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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방문 앞둔 광화문, 세월호 유가족들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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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재연 기자]13일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 31일째 단식농성중인 고(故) 김유민양 아빠 영오씨가 치료를 위해 앙상한 몸을 잠시 옆으로 뉘었다. 치료 후 만난 김씨는 "교황님이 우리를 지켜봐주시고 전 세계에 세월호를 알려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씨가 세월호 재발방지를 외치던 때 바로 뒤 분수대에선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이 뿜어져 나오는 물을 맞으며 뛰놀고 있었다. 인근 천막에는 제대로 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각계 시민들이 자리를 함께 하고 있었다.

오랜 단식과 수사권 없는 특별법이 제정되는 가운데 지친 유가족들은 교황 방문을 하루 앞두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교황이 세월호 사고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는 시민들도 고무된 모습이었다.
이날 단식농성장에서 만난 김영오씨는 "인권과 평등을 중시하고 약자를 위해 힘쓰시는 교황님이 우리를 지켜봐주시고 전세계에 우리를 알려주길 기도한다"고 말했다. 오랜 단식으로 볼이 움푹 꺼진 김씨는 "유민이가 어떻게 죽었는지 모르고 어떻게 살겠나"라며 "정확한 수사를 통해 다시는 세월호와 같은 일이 벌어지게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농성장 한켠에선 영화인들이 노란리본을 접으며 릴레이 단식 농성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기록을 하는 문화인들의 입장에서 우리들의 마음과 의지를 표현하기 위해 자리에 함께 했다'고 말했다. 영화 변호인의 양우석감독은 "대통령이 국가개조를 이야기했는데, 개조를 위해선 잘 알아야 하는것 아니냐"며 "수사권과 기소권을 통해 성역없는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오후 2시께 김병권 세월호 가족대책위 위원장과 유경근 대병인등이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관련 내외신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병권 위원장은 "4. 16 세월호 참사 가족들은 항상 약자와 고통 받는 자의 편에 서서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가시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방한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교황님의 방한이 모든 생명이 존중되고 모두가 안전한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가톨릭의 가치, 인류보편의 가치가 제대로 뿌리내리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 후 만난 유경근 대변인은 "교황님이 거의 매일 세월호 가족들이 다 구조가 됐는지, 신부들에게 팽목항에 다녀와 본 일이 있는 지를 물어보시는 등 세월호에 큰 관심을 보이시고 있어 유가족들도 놀라며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유가족들로부터 간단한 메시지를 받아 이를 낭독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됐던 16일 시복미사 때 농성장 문제는 단식 농성장을 그대로 두는 쪽으로 마무리됐다. 유가족 측은 다만 퍼레이드 시 교황을 보려는 시민들을 고려해 유가족 단식 농성장 양 옆 천막을 임시철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유가족들은 그동안 약자를 보듬어 온 교황이 유가족들에게 힘을 실어주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세월호 참사로 세상을 떠난 단원고 2학년 5반 고 박성호 군의 엄마 정혜숙씨는 이날 호소문을 통해 "억울한 저희의 눈물을 닦아주시고 저희의 이야기를 들어달라"며 "우리 아이들의 진실을 꼭 밝혀주시기를 기도드린다"고 말했다.




김재연 기자 ukebid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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