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리 큐브릭 관련 인터뷰 기사 모음집...국내 첫 스탠리 큐브릭 책
스탠리 큐브릭의 작품에는 대부분 원작이 따로 있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로리타(1962)'가 있고, SF문학의 거장 아서C. 클라크의 작품을 다룬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와 앤서니 버지스의 '시계태엽 오렌지(1971)' 등도 빠질 수 없다. '배리 린든'(1975)은 윌리엄 메이 크피스 새커리의 고전 소설을 바탕으로 하며, '아이즈 와이드 셧(1999)'은 아르투어 슈니츨러의 소설 '꿈 이야기'가 원작이다. 지독한 독서광이었던 그는 마음에 드는 이야기가 나타날 때까지 읽고, 또 읽었다. 성에 차지 않는 책은 사무실 건너편 벽으로 내동댕이쳤다고 한다. 스티븐 킹의 '샤이닝'을 읽다가는 "바로 이거야"하고 탄성을 질렀다.
신간 '스탠리 큐브릭(마음산책)'은 독서광, 완벽주의자, 영화 괴물로 불렸던 스탠리 큐브릭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국내 유일한 책이다. 활동 당시 여러 매체에 실린 인터뷰와 리뷰 등을 묶어내 각 작품에 대한 그의 솔직한 생각을 엿볼 수 있다. 특히 14명의 인터뷰어들이 그에 대해 묘사한 대목을 비교해가며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예를 들어 한 작가는 스탠리 큐브릭을 보고 "외모는 선상 도박꾼이나 루마니아인 시인 같은 보헤미안 분위기를 풍겼으며, 난해한 문제를 고민하는 동시에 일상적인 대화를 하려고 애쓰는 사람다운 약간 산만한 모습을 보였다"고 묘사한다. 또 다른 이는 그가 "영국에서 15년쯤 전에 유행한 칙칙한 올리브색 싸구려 파카를 입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가 신경쓰는 것은 오로지 책, 영화, 체스뿐이라는 사실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무엇보다 그에 관한 오랜 선입관과 오해를 풀어줄 실마리를 제공해준다는 점이 이 책의 최대 장점이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찍을 당시, 스탠리 큐브릭의 인터뷰를 보면 그가 얼마나 과학기술과 문명, 우주와 생명체에 관해 몰두해가며 연구했는지를 알 수 있다. "우주에 대한 가장 섬뜩한 사실은 우주가 우리에게 적대적인 게 아니라 우리에게 무관심하다는 겁니다. 하지만 우리가 그런 무관심을 받아들이려 애쓰면서 죽음의 경계선 내에서 삶의 난제들을 인정한다면 하나의 종(種)으로서 우리 존재는 진정한 의미와 성취감을 가질 수 있습니다. 어둠이 아무리 널리 퍼졌더라도, 우리는 우리의 빛을 밝혀야 합니다."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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