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행위' 처벌 대신 치료 권고 받아들여 기소유예…"검찰 견제 위해 설립했는데 방패막이 전락" 논란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검찰 기소권 남용을 견제하고자 도입된 '검찰시민위원회'가 오히려 검찰의 '방패막이'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검찰이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52·사법연수원 19기)의 '공연음란' 혐의와 관련해 검찰시민위의 의견이라며 병원치료 및 '기소유예' 결정을 내리면서 이 같은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김 전 지검장에 대한 기소유예는 사건 초기 검찰 지도부가 밝혔던 '철저 수사' 방침과는 달리 사건 처리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나왔다.


법무부와 검찰은 지난 8월12일 김 전 지검장이 제주시에서 음란행위를 벌여 논란을 일으킨 직후 김 전 지검장에 대해 '면직' 결정을 내리면서 엄정하고 신속하게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신속한 수사' 약속과는 달리 검찰의 사건처리는 차일피일 미뤄졌고, 3개월이 지나서야 처벌을 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검찰의 이 같은 판단의 명분으로 검찰시민위의 결정을 들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광주고검 검찰시민위는 지난 10일 위원 13명 중 11명이 참석한 가운데 논의를 벌여 만장일치로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검찰시민위의 이 같은 결정은 검찰 견제가 본래 목적인 본래 취지와 맞지 않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검찰의 '면죄부 결정'에 명분을 제공했다는 비판이다.


대검찰청은 지난해 5월 기존의 검찰시민위와는 별도로 검사의 비리와 관련한 사건을 판단하는 검찰시민위를 전국 5개 고검에 설치했다. 당시 검찰은 수사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상급청인 고검에 시민위원회를 만들어 지검의 사건에 대한 심의를 전담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도 제주지검 검찰시민위가 아닌 광주고검 검찰시민위에서 판단했다. 검찰시민위는 대검 예규 533호를 근거로 운영된다. 검찰시민위원은 만 20세 이상의 대한민국 국민 중에서 '건전한 상식과 균형감을 갖춘' 일반 시민들을 위원으로 위촉하도록 돼 있다. 직업, 연령, 성별, 거주지 등을 고려해서 결정한다. 공정성 담보를 위해 지역사회 각 단체의 추천을 받거나 공개모집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운영의 투명성을 내세우는 것과 달리 실제로 어떤 인물이 위촉돼 어떤 활동을 벌이는지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검찰 '입맛'에 맞는 인물들로 위원을 구성하고 있다는 의혹의 시선도 끊이지 않고 있다.


광주고검 검찰시민위는 대학교수, 공공기관장, 의사, 종교인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주임검사 설명과 주치의 의견 등을 종합해 결론을 내렸지만 판단의 적절성을 놓고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검찰은 기소유예 처분이 다른 유사한 사건들과 비교할 때 형평성에 어긋난 게 아니라는 입장이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 2010년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공연음란 사건은 4544건인데 기소유예 처분은 전체의 14%인 636건이다. 검찰은 동종전과가 없는 초범일 경우 대부분 기소유예 처분한다고 설명했다.


광주고검 안상돈 차장검사는 '면죄부' 논란에 대해 "오히려 전 지검장이라는 지위 때문에 더 고심했다"면서 "그렇지 않았다면 고심하지 않고 기소유예 처분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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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시민위의 설명대로 김 전 지검장이 정신질환을 앓아 왔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여전히 논란은 남는다. 결과적으로 정신질환자가 검사들을 지위하는 검사장 직무를 수행해 왔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변호사는 "치료가 필요한 사람을 처벌하는 것만이 옳은 것은 아니지만 검찰이 그동안 다른 사건에서 기소 대신 치료를 선택했는지 되묻고 싶다"면서 "정신질환자가 검사장으로 있었다는 것도 검찰 인사관리의 문제점을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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