물할 수 있는 날이 어서 오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서정호 국토교통부 주택건설공급과장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