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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허니버터칩, 그 맛에 대한 성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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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하고, 고소하고, 짭짤하고, 감자 맛이 난단다. '난다'가 아니라 '난단다'이다. 직접 맛보지 못하고 풍문으로 전해들은 화법이다. 연일 '품절'이라지 않는가.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 3000원짜리 한 봉지 사먹지 못해 안달 난 사람들이 줄지어 부산~대마도를 이을 기세다. 인터넷에서는 1만원, 2만원 웃돈까지 얹어 거래된다. 급기야 '대한민국에서 가장 힘든 일은 인터스텔라를 아이맥스로 보면서 허니버터칩을 먹는 것'이라는 농담까지. 허니버터칩이 인터스텔라 급에 올라섰으니 대한민국 제과업계의 쾌거요, 감자칩 가문의 영광이 아닐쏘냐. 그러니 이 열풍의 원인이 자못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1. 식품영양학적인 접근. 허니버터칩의 단맛과 짠맛은 혀에서 상호작용을 일으킨다. 두 맛이 합쳐지면 뇌는 단맛을 좀 더 강하게, 짠맛을 좀 더 약하게 느낀다. 약한 짠맛이 더해지면서 단맛은 단단해지고, 단맛이 가미되면서 짠맛은 부드러워진다. 부작용도 있다. 나트륨이나 트랜스지방이 많은 데다, 많이 먹어도 짠맛을 덜 느끼니 과잉섭취한다. 덮어놓고 먹다보면 '배둘레햄'을 못 면한다.
2. 마케팅학적인 접근. 일부러 생산하지 않느니 어쩌니 뒷말이 많지만 해태제과 생산공장은 숨이 넘어간다. 강원도 원주시 문막 공장은 3교대 근무에 휴일 없이 24시간 가동하지만 물량이 달린다. 없어서 못 판다고 하니 더욱 맛보고 싶어지는 게 사람 심리다. '희소성의 법칙'이다. 창고에 가득 쌓인 치약 재고를 털어내기 위해 '오늘부터 치약 판매를 1개로 제한한다'고 광고해 대박을 터트린 사례처럼.

3. 사회학적인 접근. 2013년 미국이 경기 침체를 겪을 때 도넛업체들이 호황을 누렸다. 위축된 경기에 짓눌린 사람들이 단 음식에 끌렸다. 실제로 스트레스는 단맛을 부른다. 당분을 먹을 때 분비되는 호르몬 세로토닌은 심리를 안정시킨다. 2014년 대한민국도 춥고 서글프다. 연일 터지는 대형 사건 사고, 사회 지도층의 잇단 비리, 가족 공동체의 붕괴 위기, 팍팍해진 경기로 서민들은 등이 굽는다. 그런 우울과 피로와 권태와 통증이 달콤한 진통제를 찾아 나서는 것이다.

4. 총평. 허니버터칩의 인기는 1과 2 그리고 3이 맞아 떨어진 결과다. 열풍은 또한 유통기한이 있게 마련. 다만, 그때는 이 삭풍에 헐벗은 사회를 뉘라서 껴안아줄 것인가. 또 무엇이, 누군가가 진통제 역할을 해줄 것인가. 달콤 짭짜름한 허니버터칩의 열풍을 바라보는 심정이 시큼 떨떠름한 이유다.




이정일 산업2부장 jaylee@asiae.co.kr<후소(後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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