퓰리처상 美기자, 텍사스서 한때 구금된 사연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2007년 미국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 사건 보도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특종기자이면서 불법 체류자임을 고백해 세간을 놀라게 한 호세 안토니오 바르가스(33)가 신분문제로 미국 텍사스주의 공항에서 한때 구금됐다 풀려났다.
15일(현지시간) CNN 방송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바르가스는 이날 오전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로 돌아가기 위해 매캐런 공항에 갔다가 보안 검색 요원들에게 붙잡혀 공항 근처 구금 시설로 호송됐다.
바르가스가 붙잡힌 사유에 대해 CNN 방송은 그의 지인과의 인터뷰 등을 인용해 미국 합법 체류에 필요한 서류를 보안 관계자에게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후 바르가스를 지지하는 단체인 '디파인 아메리칸'의 대변인은 이날 오후 바르가스가 풀려났다고 확인했다.
구금 직후 바르가스는 본인의 트위터에 이 같은 사실을 알리고 조국 필리핀 여권과 미국 헌법 소책자 사진을 올렸다. 여권과 헌법 소책자는 바르가스가 자신의 신분을 증명할 유일한 자료였다.
2011년 자신이 불법체류자임을 '커밍아웃'한 바르가스는 그동안 필리핀 여권으로 미국 40개주를 자유롭게 돌아다녔다. 마찬가지로 텍사스주에서도 이 여권이 그의 신분을 증명하는데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그의 예상은 빗나갔다. 매캐런 공항 보안 당국은 두 자료가 비자나 운전면허증처럼 미국 합법 체류를 입증하는 자료가 아니라고 판단해 그에게 수갑을 채웠다.
매캐런 공항이 다른 지역과 달리 신분 증명에 유독 엄격한 까닭은 이 지역의 속사정과 무관치 않다. 텍사스주 리오그란데밸리 지역에 위치한 매캘런 공항은 중앙아메리카 출신 불법 이민자들의 행렬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밀려드는 불법 이민자들 때문에 텍사스주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각에서는 바르가스의 구금도 텍사스주가 밀입국자를 색출하기 위해 국경 검문ㆍ검색을 강화하면서 빚어진 일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필리핀에서 태어나 열 두 살 때인 1993년 미국으로 건너간 바르가스는 미국에 온 지 4년 뒤 할아버지의 영주권이 가짜라는 사실을 알았다. 졸지에 불법 체류자 신세로 전락한 그는 고교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성적 우수 장학금을 받아 샌프란시스코대학에 입학했다. 이후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인턴기자, 필라델피아 데일리뉴스, 워싱턴포스트(WP) 등에서 기자생활을 했다.
바르가스는 WP 기자로서 2007년 버지니아공대 총기 난사 보도로 퓰리처상을 받았다. 기자로 탄탄대로를 걷다가 2011년 ABC 방송 인터뷰를 통해 돌연 자신이 불법체류자임을 고백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불법 체류자라는 사실을 털어놓은 이후에는 미국 이민법 개혁 운동에 뛰어들었다. 미국 이민법 개혁을 위한 로비활동과 불법 이민자에 대한 선입견에 맞서기 위해 2011년 '디파인아메리칸'이란 단체를 만들었으며 지난해엔 '언다큐멘티드(Undocumented)'란 영화를 발표했다.
또 AP통신과 뉴욕타임스를 지목해 '불법 이민자'라는 용어를 쓰지 말라고 줄기차게 요구한 결과 지난해 4월 AP로부터 이 용어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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