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단식과 수사권 없는 특별법이 제정되는 가운데 지친 유가족들은 교황 방문을 하루 앞두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교황이 세월호 사고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는 시민들도 고무된 모습이었다.
농성장 한켠에선 영화인들이 노란리본을 접으며 릴레이 단식 농성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기록을 하는 문화인들의 입장에서 우리들의 마음과 의지를 표현하기 위해 자리에 함께 했다'고 말했다. 영화 변호인의 양우석감독은 "대통령이 국가개조를 이야기했는데, 개조를 위해선 잘 알아야 하는것 아니냐"며 "수사권과 기소권을 통해 성역없는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오후 2시께 김병권 세월호 가족대책위 위원장과 유경근 대병인등이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관련 내외신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병권 위원장은 "4. 16 세월호 참사 가족들은 항상 약자와 고통 받는 자의 편에 서서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가시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방한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교황님의 방한이 모든 생명이 존중되고 모두가 안전한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가톨릭의 가치, 인류보편의 가치가 제대로 뿌리내리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논란이 됐던 16일 시복미사 때 농성장 문제는 단식 농성장을 그대로 두는 쪽으로 마무리됐다. 유가족 측은 다만 퍼레이드 시 교황을 보려는 시민들을 고려해 유가족 단식 농성장 양 옆 천막을 임시철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유가족들은 그동안 약자를 보듬어 온 교황이 유가족들에게 힘을 실어주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세월호 참사로 세상을 떠난 단원고 2학년 5반 고 박성호 군의 엄마 정혜숙씨는 이날 호소문을 통해 "억울한 저희의 눈물을 닦아주시고 저희의 이야기를 들어달라"며 "우리 아이들의 진실을 꼭 밝혀주시기를 기도드린다"고 말했다.
김재연 기자 ukebid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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