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이슈-이건희 회장 병상 3개월…삼성이 뭔가 바뀌고 있다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중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11일로 입원 석 달째를 맞았다. 회장, 미래전략실,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등 삼각편대로 운영돼 온 삼성 체제에서 한 축의 공백이 길어지는 것. 하지만 삼성은 특유의 시스템 경영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그룹의 주요 현안들을 매듭짓는 등 안정적인 경영을 이어가고 있어 주목된다.
달라진 점은 소송, 피해 보상 등으로 대변대던 삼성의 과거 모습이 최근 들어 합의, 타결 등 미래 발전적인 방향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지난 2011년 4월 시작돼 3년 4개월을 끌어 온 애플과의 특허 소송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양사가 미국을 제외한 9개국에서 진행중인 소송을 모두 취하하기로 하면서 업계에서는 양측이 합의 수순만을 남겨 둔 것으로 보고 있다. 무선사업부의 실적 둔화로 삼성전자 2분기 영업이익이 2년만에 7조원대로 추락하는 등 위기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최대 현안인 특허 분쟁을 해결하면서 스마트폰 사업에 집중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울러 스티브 잡스의 집착에서 불거진 삼성과의 특허 전쟁을 잡스 사후 팀쿡 애플 CEO와 삼성 차세대 주자인 이 부회장이 만나 풀면서 차세대 주자들이 양사의 관계를 갈등보다는 창의적 경쟁 관계라는 새로운 흐름으로 바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회장의 장기간 공백에도 삼성그룹에서 안정적이면서 미래를 향한 경영이 이뤄지는 것은 미래전략실의 지원과 계열사 CEO의 경영을 중심으로 한 시스템 경영이 가능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전면에 나서지는 않지만 후방에서 그룹의 현안을 해결하며 이 회장의 공백을 메우는 이 부회장의 리더십도 한몫을 했다는 평가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은 시스템 경영으로 운영돼 온 회사이기 때문에 이건희 회장의 공백에 따른 문제는 없다"며 "미래전략실, CEO 자율경영 체제 속에 이재용 부회장이 조용한 리더십을 통해 후계자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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