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연구원 부족…민관 협력체계도 빈약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1990년 미국은 'Decade of the Brain(뇌연구의 10년)'이란 법안을 공포했다. 뇌연구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내용이 중심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자에서 지금은 자선사업가로 활동 중인 폴 알렌은 2003년 3억달러의 기부금을 출연해 설립한 알렌뇌과학연구소를 설립했다. 비영리연구소다.
미국은 정부가 적극 나서고 있고 민간 영역에서도 뇌연구에 대한 집중도를 높여가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두 귀 사이에 있는 1.4㎏'의 신비를 푸는 연구개발에 아낌없이 투자하겠다"고 공언했다. 알렌뇌과학연구소에서는 70여 개국 약 200명의 연구원이 뇌의 비밀을 풀기 위한 연구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뇌과학 실정은 암울하다. 미국의 뇌 연구 투자액 대비 2%에 불과하다. 물론 지난 4년 동안 관련 예산이 1.7배 증가했다. 투자뿐만 아니라 뇌를 둘러싼 기초연구는 물론 민관 협력체계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014년 국정감사에서 뇌연구에 대한 '암울한' 우리나라 현실이 지적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류지영 의원(새누리당)은 "국내 유일의 뇌연구 출연연인 한국뇌연구원이 설립된 지 3년이 지났는데도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며 "(뇌연구 관련)정부의 투자는 미국의 160분의1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모양새는 갖춰졌는데 문제는 인력과 예산에 있다. 한국뇌연구원이 활성화되고 기초과학은 물론 제대로 된 연구를 위해서는 최소 166명의 정규직 인력이 필요하다고 류 의원은 분석했다. 현재 한국뇌연구원 정규직 연구 인력은 고작 22명. 내년에도 충원 인력은 8명에 그쳤다. 이런 연구원 환경으로는 안정적 연구를 수행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연구 능력이 미치지 못하다 보니 심지어 국책 연구과제도 수행하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부가 인터넷·게임 중독의 뇌과학적 원인규명 등을 위한 국책 연구과제 수행을 추진했는데 뇌연구원은 아직 그 정도 연구과제조차 수행하기 벅차 결국 국책 연구과제는 모 사립대학병원에 넘겨졌다.
류지영 의원은 "한국뇌연구원이 입주할 신축건물은 지하 1층, 지상 5층의 연면적 3만1815㎡ 규모"라며 "신축건물은 대구시가 1258억원을 들여 건립했는데 정부는 166명의 정규직 연구원이 일해야 할 곳에 현재 22명을 근무하게 만들어놓고 방관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미국의 160분의1 수준으로 투자해 놓고 국가경쟁력을 갖춘 '세계 7대 융복합 뇌연구기관'으로 거듭날 기관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은 전형적 전시 행정의 산물이라는 지적이다.
뇌 연구는 21세기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분야라는데 전문가들의 이견은 없다. 좋은 건물이 있다고 해서 연구 성과가 저절로 나오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 안에서 기초연구는 물론 이를 통한 민관 협력체계가 만들어졌을 때 시너지 효과가 나온다.
고령화 사회에서 뇌 연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 과제이다. 이런 전 세계 흐름에서 여전히 우리나라는 뒤처져 있다. 언제쯤 이런 '암울한 에피소드'가 사라질지 안타까움을 던져준다. 기초과학에 투자하는 것, 그것이 가장 빠른 길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정부 관료가 왜 이렇게 적은 지 그 이유가 궁금하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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