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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가 모르고 있는 최경환의 新 '분수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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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때 법인세에 비과세 감면 규제완화까지 해준 건 낙수효과 기대 때문
대기업 과실이 가계로 이전되는 낙수효과 기대했는데 결과적으로 미흡 판단
'기업소득환류세제', 낙수효과 보완 분수효과(가계가 성장주도) 적용 제도
최 부총리 "법인세 인하해준만큼 풀어야"…대기업 순익 중 연간 4조원 안팎 추산


최경환 경제부총리

최경환 경제부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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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얼굴)이 새경제팀 경제정책방향에서 기업이익에 대한 과세방침을 밝힌 것은 정부의 성장정책과 대기업관이 일부 달라졌다는 점을 시사한다. 최 부총리는 25일 차관급 인사에서 기재부 출신인사들을 승진시키거나 다른 부처로 대거 이동시키는 등 막강한 인사파워를 통해 새 경제팀의 진용을 갖췄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1기 경제팀의 성장정책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낙수효과를 바탕으로 짜여졌었다. 법인세를 미리 깎아주고 설비투자와 연구개발에 투자하면 나중에 세금을 다시 돌려주는 감세정책이 대표적이다. 감세를 통해 기업이 성장하면 이 과실이 중소기업과 가계로 확산돼 소비와 투자가 늘고 이는 세수확대로 이어진다는 '낙수효과'다. 최 부총리는 이명박 정부 2기 내각에서 지식경제부 장관(현 산업통상자원부)을 지내고 박근혜 정부 1기 내각 당시 여당 원내대표를 지내면서 낙수효과가 정부의 노력과 기대에 못 미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는 낙수효과가 여전히 유효하지만 이를 보완해야 한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경제정책방향을 내놓았다. 기업이익의 일부를 배당과 투자, 임금상승에 사용할 때 세금을 깎아주고 그렇지 않을 때 이익에 세금을 부과하도록 한 것이다. 낙수효과에 대비되는 개념인 최경환식 '분수(噴水)효과'다. 최경환식이라는 단서를 붙인 것은 기존 분수효과와 다르기 때문이다.

분수효과는 이명박 정부의 감세와 규제완화에 반대해온 야당이 먼저 꺼내든 개념이다. 감세를 증세로, 규제완화를 규제강화로 바꾸고 지금까지 쌓고 앞으로 쌓을 이익(기존 및 신규 사내유보금)에 과세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최 부총리는 낙수효과와 분수효과의 장단점을 적절히 섞었다. 증세(법인세 소득세 개편ㆍ사실상 인상을 의미)는 없고 규제완화는 계속하겠다고 했다. 516조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사내유보금도 과세하지 않고 인정해주겠다고 했다. 또 내년부터 발생하는 이익의 일정액도 유보금을 쌓을 수 있도록 했다.

대신 정부가 설정하는 나머지 이익분에 대해서는 배당이든 투자든 직원들 월급을 올려주든 "쌓아 놓지 말고 풀되 그렇지 않으면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여기서 세금을 걷을 생각도 없다고 했다. 기업소득을 가계소득으로 빠르게 이동시키는 낙수효과를 촉진하되 이전된 가계소득이 다시 소비와 투자로 이어지는 분수효과가 발생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세수도 자연히 늘어난다는 구상이다. '기업소득환류세제'에 이런 의미가 담겼다.

최 부총리가 기대하는 환류의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최 부총리는 "이명박 정부 때 법인세를 25%에서 22%로 내려줬다"면서 "어떻게 하든지 법인세가 인하된 부분 만큼, 적어도 그 부분 만큼은 기업이 투자나 배당이나 임금을 통해서 가계나 경제에 환류가 됐을 때 비로소 법인세 인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관마다 분석이 다르지만 이명박 정부 부자감세로 2008~12년 82조2000억원의 세수가 줄었고 이 중 법인세는 30조원으로 추산된다. 기업소득환류세제에서 중소기업은 제외된다.

홍종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분석에 따르면 매출액 5000억원을 초과하는 대기업의 법인세 감면액 혜택은 2008년 3조3393억원(전체의 49.8%), 2009년 3조4625억원(48.4%), 2010년 3조6902억원(49.8%), 2011년 5조3224억원(57%)이었다. 2008~11년간 15조8144억원이다. 대략 연간 4조원이다. 중견기업 이상 상장사들이 한 해 4조원 정도를 배당이나 투자, 임금인상으로 사용한다고 가정하면 결코 적지 않다. 반대로 30대 그룹의 연간 투자계획(155조원ㆍ2013년 기준)의 0.25%를 차지한다.

최 부총리는 26일 강원도 평창에서 열리고 있는 전국경제인연합회 하계포럼의 마지막 날 연사로 참석해 '10년 후 대한민국을 설계한다'를 주제로 정부의 경제혁신 방안에 대해 강연할 예정이다. 최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내수 부진을 타개해 민생 경제를 회복시키고, 경제 혁신을 반드시 성공시켜 우리 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이뤄내겠다는 새 경제팀의 의지를 밝힌다. 기업소득환류세제에 대해서는 재계의 협조를 구할 예정이다. 재계가 이날 최 부총리의 메시지에 언제 어떤 식으로 답변을 내놓을지도 주목된다.




세종=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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