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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한' 이해진·'핫한' 김범수…칼뽑은 메신저 대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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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와 다음카카오의 兩將…한때 동지였던 빅2 리더십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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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양성희 기자] 직원 한 명 한 명을 '후배'라 부르며 엘리베이터도 그 '후배'보다 나중에 타는 거대 조직의 수장이 있다. 전형적인 '보스' 스타일로 한 달만 함께 일하면 모두를 자신의 ‘빠(추종자)’로 만들어버리는 리더도 있다. 전자는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47), 후자는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48)이다. 흔히 이 의장은 '차가운 도시남자', 김 의장은 '친근한 옆집오빠' 이미지로 알려졌지만 두 사람의 측근들의 말을 들어보면 정반대의 리더십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부드러운 이해진·강렬한 김범수 '반전 리더십'= 두 의장 모두와 일해본 경험이 있는 업계 관계자는 "이해진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사람을 모으는 반면 김범수는 강렬한 카리스마로 사람을 이끈다"고 말했다. 이 의장에게 붙는 대표적인 수식어는 '냉정한 전략가'다. 그렇다 보니 그에게는 차가운 이미지가 덧씌워졌다. 하지만 그를 지근 거리에서 지켜본 이들은 "차분하긴 하지만 차갑진 않다"고 입을 모았다.
이 의장이 입에 달고 사는 말은 '우리 후배들'이다. 그는 의장인 자신의 역할을 "후배들이 하고 싶은 일을 더 잘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것"이라고 규정한다. '피드백'에 민감하며 말을 하는 쪽보다는 듣는 쪽에 가깝다. 후배들의 말을 귀를 열고 잘 들어주기도 하거니와 서비스를 내놓았을 때 이용자의 반응도 꼼꼼히 살핀다. 네이버 직원들은 '좋은 서비스는 이용자의 피드백에서 나온다'는 이 의장의 지론에 따라 메신저 라인 출시에 앞서 자주 가는 식당 직원들에게 시험판을 깔아주고 그날 그날 피드백을 받으며 개선점을 메워가기도 했다.

김 의장은 평소엔 한없이 편안한 친구처럼 카카오 직원들과 소통한다. 카카오 직원들은 그를 '브라이언(Brian)' 혹은 '크루(Crew)'라고 부른다. 카카오는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을 강조하는 사내 분위기에 따라 구성원들끼리 직급에 상관없이 영어 이름을 부르고 서로를 '크루'로 칭하기도 한다. 사옥 안에 마련된 '카카오광장'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전 직원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공연도 하는데 김 의장은 그들 중 한명의 '크루'일뿐 전면에 나서지 않는다.

하지만 일에 있어선 180도 다른 모습이다. '나를 따르라' 스타일로 추진력있게 밀어붙인다. 다음커뮤니케이션과의 합병도 직원들 모르게 결정해 회사를 '멘붕'에 빠뜨렸다. 하지만 '범수의 승부수'는 성공률이 높았던 만큼 이를 '독단'으로 보는 이들은 드물다. 그를 가까운 거리에서 지켜본 업계 관계자는 "한 달만 같이 일하면 모두 김범수'빠'가 될 만큼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한번 꽂힌 것은 반드시 이루는 그는 평소 "1등 외엔 의미 없다"는 말을 자주 한다. 그와 함께 '일등 신화'를 이루고 싶어 하는 이들이 늘 김 의장 곁에 꼬인다.
이해진 의장

이해진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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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또 같이 인터넷 발전 이끌어= 한때는 같은 길을 걸었던 두 사람은 물러설 수 없는 전쟁을 치른다. '승부사'답게 '얘기가 되는' 승부수를 띄웠다. 이해진 의장은 모바일 메신저 라인으로 '1등 포털'의 위엄을 지켰다. 전 세계 3위 메신저에 오른 라인은 누적 가입자 수 5억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김범수 의장은 카카오톡이 국민 메신저로 자리매김한 것에 만족하지 않고 포털 다음과 손잡고 외연 넓히기에 나섰다. 인터넷에서 모바일로 생태계 진화가 빠르게 이뤄지는 가운데 네이버 라인과 다음 카카오 간 격전은 진화와 혁신의 흥미진진한 양상으로 펼쳐질 것으로 기대된다. 라이벌이어서 서로 성장하는 '발전적인 경쟁'인 것이다.

두 사람의 인연은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의장과 김 의장은 서울대 공대 86학번 대학 동기이자 1992년 삼성SDS 입사 동기다. 이들은 인터넷에 승부수를 띄웠다. 1998년 먼저 퇴사한 김 의장은 NHN엔터테인먼트의 전신인 한게임을 설립했고, 이 의장은 이듬해 회사를 나와 현재의 네이버인 네이버컴을 세웠다.

두 사람은 2000년 의기투합해 두 회사를 합병, NHN을 탄생시켰다. 당시 야후와 다음이 장악하고 있던 인터넷시장에서 네이버는 합병 3년 만에 '1등 포털'에 올라섰다. 한게임의 사용자들을 그대로 네이버로 인도하고 차별화된 서비스인 '지식iN' 등을 선보이며 한메일로 입지를 굳힌 다음을 제칠 수 있었다. 업계에서는 당시 합병을 두고두고 '신의 한 수'라 평가했다.

대표직에 있으면서 '잘 나가던' 김 의장은 2008년 돌연 회사를 나왔다. 그는 사직서를 제출하며 "배는 항구에 정박해 있을 때 가장 안전하다. 하지만 그것이 배의 존재 이유는 아니다"라는 괴테의 말을 인용하며 새로운 도전을 예고했다.
김범수 의장

김범수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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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의장은 카카오의 전신인 아이위랩을 세운 데 이어 2010년 3월 카카오톡 서비스를 선보이며 모바일 인터넷 시장에 안착했으며 급기야 다음과의 합병으로 온라인과 모바일을 아우르는 생태계 구축에 승부수를 던졌다. 카카오톡은 국내 사용자가 3700만명에 달하고 국내 모바일 메신저 시장 점유율은 93%에 이른다. 카카오는 성장 잠재력을 인정받아 최근 세계경제포럼 '테크놀로지 파이오니어(기술선도기업) 2015'에 선정되기도 했다.

회사에 남아 혁신에 혁신을 거듭한 이 의장은 네이버를 국내 포털의 강자로 키워냈다. 검색엔진 벤처기업 '첫눈'을 인수해 검색 시장 점유율을 굳건히 하고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전 세계 3위 메신저로 끌어올리면서 네이버식의 진화를 일궈냈다. 2011년 6월23일 출시된 라인은 지난달 31일 기준 누적 가입자 수 4억9000만명을 달성한 데 이어 이달 중 5억명을 넘어설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라인의 성공에는 이 의장의 승부수가 주효했다. 네이버의 핵심인력을 과감히 일본으로 보내 모바일 메신저 라인 개발에 나선 것도 그렇고,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과 이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주저하지 않고 뚝심 있게 밀어붙인 것이다.

'라인' 효과는 네이버 실적을 견인한다. 네이버는 2분기 라인 해외매출이 56% 성장한 데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22.2% 증가한 6978억원, 영업이익은 38.5% 늘어난 1912억원을 기록했다.

◆김범수는 승부사, 이해진은 전략가?= 걸어온 길에 따라 김 의장은 '승부사'로 이 의장은 '전략가'로 분류된다. 김 의장은 결정적인 순간마다 새로운 도전을 마다하지 않았고 합병도 과감히 추진했다. 이 의장은 차분하고 냉정하게 사업적 성과를 따져가며 묵묵히 네이버를 키워왔다.

하지만 이들 모두 '타고난 승부사'라는 게 측근들의 평이다. 전략가이자 승부사 기질을 공통적으로 갖고 있다는 것이다. 전략적 판단과 과감한 도전은 두 사람이 걸어온 행적에서 오롯이 드러난다. 그리고 그 행적이 온라인 모바일 생태계에서 다시 만났다. 생존을 넘어 혁신이라는 목표를 향해. 아직도 자주 연락하고 가끔 만나 포커를 칠 정도로 친분이 두터운 두 사람의 '라인 그 이후' '카카오톡 그 이후' 드라마가 시작됐다.  



양성희 기자 sungh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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