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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교황의 노란리본을 떼려던 자의 정체

최종수정 2014.08.20 11:12 기사입력 2014.08.20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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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교종' 프란치스코가 한국을 다녀갔다. 자신을 최대한 낮추면서 세월호 가족들을 비롯해 수많은 상처받고 어려운 자들을 위로하고 어루만져 줬다. 그의 노력에 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받았다. 근엄하기만 할 뿐 내려와 다가갈 줄 모르는 한국의 지도자들이 배워야 할 바다. 우리에겐 왜 그와 같은 지도자가 없는가 아쉽기 그지 없다.

개인적으로 교종의 방한이 안겨 준 가장 큰 화두는 그의 마지막 한 마디였다. 교종은 귀국길 비행기 안에서 세월호 사건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에 깨달음을 주는 한마디를 남겼다. 그는 세월호 유족들이 설명한 노란 리본을 달고 있었던 이유에 대해 설명하면서 "누군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니 (노란 리본을) 떼는 게 어떻냐'고 물었지만 인간적 고통 앞에서 중립적일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인간적인 고통 앞에서는 마음이 시키는 대로 행동하게 된다. 내 위로가 죽은 이에게 생명을 줄 수는 없지만 유가족을 위로하면서 연대할 수 있다"고도 말했다.

304명의 희생자를 낳은 세월호 사건 이후 처리 과정에서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면서 당리당략을 앞세우는 자들에게 경종을 울린 한마디였다. 희생자와 그 유족들 앞에서 그들을 위로할 수 있는 행동이라면 그 어떠한 것도 '정치적'이라는 이유로 비난을 받아선 안 된다는 교종의 역설이었다.

사실 우리 사회 일각에선 세월호 얘기만 나와도 "정치적으로 악용하지 말라"며 쌍심지를 켜는 이들이 많다. 38일째 단식 농성을 하면서 특별법에 정확한 진상 규명을 위한 수사권ㆍ기소권 보장을 요구하고 있는 유가족들의 행동에 대해서도 여당ㆍ박근혜 대통령을 압박하는 정치적 행보에 이용당한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처럼 세월호 사건을 '정치적'으로 바라보는 일부 사람들은 또 단원고 학생들의 특례 입학 보장, 희생자들의 의사자 인정 및 이에 따른 막대한 혜택 등 유족들이 요구하지도 않은, 여ㆍ야 협상 과정에서 흘러나왔을 뿐인 보상 대책들을 거론하며 "단순 교통사고에 왜 이런 특혜를 주냐"고 '망발'을 내뱉어 가뜩이나 힘들어하는 유족들의 가슴을 후벼파기도 했다.
여당 정치인들은 수많은 막말과 무례한 행동으로 유가족들을 울렸다. 특히 극구 유족들이 요구하는 수사권ㆍ기소권 보장에 반대하는 모습에선 책임을 회피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강하게 느껴졌다. 박 대통령은 지난 5월 대국민사과 전까지만 해도 유족들에게 "언제든지 찾아와라, 만나겠다"며 마음을 열어 보였다. 하지만 6.4지방선거를 전후로 싹 돌아섰다. 심지어 19일엔 37일째 단식으로 사경을 헤매는 '유민이 아빠'가 청와대로 홀로 걸어가 면담을 요청했지만 만나주지 않았다. 그 시간에 박 대통령은 대선 승리를 축하하기 위한 당원 오찬을 즐기고 있었다. 최측근이라는 이정현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대통령이) 바빠서 (유가족을) 안 만나주는 것"이라고 했던 해명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개인적으로도 세월호 참사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이들에게 어떻게 일침을 가해야 하나 고민이 되던 차였다. '그래, 교종 말대로 세월호 참사 가족의 슬픔을 달래고 희생자들을 위로하는 데에는 아무 것도 필요 없다.' 그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손을 내미는 것, 그 자체로 족하다. '정치적 중립'을 이야기하는 그 자, 그 자야말로 바로 세월호 참사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이인 것이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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