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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궤변으로 끝나는 '원세훈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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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

1995년 7월 검찰이 내세웠던 논리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장은 황당한 논리로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안기려 했다. 그러나 결과는 실패였다.
전 전 대통령은 몇 개월 후 구속되고 말았다. 남은 것은 검찰의 굴욕이었다. 검사들은 지금도 이 얘기가 나오면 고개를 들지 못한다. 법은 냉철함이 생명이다. 정치권력 눈치를 보며 법 논리를 맞추면 '궤변'으로 흐르고 만다.

2014년 9월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1부(부장판사 이범균) 판결은 훗날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 재판부는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국정원법 위반은 '유죄', 공직선거법 위반은 '무죄'를 선고했다. 대선 기간 중에 '정치에는 관여했지만 선거에는 개입하지 않았다'는 논리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혀를 끌끌 찬다. 황당한 논리의 민망한 판결이기 때문이다.

국정원장의 업무상 지시에 의해 직원들이 대선 관련 댓글을 달았다. 여당을 지지하고 야당을 비판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정보기관은 그렇게 정치에 관여했다.
재판부는 "국민의 자유로운 여론 형성과정에 국가기관이 직접 개입하는 행위로 어떤 명분을 들더라도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민주주의 근간을 흔든 것으로 죄책이 무겁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하지만 선거법 위반 혐의는 무죄를 선고했다. 특정 후보 당선·낙선을 위한 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논리다. 재판부는 '집행유예'를 선고했고, 원 전 원장은 재판 이후 유유히 집으로 돌아갔다.

이번 판결에 법조계 안팎이 술렁이는 이유는 판결이 너무 '절묘'했기 때문이다. 국정원장의 죄를 물으면서도 대통령에 불똥이 튀지는 않도록 묘수(?)를 발휘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이 법조인을 꿈꾸는 법학도에게 어떻게 비칠까. 1995년의 검찰의 논리를 연상하게 하는 법원의 이번 판결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지 않을까. '성공한 대선개입은 처벌할 수 없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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