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선 "기준금리 인하 밑밥깔기"
지난 24일 오전. 정영택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2분기 GDP를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2분기 GDP는 전기대비 0.6% 성장했다. 증권가 전망치의 하단에 가깝고, 한은의 예상치(0.7%)보다도 낮다.
CSI의 중요도를 고려하면 이날 브리핑 내용은 더욱 낯설다. CSI는 '소비 심리의 체온계'다. 현재와 미래의 생활 형편과 경기 판단, 가계 수입과 소비의 전망 등이 항목별로 나타난다. 소비심리 냉각에 따른 내수 부진을 이유로 성장률 전망치까지 조정한 지금 "CSI가 상당히 좋지 않다"는 한은 당국자의 언급에는 무게감이 실렸다.
하지만 이튿날인 25일, 7월 CSI 결과를 받아본 취재진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달 CSI는 전월보다 2포인트 하락한 105로 집계됐다. 이달 지수는 6월(107)보다 낮지만, 결코 비관적이라 보기 어려운 수준이다.
문제는 이런 해프닝의 배경이다. 시장에서는 "8월 기준금리 인하로 가닥을 잡은 한은이 금리 인하의 당위성을 강조하기 위해 경기 상황을 부정적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금리인하 필요성을 언급해온 정부의 외압 때문이 아니라, 경기 상황이 정말 나빠 금리를 내린다는 그림을 만들고 싶어한다는 의미다. 한은이 이른바 '불황 마케팅'을 하고 있는 셈이다. "경기 인식이 바뀌었다"고 인정한 이주열 총재 역시 종전 발언을 차례로 뒤집고 있다.
이름 밝히길 거부한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한은의 경기 인식이 거의 손바닥 뒤집듯 뒤집혔다"면서 "종전까지 지표상 경기회복세를 말하면서 세월호 사고의 여파도 잦아들고 있다던(골든북) 한은이 정부의 코드에 맞춰 입장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은 관계자도 "한은 안팎의 사정을 입체적으로 고려해달라"면서 고민의 깊이를 내비쳤다.
박연미 기자 ch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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