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꺼인 듯 내꺼 아닌 '썸족'과의 전쟁, 이렇게 이겨라"‥2015 필승법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의 '양의해 전망 '트렌드 코리아 2015'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2014년 문화시장에서 가장 많이 소비된 상품은 '썸'과 '의리'다. 이에 사회학자들은 "(썸과 의리는) 2013년 '힐링'열풍을 잠재운 키워드로 나 스스로 치유하기 어려워진 사람들이 사회적 '관계 맺기', 소통속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도"라고 해석한다. 그러나 '썸'이라는 키워드는 '밀당'을 동반할 만큼 복잡 미묘하다. 썸문화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세대는 20∼30대다. 이들은 대학생이거나 취업 준비생, 사회초년병으로 아직은 사회적 결정권을 확보하지 못한 부류다. 여전히 불안하고, 늘상 결정장애에 시달리면서 자기 감정을 확신할 수 없어 서로 '간' 보며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즐긴다. 대체로 SNS상에서의 소통에 더 익숙한 젊은 세대들이 오프라인에서 실질적인 접촉이 이뤄질 경우 오히려 주저하고, 자신을 분명히 드러내지 못 하며, 자기 노출 혹은 '관계 맺기'를 두려워 한다. 그래서 젊은이들은 썸을 탄다. '쿨(cool)&핫(hot)'을 대체한 소비 행태로 간주된다.
또 하나 가장 많이 소비된 상품인 '의리'는 '으리'로 불리며 조금은 가볍고, 말장난처럼 유머스럽게 즐기는 경향이 있다. '항아으리', '회오으리' 등 은연 중 의리 없는 사회를 풍자하고 질책하며 노는 풍속도다. 이는 조직에 대한 낮은 충성도와 연대의식, 권력, 돈에 영합해 가는 세상을 패러디한다. 특히 배신과 불신의 풍조, 리더십 부재, 신뢰에 대한 목마름이 반영된 문화다. 이 문화는 주로 40∼50대가 소비했다. 이들은 자리를 구축하고, 사회적 이슈를 주도하는 연령층이다. '으리'라는 상품이 소비된 배경에는 인간 군상의 만화경같은 세태에서 관계맺기의 절박성을 반영한다. 젊은 층의 '썸'과 중년층의 '으리'는 같은 메타포어다.
지금 시장은 생산수단이 없는 썸족인 청년들과 생산수단을 장악한 중년들로 구분된다. 이는 달리 말해 고객과 기업라는 관계로 치환될 수 있다. 따라서 이리 재고, 저리 재는, '치고 빠지기'에 능숙한 소비자들과 '으리'를 내세우며 물건을 팔려는 기업들의 밀당이 벌어지는 셈이다.
"'썸&으리'라는 두개 문화가 혼재된 지점에서 기업들이 읽어야할 메시지는 무엇인가 ?" 이젠 썸의 논리로 무장한 고객들에게 아무리 '으리'를 외쳐봐야 큰 효과가 없다. 괜히 미끼 좀 던져 현혹했다가는 역효과를 내기 십상이다. 이미 영리한 마케터들은 "내꺼인 듯, 내꺼 아닌" 고객들은 내버려둘 수도 없고 적극적으로 들이댈 수도 없다는 걸 알아채고 있다. 따라서 마케터들은 고객들에게 제품을 렌탈해주고, 테스트하게 해보고, 체험하게 만들고 매칭해주는 등 "씹고 뜯고 즐기"게 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이제 순정어린 고객들은 사라졌다. 가령 향수업체가 신규 브랜드를 내놓고, 온갖 설명을 해본들 '방배동 사이길' 내 향수가게보다 못 할 수 있다. 썸님들은 향수공방에 들러 자신만의 향수를 만들고, 그 향내를 나눈다. 이쯤 되면 대량생산, 대량소비 패턴에 빠진 대기업들의 고민도 깊어질만 하다. 따라서 오늘날 썸님들과 밀당하려면 핸드폰에 '셀카봉' 정도는 만들어줘도 부족할 판국이다. 시장에는 결정장애를 안고 사는 21세기 햄릿족 '썸님'들이 제품을 간보고, 치고 빠지고, 주물럭대다 던져버리기 일쑤다. 제품설명서 없는 물건은 도통 구입하려하지 않는 '증거중독자'들도 기업을 곤혹스럽게 하는 존재들이다.
"헌데 2015년 문화시장의 트렌드는 어떻게 읽어야 할까." 1997년 소비자 행태, 소비문화, 소비자사회를 연구해 온 서울대 생활과학연구소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버려졌던 골목길이 멋을 아는 사람들의 순례지로 떠오르고, 럭셔리에 지친 사람들이 평범함으로 회귀하거나 오감의 향연에 자신을 맡길 것"이라고 진단한다. 또한 옴니채널 시대가 도래해 온오프라인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꼬리경제를 이룰 것이라고 예측한다.
이에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2015년 소비 트렌드'를 △ 햄릿증후군 △ 감각의 향연 △ 옴니채널전쟁 △ 증거중독 △ 몸통을 흔드는 꼬리경제 △ 히트 앤드 런 △ 일상의 자랑질 △ 럭셔리의 몰락, 평범함의 도래 △ 달라진 할머니들 △ 숨은 골목 찾기 등 10개의 키워드로 정리한다. 여기서 햄릿증후군은 나날이 진화하는 사회환경속에서 결정장애를 겪고 있는 이들로 "이 제품을 구입해도 되는 걸까 ?"라는 의문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썸족'의 병명이다. 이들은 선택을 외주화, 즉 '아웃초이싱'하거나 오감으로 체험하려든다. 따라서 레스트랑에서 와인 추천하듯 제품을 설명하러들었다가는 큰 코 다친다. 이 경우 선택하고서도 와인을 살피며 '내 선택이 옳았나' 갸웃대며 의심한다면 추천은 안 하니만 못한 꼴이 된다. 그래서 아예 와인 가이드북을 만들어 향과 도수, 맛 등 세분화된 데이터를 내놓아야 한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의 '2015 전망'을 다룬 '트렌드 코리아 2015'는 비즈니스맨들에게 "양의 해, 일상의 작은 꿈들을 카운트하라"고 조언한다. 따라서 2015년 전망을 'COUNT SHEEP'으로 표현한다. 썸 현상이 대중화되는 상황에서 "잠 안오는 밤, 양떼를 세다 스르르 꿈나라에 가는"것처럼 안온하고 소소한 일상속으로 스며들어야한다"는 의견이다. 이 책의 대표저자인 김난도 교수는 "불과 몇년전까지만 해도 2∼3년에 걸쳐 일어나던 변화가 이제는 몇개월만에 만들어지고 확산된다"며 "그만큼 트렌드를 파악하고 대응하는 일이 중요하면서도 쉽지 않다"고 설명한다. 이어 "변화의 순간에는 위기와 기회가 함께 존재함으로 신속하고 정확하게 세상을 읽을 것"을 조언한다. <김난도 외 지음/미래의 창 출간/값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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