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사물과 자연이 빚어낸 단아함'…최지윤 개인전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금색 띠를 두른 화려한 향수병 끝에서 향기가 피어오르듯 가느다란 곡선이 위를 향해 춤을 춘다. 선을 줄기로 삼아 이름 모를 노란 꽃이 피어올랐다. 연두빛 바탕에 날아오르는 꽃들이 자연의 심상을 떠오르게 한다. 극사실화처럼 세밀하게 그려진 향수병은 이 자연과 잘 매치되고 있다. 향수병은 클러치나 브로치로 뒤바뀌기기도 한다.
최지윤 작가(여·54)의 열 일곱번 째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작품들은 대부분 장지 위에 콜라주로 그려져 있다. 여성의 사물과 자연이 함께 빚어낸 단아함을 풍긴다. 어떤 그림은 물건을 작가의 영감을 자유자재로 담아 색색의 깃털을 지닌 새들로 대체하기도 한다.
최 작가는 "전통 산수와 인물, 채색화를 줄곧 해오면서 과거엔 먹으로 거친 표현들을 작품에 담아왔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는지 그림들이 고와졌다"고 얘기했다.
인생의 시간이 쌓여가고, 엄마로 살아가면서 최 작가가 깨달은 것은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늘 열정을 품고 작가로서 한해도 거르지 않고 전시를 통해 꾸준히 자신의 세계를 알려왔지만, 일상에서 부딪히는 우연과 필연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감내해야 했던 서글픔들은 어쩌면 작가를 더 단단하게 했는지도 모른다. 돌을 정으로 다듬듯이 그의 그림역시 안정감을 찾고 고운 색감을 발현했다.
작가는 "예전엔 화려한 장미와 같은 꽃이 좋았지만, 어느 날 들에 갔을 때 이름 모를 야생화들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다"며 "엉겅퀴와 야생화를 꽃병에 꽂아 한참을 봤다. 그리고 향수나 클러치 같은 물건이 그냥 물체인 것이 아니라 여성들에겐 어떤 추억, 또는 심상이 담겨 있단 생각이 들었다. 자연과 사물이 만난 조화와 여성적인 아름다움이 머리에 그려졌다"고 했다. 그렇게 작가는 오랜 기간 들꽃의 이미지를 사물과 연결해 화려하면서도 간결하게 표현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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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작품을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서울시립미술관, 외교통상부, CJ, 크라운, 해태 등 공공기관과 기업들, 그리고 개인 컬렉터들이 소장하고 있다.
이번 개인전은 16회 춘추미술상 수상 기념전으로 4호 소품부터 250호 대작까지 다양한 크기의 작품 총 16점이 비치됐다. '춘추미술상'은 40년 역사를 지닌 한국화 채색화 그룹인 '춘추회'의 운영위원들이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치는 작가를 선정해 개인전을 개최해 주는 상이다. 백송문화재단이 후원한다. 7월 1일까지. 서울 종로구 관훈동 백송화랑. 02-730-5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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