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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반드시 가르쳐야 될 것'에 대한 사회적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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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원장

박영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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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지난 12일 발표한 '2015 문ㆍ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의 방향과 주요사항'에 대한 우려와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인문학적 상상력과 과학기술 창조력을 갖춘 창의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취지를 밝혔지만 교육부가 추진중인 일방적이고 독단적인 교육과정 개정으로 인해 국가 경쟁력의 근원인 융합형 인재 양성은 요원해 보인다.

국가 교육과정은 한 사회의 신념체계와 주된 가치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공감대를 기반으로 사회 구성원으로서 필요한 지식과 민주적인 기본 소양을 가르치는 총체적인 청사진이자 실천적인 설계도라고 할 수 있다. 또 교육과정은 한번 개편되면 10년에 거쳐서 단계적으로 적용되는, 우리 교육의 구조와 틀을 변화시키는 근본적이고도 장기적인 정책이다. 우리나라 교육과정은 1954년 제1차 교육과정이 수립된 이래로 제7차 교육과정(1995년 5월31일)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의 핵심가치를 전승하고 사회 변화에 걸맞은 미래의 인재를 길러내는 국가사회적 목적을 수행해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어렵게 도출된 제7차 교육과정은 필요시마다 부분적으로 교육과정을 개편하는 수시개정 체제가 2003년 도입된 이후, 2007년과 2009년에 잇달아 부분 개정되었다. 수시개정이란 미명하에 교육부 주도로 교육관계자들만의 이해 조정에 치중하면서 교육과정 개편의 논의구조가 왜곡된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바로 2013년 수시개정 결과다.

2013년 수시개정 교육과정은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수학, 영어, 국어, 과학, 사회 과목군의 필수 시수가 15시간에서 10시간으로 줄게 되었다. 결국 필수단위의 축소로 과학과 사회 등이 약화되고 국ㆍ영ㆍ수 편중이 심화되는 등 제7차 교육과정의 골격이 되는 '국민공통교육과정'을 부실하게 만드는 개악이 되어버렸다. 더구나 교육부 주도하에 교육관계자 중심의 밀실, 졸속으로 추진되어 그 내용적 합리성은 물론 절차적 정당성마저 결여되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와중에 또다시 교육부가 독단적으로 2015년 문ㆍ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개편을 추진 중인 것이다. 과연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누구의 교육과정 개편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교육과정은 당대의 시대정신에 부합하고 미래에 걸맞은 인재를 길러내기 위한 사회적 합의와 근본적인 교육정책이다. 따라서 어렵게 만든 교육과정의 기본 정신과 방법론을 훼손하고 일선 학교의 교육적 혼란을 초래하는 교육부 주도의 수시개정 체제를 전면 폐기하고, 국가의 장기적인 비전과 미래 인재상에 입각한 국가차원의 교육과정 개편체제를 확립시켜 교육적 혼란을 방지하고 학교 교육의 안정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적어도 2009년 수시개정은 제7차 교육과정 도입이 10년에 접어든 시점에서 미래형교육과정의 방향성을 고려한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라는 틀 속에서 초중등학교의 과다한 10개 과목군을 7개 과목군으로 개편함으로써 최소한의 절차적 정당성뿐만 아니라 그 내용과 방향의 합리성이 담보된 개정이었다. 이제는 2009년 수시개정을 기반으로 5ㆍ31 교육개혁의 큰 틀에서 지난 20여년간 이루어졌던 교육과정의 성과와 한계에 대한 분석과 함께 시대변화에 따른 올바른 인재상 정립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기초로 '반드시 가르쳐야 될 것'과 '가르쳐서 좋은 것'을 구분하여 교육과정의 근본적 개편이 필요한 때다. 교육과정 개편을 포함한 국가교육혁신을 위해 필자는 '(가칭) 국가교육혁신 비전2025' 수립과 '(가칭) 국가교육혁신위원회' 발족을 제안하고자 한다. 창조경제의 실현을 위해 자율, 창의, 다양성 등의 가치와 철학을 새롭게 담고 사회적 합의를 통한 국가교육혁신을 더 늦기 전에 시작해야 한다.



박영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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