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의 '세비 반납' 운운도 그 말을 한 사람에게 과연 그럴 자격이 있느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그렇게 의원들에 대한 비난으로 자신에 대한 공격을 돌릴 수 있다고 보는 것에서 국회가 '공공의 적'이 돼 있다는 것을 새삼 확인케 된다. 2년 전 화려하게 등장한 어느 정치 신인이 정치개혁의 핵심으로 '의원 수 감축'을 들고 나온 것에서도 그 순진함을 탓하기 전에 거기에 국민의 정서가 반영돼 있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측면이 있었다. 국회에 대한 이 같은 차가운 시선에는 물론 국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현실이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연간 수억원을 들이는 비용에 비해서는 그 행태나 수준이 매우 실망스러운 게 사실이다.
그 같은 불균형, 비대칭을 더욱 강화시키는 것은 정치와 행정에 대한 국민들의 비대칭적 태도다. 우리에게 정치는 가깝고 행정은 멀다. 행정은 전문가의 영역이지만 선출직은 우리가 뽑아주는 이들이니 맘대로 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을 바꾸고 싶다면 정치를 무시하고 비난할 것만은 아니다. 행정은 현실을 유지하는 것이지만 정치는 현실을 바꾸는 것이다. 과도한 정치 비하는 결국 자신의 삶의 개선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다.
국회의원을 욕하기 이전에 제대로 일을 하는 국회를, '정치'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개개인 하나하나가 헌법기관인 의원을 제대로 뽑는 것부터 시작해야겠다. 그러지 않고 비난만 하는 것은 어리석은 '자해행위'에 다름아니다.
이명재 사회문화부장 prome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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