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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 “영화 취미로 하냐는 얘기, 가장 서운했다”(인터뷰)

최종수정 2014.06.30 17:23 기사입력 2014.06.30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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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 “영화 취미로 하냐는 얘기, 가장 서운했다”(인터뷰)

[아시아경제 유수경 기자]‘좋은 친구들’(감독 이도윤)은 세 남자의 우정을 그린 영화다. 그러나 비단 남자들만을 위한 영화는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친구들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이야기이다. 배우 지성과 주지훈, 이광수는 실제로 나이차가 꽤 나지만 자연스러운 호흡으로 극을 감쌌다. ‘마음씨 좋은 큰형’ 지성은 아우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현장에서 중심을 잡았다.

최근 아시아경제와 만난 지성은 “촬영 현장은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더군다나 주지훈과 이광수가 너무 착해서 더욱 화기애애한 작업이 가능했단다.
“애들이 기본적으로 올바르니까 서로 장난치고 친구처럼 지내도 기분 나쁜 게 없었어요. 가끔 저를 갖고 놀기도 하지만(웃음) 본성을 아니까 그저 좋은 거예요. 저는 촬영장이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나로 인해서든 누가 됐든 행복하게 마쳤으면 좋겠어요.”

촬영을 마치고 난 후에는 언제나 그렇듯이 아쉬움도 남았다고 털어놨다. 자꾸만 “내가 부족하다”며 자책하던 지성은 “편집본을 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내가) 못한 게 많이 보이더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그동안 영화보다 드라마에 주력했던 그는 ‘TV형 배우’ 같은 느낌도 있는 게 사실이다. 작품이 맞물리다보니 스케줄상으로 맞지 않아서 영화는 많이 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성에게는 영화 작업을 많이 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지성 “영화 취미로 하냐는 얘기, 가장 서운했다”(인터뷰)

“한번은 ‘영화를 취미로 하는 거 아니냐’는 얘길 들었어요. 정말 서운하더라고요. 시청률 싸움하고 매주 방송하는 드라마냐, 찍어놓고 편집해서 보는 영화냐의 차이일 뿐 저에게는 다 똑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거든요. 영화 관계자들에게 기회를 많이 달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하하. 이번 작품도 신인배우의 자세로 임했습니다.”
겸손을 표하던 지성이 ‘좋은 친구들’에서 연기한 현태는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강도화재사건으로 가족을 잃고 친구를 의심하게 되는 슬픈 상황에 처한다. 구조대원으로 근무하며 올곧은 성품을 지니고 있지만 관객들이 볼 때는 다소 답답함도 느껴지는 남자임이 분명하다.

“말로 설명하지 못해도 느낌은 있어요. 그런데 채우지 못해서 아쉽죠. 캐릭터적 답답함보다내 자신에 대한 고민이었을 거예요. 사실 극중에서 저는 상징적인 인물일 뿐이에요. 이 작품이 범인을 찾기 위해 쫓는 영화라기보다는 큰 사건이 벌어지고 나서 인간 사이에서 오는 큰 갈등을 그린 이야기거든요.”

지성은 현태를 연기하면서 감정을 애써 눌러야했다.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지만 늘 필요이상으로 침착하다. 폭발하는 주지훈에 비해 감정의 요동이 현저히 적다. 등장하는 신 역시 상대배우들에 비해 그렇게 많은 편이 아니다.

“현태는 너무나 조용하고 지극히 말도 없어요. 그저 웃고 바라볼 뿐이죠. 연기를 할 땐 크게 어렵지 않았어요. 전 가만히만 있어도 되는 상황이었거든요. 하지만 어찌 보면 그게 힘든 거죠. 미소밖에 없고 화가 나도 삭히고. 트라우마가 있기 때문에 구조대원이면서도 가족과 친구들을 구하지 못한 자신을 자책하는 사람이니까요.”

캐릭터가 다소 무미건조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작품을 선택한 분명한 이유는 있다. ‘뻔한 느와르’가 아니었기 때문. 그는 시나리오를 읽어보고 이도윤 감독을 처음 만났을 때의 느낌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
지성 “영화 취미로 하냐는 얘기, 가장 서운했다”(인터뷰)

“감독님을 만나기로 했는데, 너무 작고 귀여운 분이 들어오는 거예요. 솔직히 조감독인줄 알았어요. 하하. 어떻게 이런 시나리오를 썼냐고 묻고 싶었죠. 그런데 만나서 얘기해보니 믿음이 확 가더라고요. 나아가는 방향이 다른 느와르와 완전히 달라서 마음에 들었어요.”

실제로 지성은 삶에서 ‘우정’ ‘의리’를 중시한다. 하지만 굳이 말로 표현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우정·의리라는 단어를 이십대 때 얘기한 이후로는 잘 안 써요. 말은 필요 없고 함께 있는 게 바로 의리죠. 만나지 않고 함께하지 않으면서 우정·의리라고 말하는 건 좀 그런 것 같아요. 전 주로 배우들보다는 어린 시절 친구들과 더 친해요. 그래서 ‘좋은 친구들’이라는 영화가 너무 당연하게 다가왔어요.”

보통 배우들은 작품이 끝난 뒤에는 함께 호흡한 동료들과 지속적으로 연락하고 만나기 힘든 상황이 많다. 대중들은 배우들이 꾸준히 친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서로 바쁘기 때문에 그럴만한 여건도 되지 않는다. 그래도 지성은 이번 작품을 통해 주지훈·이광수와 끈끈한 우정을 나누게 돼 행복하다.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많이 다르더라고요. 멋쩍지 않으려고 불편한 걸 그냥 불편하게 소화시키는 사람도 있거든요. 동생들이 다 너무 착해요. 말을 많이 하는 사람들은 그만의 고충이 있어요. 지훈이가 그런 격이죠. 항상 웃고 열심히 해요. 똑똑하고 마음이 여려서 주변을 다 챙기죠. 제가 형인데도 저를 많이 챙겨줬어요. 감사하죠.”

데뷔 15년차 ‘베테랑 배우’ 지성. 신인의 마음으로 스크린에 복귀하는 그의 모습이 더욱 아름답게 다가왔다.

유수경 기자 uu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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