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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풍구 지옥' 판교 사고는 3無 합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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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환풍구 붕괴사고가 발생한 판교테크노밸리 야외공연장

지난 17일 환풍구 붕괴사고가 발생한 판교테크노밸리 야외공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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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경기)=아시아경제 유제훈, 박준용 기자] '3무(無)'가 부른 인재(人災)?

17일 발생한 판교테크노밸리 환풍구 추락사고로 인해 2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이번 사고는 행사 책임자가 사실상 없고, 안전관리대책과 관련 법령이 부재한 데서 초래된 '예고된 인재'였음이 드러나고 있다.
◆대형규모 행사에 안전요원 한명도 없어

20일 판교 환풍구 추락사고 수사본부의 조사에 따르면 사고 당시 38명의 행사관계자가 있었지만 안전요원으로 배치된 사람은 전혀 없었다. 진행요원들도 따로 안전교육을 받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가 발생 순간 현장에는 주관사인 이데일리와 경기과학기술진흥원, 공연기획사 등의 관계자 38명이 상주하고 있었다. 그러나 경기과기원의 인원(16명)은 대부분 기업체에서 마련한 부스에서 홍보활동을 주로 하고 있었고, 이데일리 관계자(사회자 2명, 관계자 9명)들은 행사진행ㆍ보조활동을 벌이고 있었다. 공연기획사 인원(11명) 역시 무대주변관리 및 이벤트를 벌이고 있었던 만큼 사실상 사고 현장에는 단 한명의 안전요원도 없었던 셈이다.

이번 사고에 책임을 느끼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오모(37) 경기과기원 행정사무원이 작성한 공연계획서에는 4명의 안전관리담당자가 지정돼 있었지만 이들은 경찰조사에서 자신이 안전관리요원인지도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전관리 인력은 서류상에만 존재했을 뿐, 사고 현장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실질적 주최자 모호...경기도ㆍ성남시 몰랐나

'주최자'가 어디인지도 모호하다. 주관사 이데일리 측은 행사를 앞두고 팜플렛 등 홍보물을 통해 주최자가 경기도ㆍ성남시ㆍ경기과기원이라고 홍보했다. 그러나 경기도와 성남시는 이에 대해 "어떠한 협의절차나 승인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주최자가 어디인지 분명치 않았다는 점은 행사 준비와 개최 과정에서 안전관리에 대해 책임 있는 대책을 세우지 않았던 요인이 됐던 것으로 지적된다.

◆"안전관리 규정에 없다"...경찰ㆍ소방당국 팔짱

지자체ㆍ경찰ㆍ소방당국도 규정에 없다는 이유로 안전관리에 허점을 보였다. 모두 관련 규정을 들어 많은 군중이 모이는 행사장의 안전 관리에 무신경했음이 드러나고 있다. 성남시는 이번 행사의 안전관리를 점검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해당 광장은 조례로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는 경관 광장이 아닌 일반광장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분당소방서 역시 경기과기원으로부터 10일 안전점검과 관련한 공문을 받고 현장을 들렀지만, 해당 광장이 협소하고 소방관련 시설물이 없다는 이유로 점검을 중단했다. 경찰 역시 교통통제에 관련한 소수 인력만을 파견했다.

이처럼 관련 기관들이 안전관리에 소홀했던 점을 법규를 '방패'로 삼고 있는 것에 대해선 지적이 필요하지만 한편으로는 관련 규정의 부실도 문제로 꼽힌다. 현행 공연법에 따르면 3000명 이상의 시민이 참여하거나 위험성이 있는 야외 공연의 경우에만 해당 지자체장에게 통보하게 돼 있다. 성남시 조례에도 일반 광장에 대한 안전, 승인관련 내용은 찾아 볼 수 없다.

이에 대해 노태호 혜천대 소방안전관리학과 교수는 "총체적인 부실이 불러온 사고로, 특히 안전요원이 없었던 점이 아쉬웠다"면서 "안전관리를 준수하는지 확인하는 법규의 마련과 안전관리에 대한 교육강화 등 체계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박준용 기자 juney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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