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정부기관 등 대규모 회사의 이전이 이뤄지면 통상 주변 지역의 주택 가격이 상승하고 분양 아파트의 소진이 빨라진다. 입주 기업 종사자들이 직장 근처에 집을 구하면서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띠기 때문이다. 따라서 회사 이전은 부동산시장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대표적인 곳이 세종시 이전이 시작되면서 전셋값이 급등한 ‘광명시’다. 2012년 말 세종시 정부청사 이전이 시작된 후 KTX광명역의 세종시 접근성이 부각되며 공무원 이주수요가 유입되기 시작했다. 광명역에서 오송역까지 KTX로 29∼35분이면 도착하고, 오송역에서 간선급행버스(BRT)를 타면 약 20분 만에 세종시에 도착할 수 있어 출퇴근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KTX광명역과 가장 가까운 광명시 소하동 아파트 전세가격이 2년 만에 30%이상 상승했고 전세가율도 70%를 넘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중고등학생 자녀를 뒀거나 기러기 아빠가 되기 싫은 사람 등 거주지 자체를 세종시로 옮기는 것을 꺼리는 공무원들이 광명시로 이주하면서 전셋값이 급등하고 매매전환 수요까지 발생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형 실리콘밸리로 성장한 판교테크노밸리도 세종시와 사정은 비슷하다. 판교신도시의 높은 집값을 감당하기 어려운 직장인들이 인근 지역인 경기 광주, 용인에 주거지를 마련하고 있다.
경기도가 조사한 ‘2014년도 판교테크노밸리 입주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판교테크노밸리 입주기업은 총 855개사, 상시 근무자는 5만8000여명에 이른다. 국내 대형게임사와 IT 기업이 몰려있는 이곳은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성공적으로 안착 중이다.
그러나 강남 3구 전셋값(3.3㎡당 1416만원)에 육박하는 판교시도시 전셋값(3.3㎡당 1398만~1571만원)을 감당하기에는 업종 특성상 20~30대 젊은 층이 많고, 돈이 마련됐다고 해도 전세 물건을 찾기도 어렵다. 이에 비싼 집값과 물가의 차이 탓에 ‘울며 겨자 먹기’로 장거리 출퇴근을 선택하는 직장인도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다. 경기개발연구원이 지난 3월 서울권 등에서 이전한 판교테크노밸리 내 근로자 통행거리 및 통행시간을 분석한 결과 과거 12㎞ 40분에서 현재 28㎞ 70분으로 1.7배 증가했다. 이동수단은 대중교통이 66%, 자가용승용차가 25% 통근버스가 9%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판교에 입주한 기업의 직원들은 주변 성남 구시가지(수정구)나 용인시, 경기 광주시 등으로 주거지를 찾아 나서고 있다.
이달 대림산업이 경기 광주시에 분양하는 ‘e편한세상 광주역’ 분양홍보관이 판교역에 위치한 이유도 이 같은 현상이 반영된 결과다. 내년 말 성남~여주간 복선전철이 개통되면 단지 앞에 위치한 ‘광주역’에서 ‘판교역’까지 3정거장 거리로 판교테크노밸리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직장인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접근성뿐만 아니라 분양가도 3.3㎡당 1000만원 초반대로 판교신도시 전셋값에도 못 미치기 때문이다. e편한세상 광주역 분양관계자는 “퇴근길 또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분양상담을 받는 직장인들이 많다”며 “대부분 장거리 출퇴근자들로 교통호재, 저렴한 분양가, 브랜드, 중소형 구성 등에 매력을 느껴 분양에 나설 것이라는 수요자가 많다”고 말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