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 '삼성 왕조'는 2010년 이후 프로야구를 설명하는 키워드가 됐다. 4연속 통합우승은 프로야구 33년 역사에서 어떤 구단도 해내지 못한 대기록. 명문구단의 자부심은 선수들을 한 데 뭉치게 했고, 여기에 베테랑과 신인급 선수, 외국인선수의 구분은 없었다. 그리고 놀라운 집중력과 냉정함으로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21세기 최강의 팀을 원하는 삼성, 그들의 야구는 이랬다.
◆ L-Loyalty(충성심) = 선수들은 팀을 위해 희생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올 시즌 전까지 한국시리즈 무대에만 스물다섯 차례 선 이승엽(38)부터 첫 출전하는 박해민(24)과 김헌곤(26), 야마이코 나바로(27)까지 마찬가지였다.
이승엽은 "한국시리즈를 이기면서 끝내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고 했고, 나바로는 "타석에 설 때 어떻게 칠지보다 어떻게 하면 팀이 이길지를 생각한다"고 했다. 2차전에서 2루 도루를 하다 왼쪽 네 번째 손가락을 다친 박해민도 공격과 수비를 거르지 않았고, 김헌곤도 수비에서 놀라운 집중력으로 힘을 보탰다. 한국시리즈 여섯 경기 타율 0.333(24타수 8안타) 4홈런 10타점 8득점으로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나바로는 "(MVP를) 내가 받을 줄 몰랐다. 팀이 우승한 데 만족한다"고 했다.
◆ I-Ideal(이상적인) = 삼성은 '되는 팀'이었다. 마무리투수 오승환(32)이 빠지고, 주전 1번 타자이자 중견수 배영섭(28)이 군 입대로 자리를 비웠지만 임창용(38)과 나바로가 그 이상의 역할을 했다. 나바로는 채태인(32)과 최형우(31), 이승엽 등 왼손타자들에 비해 약했던 오른손 거포의 부족한 부분을 잘 채웠다. 10승 이상 투수 세 명(릭 밴덴헐크ㆍ윤성환ㆍ장원삼)과 9승 투수 두 명(J.D. 마틴ㆍ배영수)이 맡은 선발진은 가장 안정된 방어 능력을 보였고, 차우찬(27)과 심창민(21), 안지만(31), 임창용(38)이 나선 뒷문 단속도 뛰어났다.
◆ O-Opportunity(기회) = 한국시리즈 우승은 삼성과 넥센 모두에게 기회였다. 삼성은 4년 연속 통합우승이라는, 넥센은 팀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목표가 있었다. 기회를 삼성은 잡았고, 넥센은 놓쳤다. 염경엽 넥센 감독(46)은 11일 한국시리즈 6차전을 마친 뒤 "기회는 늘 오지 않는다. 정말 우승하고 싶었는데 아쉽다"며 눈물을 보였다.
◆ N-Never stop(멈출 줄 모르는) = 5차전의 극적인 승리가 결정적인 발판이 됐다. 더구나 패색이 짙은 9회말 2아웃에서 승부를 뒤집었다. 양 팀 감독은 한국시리즈를 시작하기 전부터 "3선승을 먼저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고, 삼성은 역전극으로 시리즈 3승째를 따냈다.
삼성은 그 상승세를 6차전에 고스란히 이어갔다. 6차전 최우수선수(MVP) 윤성환(33ㆍ6이닝 3피안타 1실점)은 "6차전에서 무조건 끝낸다는 생각으로 선수들과 이야기했다"고 했다. 류중일 감독(51)도 "단기전은 분위기 싸움이다. 분위기를 잡았을 때 치고나가야 편하게 간다"며 "아마 7차전까지 가 밴 헤켄과 상대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지 모른다"고 했다.
◆ S-Solidarity(결속) =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뛰었고, 지금도 소속돼 있는 팀이지만 삼성은 '개인'보다 '팀'을 중시했다. 이기고자 하는 의지를 바탕으로 한 베이스를 더 가는 데, 한 점을 더 내는 데 집중했다. 그리고 넥센에게 없었던 그 동안의 경험은 좋은 자양분이 됐다. 류 감독은 "우승을 하고자 하는 선수들의 의지가 팀을 하나로 묶었다"고 했다.
여기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6)의 경기장 방문은 선수들을 결속시키는 촉매 역할을 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경기장에서 삼성의 우승을 지켜보며 기쁨의 순간을 함께 했다. 더구나 아버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72)이 와병 중인 상황에서의 방문이었다. 류 감독을 비롯해 이승엽, 박한이(35) 등 뼛속까지 '삼성맨'이라는 의식으로 투철한 선수들에게 동기부여가 되기에 충분했다.
- 1985년(전ㆍ후기 통합우승 / 한국시리즈 없음)
- 2002년(vs LG / 4승 2패)
- 2005년 (vs 두산 / 4승)
- 2006년(vs 한화 / 4승 1무 1패)
- 2011년(vs SK / 4승 1패)
- 2012년 (vs SK / 4승 2패)
- 2013년(vs 두산 / 4승 3패)
- 2014년(vs 넥센 / 4승 2패)
◇ 역대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
- 1982년 김유동(60ㆍ외야수ㆍ두산) / 타율 0.400 3홈런 12타점
- 1983년 김봉연(62ㆍ지명타자ㆍ해태) / 타율 0.474 1홈런 8타점
- 1984년 유두열(58ㆍ외야수ㆍ롯데) / 타율 0.143 1홈런 3타점
- 1985년 한국시리즈 열리지 않음
- 1986년 김정수(52ㆍ투수ㆍ해태) / 4경기 3승 평균자책점 2.45
- 1987년 김준환(59ㆍ외야수ㆍ해태) / 타율 0.500 2홈런 4타점
- 1988년 문희수(49ㆍ투수ㆍ해태) / 3경기 2승 1세이브 평균자책점 0.46
- 1989년 박철우(50ㆍ지명타자ㆍ해태) / 타율 0.444 1타점
- 1990년 김용수(54ㆍ투수ㆍLG) / 2경기 2승 평균자책점 1.29
- 1991년 장채근(50ㆍ포수ㆍ해태) / 타율 0.467 8타점
- 1992년 故 박동희(1968~2007ㆍ투수ㆍ롯데) / 3경기 2승 1세이브 평균자책점 3.78
- 1993년 이종범(44ㆍ내야수ㆍ해태) / 타율 0.310 4타점
- 1994년 김용수(54ㆍ투수ㆍLG) / 3경기 1승 2세이브 평균자책점 0.00
- 1995년 김민호(45ㆍ내야수ㆍOB) / 타율 0.387 2타점
- 1996년 이강철(48ㆍ투수ㆍ해태) / 5경기 2승 1세이브 평균자책점 0.56
- 1997년 이종범(44ㆍ내야수ㆍ해태) / 타율 0.294 3홈런 4타점
- 1998년 정민태(44ㆍ투수ㆍ현대) / 3경기 1승 3세이브 평균자책점 0.51
- 1999년 구대성(45ㆍ투수ㆍ한화) / 5경기 1승 3세이브 평균자책점 0.93
- 2000년 탐 퀸란(46ㆍ내야수ㆍ현대) / 타율 0.346 3홈런 10타점
- 2001년 타이론 우즈(45ㆍ내야수ㆍ두산) / 타율 0.346 3홈런 10타점
- 2002년 마해영(44ㆍ외야수ㆍ삼성) / 타율 0.458 3홈런 10타점
- 2003년 정민태(44ㆍ투수ㆍ현대) / 3경기 3승 평균자책점 1.69
- 2004년 조용준(35ㆍ투수ㆍ현대) / 7경기 3세이브 평균자책점 0.00
- 2005년 오승환(32ㆍ투수ㆍ삼성) / 3경기 1세이브 평균자책점 0.00
- 2006년 박진만(38ㆍ내야수ㆍ삼성) / 타율 0.280 2타점
- 2007년 김재현(39ㆍ내야수ㆍSK) / 타율 0.348 2홈런 4타점
- 2008년 최정(27ㆍ내야수ㆍSK) / 타율 0.263 1홈런 10타점
- 2009년 나지완(29ㆍ외야수ㆍKIA) / 타율 0.250 2홈런 4타점
- 2010년 박정권(33ㆍ내야수ㆍSK) / 타율 0.357 1홈런 6타점
- 2011년 오승환(32ㆍ투수ㆍ삼성) / 4경기 3세이브 평균자책점 0.00
- 2012년 이승엽(38ㆍ내야수ㆍ삼성) / 타율 0.348 1홈런 7타점
- 2013년 박한이(35ㆍ외야수ㆍ삼성) / 타율 0.292 1홈런 6타점
- 2014년 야마이코 나바로(27ㆍ내야수ㆍ삼성) / 타율 0.333 4홈런 10타점
나석윤 기자 seokyun198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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