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기준으로 평균적인 맞벌이 신혼부부(남자 33세ㆍ여자 29세)가 월평균 실질소득(425만원)에서 지출하고 남는 월 흑자액은 82만원이다. 서울지역 아파트 전셋값의 중간값은 2억8000만원으로 그 341배다. 신혼부부가 흑자난 돈을 한 달도 빠짐없이 28년간 모아야 손에 쥘 수 있는 금액이다. 2009년에는 그 기간이 17년이었다. 그 뒤로 4년 동안 전셋값이 40% 이상 상승한 반면 신혼부부의 월 흑자액은 18% 줄어든 탓이다.
전세는 신혼부부 주거형태의 대종을 이룬다. 월세가 늘어난다지만 대다수는 전세를 원한다. 그런데 전세의 비용이 경실련의 분석대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나고 있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는 결혼을 포기하는 젊은이가 늘어나고 출산율이 낮아지는 원인 가운데 하나다.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지목되는 가계부채 급증의 배경에도 이 문제가 크게 자리 잡고 있다.
전세난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다. 저금리 장기화로 집주인들이 전세에서 월세로 임대방식을 바꾸면서 전세 공급이 수요를 따르지 못한다. 정부가 곧 전세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에는 부디 대증요법에 그치지 말고 주택임대차 시장의 구조변화에 부합하는 근본대책을 내놓기를 바란다. 월세 지출에 대한 세제지원 확대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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